본문 바로가기
웨쉬

[웨쉬]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1-

by 블데 2025. 3. 11.

 

세션카드: 티라노 / 트레틀: @HUGA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1-

 

청서 (@Team_Laputa)

 

Date. Play Time Ending Play Link
2022.09.03 6:30 5 트위터

 

KPC . 크로쉬 일럼

PC . 스웨인 휘슬러

 

 

이하 시나리오 플레이 본문

더보기
 
크리그어 1
 
GM. 록티   KPC 크로쉬
 
PL. 블데   PC 스웨인
 
... ...
 
img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어깨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스웨인: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866……니다. 안심…시오, 국민……."
 
"안심, 안심하십시오.”
 
“안전지대의 최전방은 최강의 인류에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 ...
 
안전지대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이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출생지, 부모,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조차 기억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이런 곳에 누워있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바짝 마른 입에서 혈향이 느껴지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치밉니다.
 
피 웅덩이 속에 계속 누워있다간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욕구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상처를 보아하니 팔이 달랑달랑하게 달려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법 잘 움직이네요.
 
던져둔 총을 주워들어도 크게 부담 가지 않습니다.
 
사방에 눈이 쌓여 질리도록 새하얗습니다.
 
이곳은 도시 외곽,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눈보라 너머로 야경이 빛나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어둠이 잠식한 도시의 야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쓸쓸합니다.
 
스웨인: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고소한 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10m쯤 떨어진 곳에서, 불 앞에 앉은 낯선 사람이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라디오 소리는 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원인을 알 수 없는 허기와 살벌한 추위가 당신을 괴롭힙니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억지로 빼앗는다거나, 아무쪼록 총을 가진 당신에겐 많은 방법이 있겠죠.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집니다.
 
매끄러운 눈의 등을 밟을 때마다 볼품없는 소리를 내며 발이 잠깁니다.
 
온기, 식량, 그 외 다양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들뜨기까지 합니다.
 
어쩐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해요.
 
등을 돌린 사람은 당신이 바로 뒤에 왔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푹 익은 건더기를 일회용 포크로 휘저을 뿐, 라디오 소리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여전히 최강의 인류를 운운하는 걸 보니, 분명 시답지 않은 가십 뉴스겠지만요.
 
문득 당신은,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 사람에게 왔나요?
 
그러니까, 여긴 너무 춥고, 배가 고프고, 그래서, 식량과 온기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 맞습니다… …
 
라고,
 
생각해버렸는지도 몰라요.
 
부추기듯 두드리는 심장 고동 소리를, 당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달려듭니다.
 
아니, 달려들었을 겁니다.
 
분명 달려들지 않았나요?
 
작동 방식도 알지 못하는 총은 내던지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잡는다거나, 없다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세운다거나… …
 
대충, 그랬던 것 같은데… …
 
"───!"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세상이 한 번 크게 뒤집히더니, 어느덧 낯선 사람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부는 바람과 내리는 눈.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전부 잿빛인 세계에서…
 
뚜렷한 검은색이 홀로 살아서.
 
... ...
 
문득, 당신은 가슴이 허합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를테면 심장이라거나.
 
이런, 내려다보니 정말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
 
대단해요! 엄청난 위력이에요!
 
아마 거대한 주포 같은 것에 맞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하게 이런 걸 추측하고 있을 땐 아닌 것 같지만요.
 
피를 토할 틈도 없이 시야 너머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며, 몸을 지탱하고 있던 의식이 멀어집니다.
 
강렬한 충격과 온몸의 세포가 전멸하는 듯한 고통이란!
 
당신은 어렴풋하게나마 자신은 이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웨인 로스트.
 
… …
 
…아니, 안 돼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스웨인: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혼란스러워할 무렵, 시야가 가물가물한 당신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손에 들린, 끝에서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검고 긴, 섬세하고 복잡한 기체는, 잠에서 깨어난 당신이 집어 들은 총과 꼭 닮은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날파리처럼 웅웅거리던 지겨운 라디오 소리가 말을 끝맺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민 여러분. 아직 우리에겐 최강의 인류가 있습니다.”
 
“스웨인 씨와 크로쉬 씨에 의해, 제 42 번째 안전지대는 오늘도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모든 것이 흐려집니다.
 
낯선 사람은 무전기를 고쳐 잡고 당신에 대해 보고합니다.
 
사무적인 어조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일시적인 기억 상실, 전투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
 
일단 한 번 리셋 했으며, 다음 소생까지 남은 시간은… …
 
와우! 저 사람은 정말 어딘가의 SF 장르 클리셰 영화 등장인물처럼 말하는군요.
 
그런데, 방금 라디오가 뭐라고 말했죠?
 
정말, 이상… …
 
… …
 
img
 
img
 
img
 
img
 
img
 
img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가슴의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보다, 당신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웅덩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발생한 참혹한 상황에…
 
스웨인: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실패, 1d2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스웨인:
rolling 1d2
 
(
2
 
)
 
 
=
2
 
::SAN -2.
 
이전 소생 직후와는 달리, 혼란스러움은 한결 덜합니다.
 
짜증 나는 라디오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은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묵직하게 눈 바닥을 밟는 군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크로쉬:이제 정신이 좀 들어?
 
총을 고쳐잡은 크로쉬가 근처에 다가와 묻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당장이라도 한 발 더 갈길 기세입니다.
 
스웨인:너무 들어서 아파 죽겠는데.
 
크로쉬:그래도 금방 낫잖아. 그러게 왜 정신을 못 차려서 덤비고 그래? (가볍게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곤) 전자기기도 맞으면 고쳐질 때가 있는데, 크리쳐도 같은 건가?
 
스웨인:어딜 나를 그런 고철 덩어리랑 비교하는거냐고 하고 싶지만...(피비린내가 섞인 숨을 훅 뱉는다.) 내 꼴을 보니 딱히 반박도 못하겠네. 아파 죽겠어.
 
크로쉬:왜? 기계란 아름다운 거라고. 엄살은 그만 부리고 일어나~. (총을 고쳐 잡고는) 매일 널 죽이는 것도 힘들어, 스웨인.
 
그래요. 크로쉬는 당신을 처참하게 살해한 뒤에도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있지만, 당신의 소중한 전우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이전 임무를 끝낸 직후에 당신이 사망했던 것 같습니다.
 
소생 직후에는 10번 중의 1번꼴로 이번처럼 정신이 이상해지는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크로쉬가 물리적인 '리셋'을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죽음은 익숙하지만 다정하지 않고, 소생 직후의 첫 숨은 유난히 차갑습니다.
 
스웨인:(끙차 소리를 내며 엄살을 피우듯 일어난다. 어느새 뚫리고 있던 살들은 '재생'되고 있다.) 나라고 매일 죽는게 썩 유쾌하지 않으니 이렇게 엄살이라도 피워야지.
 
크로쉬:뭐, 죽음은 익숙해질 수 없겠지. 이왕 피울거면 그럴싸하게 피워. 혹시 몰라? 엿같은 상부에서 휴가라도 줄지~.
 
임무가 끝나면 휴식기가 주어지니 느슨하게 풀어질 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크로쉬는 농담 도중에도 빈틈없는 모습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에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당신이 주변을 둘러보아도 음식과 모닥불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크로쉬:(후, 숨을 내뱉자 자연스레 입김이 퍼져나온다.) 농담은 이제 됐고. 현 상황에 대한 보고가 먼저겠지? 이전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했는데~... 네가 덜컥 과다출혈로 죽어버렸잖아?
원래 자가소생에 걸리는 시간이 제멋대로인 편이지만, 어째서인지 이번 소생은 유독 느렸어. 어디 몸에 따로 이상이라도 있는 것 같아?
 
스웨인:딱히. 기억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고 폭력적이게 변한다는 늘 같은 결과를 제외하고 달리 이상한 점은 없었어. 네가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몸에 이상이 있던 것도 몰랐을 듯 한데.
 
크로쉬:그래? 그럼 이번엔 운이 나빴던 걸로~. 그래서 네 자가소생이 완료되기 전까지 밥이나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었어. (입맛에 맞지도 않는 군용 레토르트 식품을 떠올리며 웩, 장난스레 혀를 내밀고는) 그런데 네가 두 번이나 죽는 바람에 임무가 지체되서 우리는 쉴 틈 없이 바로 돌입해야 한다는 이야기지~.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워치를 조작하더니) 지도와 임무 내용 보냈으니까 확인해봐.
 
스웨인:(그건 미안하네. 그리 말하며 그가 보내준 자료를 확인한다.)
 
img
 
크로쉬에게 지령과 지도를 전달받습니다.
 
크로쉬:이번엔 좀 힘들 것 같아. 뭐, 힘들지 않은 임무가 있었나 싶지만~? 하지만 인류 최강인 내가 성공 못한 임무는 없었지~. (가지고 있던 장비를 점검하며 가볍게 덧붙인다.)
 
스웨인:(그제서야 작게 웃는 얼굴로 말한다.) 그러네. 네가 있는한 나는 언제든 이길 수 있으니까. 이번에도 할 수 있어.
 
크로쉬:... 또, 또 낯부끄러운 소리를 잘도 하네~. (제 뒷목을 잠시 매만지다 장비를 정리하고 일어선다.)
 
크로쉬는 장비 점검을 끝내고 일어섭니다.
 
매서운 칼바람에 반복 재생을 눌러둔 영상처럼 규칙적으로 머리카락이 흔들립니다.
 
A시의 오늘 날씨는 영하 20도, 방한복을 뚫고 싸늘한 냉기가 침입합니다.
 
크로쉬가 무어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지만, 이내 거대한 소음에 묻혀버립니다.
 
쌓인 눈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 그리고… … 헬기입니다.
 
... ...
 
두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목표 지점은 1주일 전 크리쳐에게 점령당한 A시, 전력이 채 끊기지 않은 유령 도시.
 
창 아래로 펼쳐진 야경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음울한 빛 사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어둠은, 분명 도시의 예비 전력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겠죠.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닙니다.
 
전력이 끊긴다면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는 확률도 떨어질 테니까요.
 
헬기의 문이 열리고, 따가운 겨울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복잡한 머릿속이 한결 식는 것 같습니다.
 
발각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헬기는 착륙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낙하산 또한 없습니다.
 
내려갈 방법은 단 하나.
 
목표 착륙 지점은 점점 가까워지면… …
 
갈까, 라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크로쉬와 당신은 맨몸으로 도심에 뛰어듭니다.
 
쿵──!!!
 
허공을 한 바퀴 돈 당신이 착지한 시멘트 바닥에 굉음과 함께 금이 가며, 사방으로 파편이 흩어집니다.
 
파괴력과는 달리 미끄럼틀을 타듯 능숙한 착지입니다.
 
문제는 조금도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머리로 박을 수도 있지만, 뇌가 터져도 살아나는 체질이라 가능한 작전이죠.
 
사실, 이 소리 때문에 발각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헬기보다는 눈에 덜 띄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 몫의 짐가방은 내려두고, 아직 떨어지는 중인 크로쉬를 받아볼까요.
 
스웨인: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제는 익숙한 낙법입니다.
 
턱, 소리와 함께 당신은 크로쉬를 두 손으로 받아 사뿐히 안아 올립니다.
 
눈 내리는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 단둘이네요.
 
… … 물론, 낭만적인 구석은 없습니다.
 
크로쉬:(익숙하게 자신을 받아낸 스웨인 목에 팔을 두르고는 히죽,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나이스 캐치~!
 
스웨인:내가 누군데. (씨익 웃으며 헬기 몰래 뺨 뽀뽀를 폭 해주곤 내려놓는다.)
 
크로쉬:...! 너, 진짜... (입술이 닿았던 뺨을 손등으로 가볍게 문지르고는 두 발로 땅을 딛고 선다.)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굴지의 대기업, B사의 옥상입니다.
 
A시의 중심지이자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이죠.
 
새벽 2시, 시야 아래로 새카만 밤의 어둠이 펼쳐지고, 그 위에 창백한 도심의 빛이 번집니다.
 
크로쉬는 주변을 둘러본 뒤 지도를 펼칩니다.
 
크로쉬:미처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은 긴급 대피 구역에 뭉쳐있을 거야.
 
크로쉬의 손가락 끝이 지도 표면의 점을 하나씩 짚습니다.
 
눈으로 그것을 좇는다면… …
 
A시의 긴급 대피 구역인 학교, 백화점, 병원, 지하철역입니다.
 
스웨인:전부 들르긴 해야겠네
 
크로쉬:뭐, 시민들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 어디부터 가볼래?
 
스웨인:흠.....일단은 병원부터 훑으면서 학교 지차헉 백화점으로 밀고갈까?
*지하철
 
크로쉬:그래, 어디든 상관 없겠지. 그럼 병원부터 출발해볼까? (슬쩍 빌딩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주 빠른 길과 귀찮지만 안전한 길이 있는데 어느쪽으로 갈래? (옥상 난간과 계단으로 통하는 비상구 문을 번갈아 가리키며)
 
스웨인:음......역시 빠른 길이 낫겠지? 우리 안전 따지다 시민이 죽는다면 상부에서 쪼일거야.
 
크로쉬:하하! 상부는 도움이 안된다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가 그냥 윗대가리하면 안되나~? (얼른 안으라는 듯 손을 팔랑거리며)
 
스웨인:남 위에서 일하는 것보다 기계 하나를 만지는걸 더 즐거워하는 네가? 설마. (그의 말을 받아주며 그의 팔 밑에 손을 넣어 품에 안고는 그대로 병원 옥상 난간으로 뛴다.)
 
당신이 다리에 힘을 주면 옥상의 시멘트가 균열을 내며 갈라집니다.
 
뭐, 이정도로 무너지지는 않겠죠!
 
텅─! 인간이라면 낼 수 없는 힘으로 발돋움과 동시에 몸이 튀어 오릅니다.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찌르는 듯 했지만 오히려 속이 시원할 정도로 엄청난 스피드입니다.
 
도시의 불빛 위를 날아오르며 당신과 크로쉬는 무사히 병원 옥상에 안전히 착지합니다.
 
J대학 병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대기실입니다.
 
대기실은 병원의 2층에 있다고 지도에 적혀있었죠.
 
스웨인:(그를 내려 주며 말한다.) 대기실이 있는 2층으로 일단 내려가야하는데..어디 사람은 무사하고 크리쳐는 무사하지 않길 빌어볼까.
 
크로쉬:(가볍게 바닥을 딛고 서며 흐트러진 앞머리를 만지작 거린다.) 어디 그 소원 이뤄진 적 있었나 싶지만 한 번 빌어보자고~.
 
크로쉬와 함께 옥상에 연결된 비상구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한 걸음 들어서면 익숙지 않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한 층, 한 층 혹시라도 대피하지 못한 중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던 도중, 문득 크로쉬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크로쉬:그러고보면, 너는 오래 아파본 적은 없지?
 
스웨인:(갑작스러운 질문에 고개가 좀 기울어졌지만 짧게 고민하곤 끄덕인다.) 그러고보니 오래 아파본 적은 없는 듯한데.
 
크로쉬:(덤덤한 얼굴은 무얼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일상이라도 이야기 하듯 가벼울 정도로.) 크리쳐라서 그런가. 자가재생도 되고, 죽어도 살아날 수 있으니까. 뭐. 그게 마냥 좋은 건 아니지만~.
 
고통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통각 수단이라고 했던가요.
 
아! 물론 당신은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당신의 경우 긴 치료가 필요한 부상은 죽었다 살아나는 쪽이 '효율이 높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을지도요.
 
물론 당신이 아픔을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
 
크로쉬:... 뭐, 확실히... 다치면 불편하긴 하지. 나는 인간이니까. (짧게 중얼거리고는 해당 구역은 전부 살펴본 것인지 다시 걸음을 움직인다.)
 
아무리 최강의 인류라곤 해도, 크로쉬 역시 인간입니다.
 
임무에서 뼈가 부러지거나 내장이 손상된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기도 하고요.
 
크로쉬는, 크리쳐가 되고 싶은 것처럼 말하네요.
 
스웨인:...너는-... (말을 왜 그렇게 하냐고 하려다 그의 말 속에서 드러나는 의중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상한 생각 말라고 다그치고 싶은 마음과 같이 그가 자신과 같아지면 자신을 좀 더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이기심이 불현듯 치솟았기 때문이다.) 병원에 사람 구하러 와서 꼭 다친다는 이야기해야해? 얼른 가자.
 
크로쉬:병원이라 그런 거 아냐? 여차하면 치료할 수 있는 약품들도 많으니까~. (평소와 같이 헤, 웃는 얼굴로 너스레를 떨고는 대기실쪽으로 향한다.)
 
스웨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이렇게 설계된 삶이 좋을 리가 없잖아요.
 
바보 같은 소리입니다.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대기실로 들어서면, 사람은 커녕 옷자락 하나 없이 휑하니 비어있습니다.
 
…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스웨인: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라, 대기실 의자 옆으로 비상 식량이 하나 떨어져 있습니다.
 
생존자는 찾지 못했지만 운이 좋네요. 챙겨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웨인:(크로쉬 입에 넣을 비상 식량 주섬주섬)
 
::비상 식량 획득(HP 1D3 회복)
소지품 칸에 비상 식량을 추가해주세요.
 
크로쉬:(마지막으로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본 후) 아무래도 생존자는 없는 모양이야. 생체 반응도 안 느껴지고. 다음 구역으로 갈까?
 
스웨인:한 명 쯤은 있길 바랬는데 하나도 없으니 영 맥 빠지네. 증거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고갤 끄덕이며) 학교로 넘어가자.
 
두 사람은 병원을 빠져나와 학교로 이동합니다.
 
C고등학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강당입니다.
 
잠기지 않은 정문 너머, 운동장은 티 하나 없이 새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여있습니다.
 
당신이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두툼한 군화 아래로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크로쉬:학교라, 옛날 생각나네~.
 
크로쉬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듯 했지만 그리 감성적인 표정은 아닙니다.
 
애시당초 그런 감성적인 인간은 아니니까요.
 
크로쉬:내가 또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천재성을 보였거든~. 전교 1등은 한 번도 놓쳐본 적 없어. ... 아, 이렇게 말해도 별로 안 와닿으려나?
 
스웨인:(학교? 옛날? 자신하고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인지라 멀뚱하니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알아. 네가 대단하다는 것도. 감상을 이야기해달라하면 그건 못하겠네.
 
크로쉬:딱히, 감상을 들려달란 건 아니고. 그냥 임무만 하기엔 심심하니까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하고 있는 거지. (그리 말하면서도 학교 내부를 훑는 눈길은 무엇하나 정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움직인다.) 네가 학교에 다녔다면... 운동을 했을 수도 있겠네. 신체 능력이 탁월하니까. 키도 커서 운동부 어디서든 탐을 냈을 것 같은 걸?
 
스웨인:(그를 따라 학교를 훑는 시야는 그 특유의 시야로 무엇하나 빼놓지 않고 지나다닌다.) 그런가. 하긴 연구원들도 나보고 키와 체격이 좋으니 뭘 시켜도 잘하겠다고 좋아했던게 생각나네. 그런 맥락이겠어.
 
크로쉬:흐응~, 너 처음엔 제법 재수 없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론 착하긴 하지. 얼굴도 잘생겼으니 인기도 많았을 것 같은데?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곤) 정말 그랬다면 너 좋다던 애들 속 많이 썩였겠어~.
 
스웨인:(재수없었다는 말에 작게 실소를 흘렸다.) 욕인지 칭찬인지. 그래도 네가 내 얼굴이 잘생겼다 말해주는걸 보면 영 쓸모없진 않아서 다행이야. (그러곤 그의 얼굴에 제 얼굴을 들이대보았다.) 그럼 지금 너는. 어때?
 
크로쉬:나는 솔직한 감상은 말하자는 주의라서, 괜한 빈말은 못 하는 거 알잖아? (그리 말하는데 불쑥, 제 시야에 얼굴이 가득 들어찬다. 한쪽 눈썹을 치켜들다 손바닥으로 그 얼굴을 밀어내고는) 여전히 잘생겼지만 이런 태도가 재수없다는 거야~. 여기서 키스 당하고 싶지 않으면 치우도록 해~.
 
스웨인:싫은데. (손바닥에 입술을 쪽 맞춰주곤 눈을 뤼어 웃는다.) 내 주제도 임무도 잘 알지만 너무 빼지는 마. 더 하고 싶어지니까.
 
크로쉬:(그 행위에 눈꼬리가 가늘게 휘더니 순간 멱살을 잡아 제쪽으로 확 끌어당긴다. 짧게 닿았던 입술을 핥아내며 베, 혀를 내밀고는) 도발하지마. 지금 당장 책임지지도 못할거면서.
 
스웨인:알았어. 알았어. 우리가 미적될수록 결과가 안 좋아지겠지. 대신 (베 내밀고 있는 혀에다 냉큼 입을 맞춰다 안 쪽을 느릿하게 핥고는 마찬가지로 혀를 삐죽 내밀었다.) 나중에 이어가는건 받아줘야해.
 
크로쉬:(저 얄미운 혀를 때릴 수도 없고. 속으로 실수로 혀나 한 번 씹으라는 생각을 하고는 엄지로 입술을 닦아낸다.) 네네~, 임무 끝나고 정갈히 닦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문득 이야기를 듣던 당신은 학교의 꼭대기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시린 바람에 휘청이듯 흔들리는 깃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스웨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갑자기 짙은 우울이 내려앉습니다.
 
서둘러 임무를 처리하고 돌아가고 싶네요.
 
크로쉬가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휑한 어둠만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스웨인:
기준치: 60/30/12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낌새가 이상합니다.
 
가히 동물적인 예감을 발휘해 성큼 물러섬과 동시에, 당신이 딛고 있던 바닥이 내리쳐오는 원뿔에 의해 반파됩니다.
 
두 사람은 날렵하게 몸을 굴려 피했으나, 그곳에는… …. 운이 나빴네요.
 
어느새 당신과 크로쉬를 포위한 크리쳐들이 몸을 둥글게 말며 뾰족한 돌기를 세웁니다.
 
얼핏 보면 아름다운 금속 모형처럼 보이는 이 크리쳐는, 분명 금속형 크리쳐입니다.
 
조우한 크리쳐의 수는 27
 
::크리그어 약식 룰 발동!
순서는 스웨인 > 크로쉬 > 크리처로 진행합니다.
약식 룰이므로 반격 및 회피는 없습니다.
'대 크리쳐 살상탄' 판정하며, 성공 시 데미지는 크리쳐를 해치운 숫자로 결정됩니다.
크리쳐: 전투 턴에서 순서가 올 때까지 절반 이상 남아있을 경우 탐사자에게 1D3의 피해를 줍니다.
생존 크리쳐의 수가 과반수 이하일 경우 도망을 시도합니다.
 
::이 경우, 탐사자가 추격한다면 민첩 대항입니다. (조무래기 크리쳐의 민첩은 30)
 
스웨인:젠장, 어쩐지 조용하더라니. (총을 꺼내들고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정조준을 한 후 발포한다.)
대 그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5
 
굉음과 함께 탄환이 무리의 중심으로 파고듭니다.
 
다시 한번 당신이 찰칵, 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발사된 탄환이 쪼개지며 각기 다른 일직선의 방향으로 향합니다.
 
탄환은 한순간에 25마리에 달하는 크리쳐의 핵을 꿰뚫고, 단숨에 사살 당한 크리쳐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립니다.
 
남은 크리쳐 개체 수 2마리.
 
크로쉬:어라, 내가 안 나서도 되는 거 아냐? 오히려 쏠게 없잖아~! (총구를 붙잡아 고정시키고는 남은 2마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9
 
복잡한 수식 계산에 걸리는 시간은 단 0.01초, 크로쉬는 세차게 바닥을 걷어차며 공격을 피해 뛰어오릅니다.
 
거꾸로 시야가 뒤집힌 상태로, 계산된 궤도에 탄환을 박아 넣은 뒤 또다시 찰칵.
 
탄환은 크로쉬를 배신하지 않으므로 찾아오는 것은 적의 죽음뿐입니다.
 
남은 크리쳐 개체 수 0마리.
 
딛고 선 바닥에는 '크리쳐였던 것'의 잔해만이 가득합니다.
 
크로쉬:그렇게나 빨리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고 싶으셨던 건가요, 스웨인 씨~? (크리쳐의 시체를 툭툭, 발로 두드리고는) 여기에도 생존자 무리는 없었네. 이미 습격을 받았나?
 
스웨인:네가 나 때문에 바로 임무가 투입됐다 했으니 이렇게라도 실수를 만회해야 네가 이쁘게 봐주니까. (총을 갈무리해 등 뒤에 차며 주변을 둘러보지만 그의 말대로 딱히 생존자는 없다.) 빠져나갔기를 바라야겠는데. 습격 받아서 아무도 없었다고 보고하면 또 뭐라 할게 뻔하니 말이야ㅣ
 
크로쉬:바득거리며 대들지만 않으면 언제나 예뻐해줄거야~. 근데 넌 은근 지기 싫어하니까. (아까도 그렇고, 궁시렁 거리며 마찬가지로 총을 갈무리한다.) 노동청 있으면 당장 신고하고 싶을 정도야. 뭐하러 AOC 요원이 되서. (쯧, 가볍게 혀를 차고는) 다음은 지하철이던가?
 
스웨인:그렇다고 내가 마냥 져주기엔 좀 아까워서. 그런거치고 너도 곧이곧대로 잘 받아들여주니까 나도 대들 수 있는거야. (역시 한마디도 안 지는 입을 놀리곤) 응. 이제 지하철로 이동해야해.
 
크로쉬:가끔 그 잘 돌아가는 혓바닥을 때려주고 싶을 때가 있어. 지금도 그런 순간이고~. (말은 그리 해도 지체할 시간은 없다는 듯 다시 발을 움직인다.) 가자.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A역입니다.
 
두 사람은 역 내부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고 진입합니다.
 
문득, 앞서 걷던 크로쉬가 당신이 있는 쪽으로 돌아보며 묻습니다.
 
크로쉬:스웨인 너, 지하철 타본 적 없지? 크리쳐보다 더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는데.
 
그 말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컴컴한 역 내부로 떨어집니다.
 
좀 갑갑하긴 한데, 크로쉬는 말을 이어가며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갑니다.
 
크로쉬:그래도, 안전 구역 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면허가 없어도 말이야. 그건 꽤 편해. (가벼운 투로 말을 잇다.) 생각해보니, 여행 안 가본지도 꽤 됐네.
 
스웨인:(지하철을 타본적은 없어도 기초 교육을 받으며 배웠다. 거대한 철로 만든 이동수단. 그 몸집은 사람의 몇십배가 되는 길이의 네모난 모형이라 했던가. 아까부터 그는 꼭 자신이 겪지 못한 것을 꺼내어 헤집는 것 마냥 굴지만 결코 티내지 않은채 주억거리며 들을 뿐이다.)
 
크로쉬:(흘긋, 그의 반응을 보고는 작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더니) 뭐, 근데 알다시피 나는 외부 활동보다는 기계가 좋으니까~. 그래도 가끔 기분 전환 삼아 가보는 것도 좋다?
... ...
너는 가보고 싶은 곳 없어?
 
문득 크로쉬가 당신에게 묻습니다.
 
스웨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
 
문득 떠오릅니다.
 
코를 간지럽히는 짠 내, 한 걸음마다 바스러지는 모래사장과 한없이 새파랗게 펼쳐지는 바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임에도, 어째서 그 장소가 생각났을까요?
 
스웨인:나는...... 어라?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사라진다. 그런 곳 따위 가본적도 없건만 난데없이 떠오른 기억에 말문이 막혀 고개만 모로 기울인다.)
 
크로쉬:(완전히 고개를 돌려 네 얼굴을 가만 들여다보는 듯 하다 빙긋, 언제나와 같이 웃어 보인다.) 뭐, 자유롭지 않으니 어딘가 가고 싶다거나 정하기 힘들 수도 있지. 그래도 혹시 몰라? 도시가 안전해지고 네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좀 더 멀리 나갈 수 있을지. 그때 가서 정해도 안 늦을 거야~. (그리 말하며 다시 앞을 보며 걷는다.)
 
스웨인:-.....그러게. 임무 중에 한가로이 할 생각은 아니지. (도시의 안전? 자신의 안정성? 글쎄. 도시가 안전해지고 나의 안정성이 보장받는 순간 나는 제거될지 모르지. 평화로운 사회에 괴물은 필요없으니까. 그리 생각하며 뭔가를 말하려다 말문이 막힌 상태로 따라나선다.)
 
목줄을 차고 있는 한, 당신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텐데요.
 
몸속에 뿌리 내린 혈관 전부를 불쾌한 감정이 틀어막는 것처럼 답답합니다.
 
크로쉬를 따라 역 내부로 들어서면, 비어있습니다.
 
…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스웨인:
기준치: 60/30/12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낮은 울음 소리와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온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당신과 크로쉬가 등을 맞댑니다.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가 바닥이나 벽에 닿을 때마다 뿌연 연기와 함께 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퇴로를 막아선 생체형 크리쳐와 조우합니다.
 
조우한 크리쳐의 수는 24
 
스웨인:있으라는 사람은 없고 크리쳐들 뿐이네. (크로쉬와 등에 매어진 총이 맞대기 직전 총을 뽑아 앞을 향해 정확히 정조준 후 발포한다.)
대 그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피해: 20
 
어두운 지하철역 내부라 그런지 시야 확보가 어렵습니다.
 
발포 굉음과 함께 이리저리 튀어나간 살상탄들이 벽에 박혀들어갑니다.
 
크로쉬:크리쳐랑 만나는 건 예상 범주 안이잖아? 생존자가 보이지 않는 건 좀 이상하지만! (빠르게 총을 뽑아 잡으며 짧은 심호흡과 함께 방아쇠를 당긴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5
 
정확한 계산과 함께 15마리의 생체형 크리쳐들이 나가떨어집니다.
 
남은 크리쳐들은 꿈틀거리며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더니 도망이라도 치려는 듯 몸을 돌립니다.
 
쫓아갈까요?
 
스웨인:우리의 목표가 생존자 구출도 있지만 크리쳐를 제거해 도시를 되찾는 것도 있었지. 쫓아서 치우자. 어때.
 
크로쉬:난 상관 없어~. 질 거라 생각도 안 하고. 앞쪽은 맡겨도 되지? 포위하자.
 
스웨인:좋아. 쫓자. (그대로 달려 나가며 포위를 시도한다.)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크리쳐:
민첩
기준치: 30/15/6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간발의 차이로 크리쳐가 도망치려던 길목을 막아섭니다.
 
스웨인:좀 맞아라!
대 그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6
 
퍽──!!
 
크리쳐들의 살점이 살상탄의 위력에 떨어져 나갑니다.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정확히 조준한 조준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탄환들이 크리쳐의 잔해와 함께 바닥을 구릅니다.
 
딛고 선 바닥에는 '크리쳐였던 것'의 잔해만이 가득합니다.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크로쉬는 총을 갈무리하곤 당신 쪽으로 다가옵니다.
 
크로쉬:수고했어~. 내가 나설 일은 없었네.
 
스웨인:처음 빗나간 것들을 내 손으로 수습해서 다행이네. (한숨을 길게 쉬며 조준한 총을 내린다.)
 
크로쉬:뭐, 워낙 좁고 어두운 곳이니까. 신경 쓰지마. (가볍게 어깨를 툭 치고는) 이제 남은 곳은 백화점인가?
 
스웨인:(고개를 끄덕인다.) 크리쳐라도 제거해서 다행이라지만 생존자가 한명도 안 보이는건 좀 이상하네. 만약 습격을 당했다하더라도 최소한 시신은 있어야할텐데 말야.
 
크로쉬:시신은 보이지 않지. 정말 이상해. 습격을 당한 게 아니라면 무사히 대피를 마쳤다거나... 정말 남은 대피 구역에 전원 모여있을 수도 있겠어. 뭐, 일단 확인을 해보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지. 지친 게 아니라면 출발할까?
 
스웨인:마지막이니까 얼른 가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계속 이상하다 생각되는지 표정은 조금 굳었다.)
 
K백화점의 긴급 대피 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주차장입니다.
 
고층 백화점의 불빛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크리쳐들에게 노출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입구의 회전문을 지난 크로쉬가 입을 뗍니다.
 
크로쉬:그러고보니 곧 크리스마스잖아. 선물 세트같은 거 잔뜩 팔겠네. 아, 물론 우리는 연휴에도 집에 돌아갈 수 없지만~.
 
크로쉬는 평소와 달리 제법 들뜬 얼굴로 말하네요.
 
스웨인:너 아까부터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만 계속하네. (뺨을 쿡 찌르며) 갖고 싶은거라도 있어?
 
크로쉬:내가? (찔린 뺨은 제법 말캉하게 들어간다.) 나는 딱히. 산타라던가 그런 걸 믿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기념일이라는 느낌도 없고. (잠시 입을 다무는 듯 하더니) ─네가 가지고 싶은 건 어때?
 
스웨인:나? 딱히. 나는 뭐가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는걸. (어깨를 으쓱이며) 내가 원하는거라고는 목에 있는 이 목걸이를 좀만 느슨하게 해줬으면 하는 것 뿐이야. 푸는 것도 아니고 느슨함 정도만.
 
크로쉬:흐음, 차라리 풀어달라고 하지. 그 목줄 생활이 적성에 맞나봐. (눈동자를 굴려 네 목께를 짧게 훑어보다) 아니면 새로운 목걸이를 사줄까? 네 취향인 걸로~.
 
스웨인:풀어주지 않을걸 아는데 굳이? 해봤자 정신교육만 더 하고 말겠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뭔가 생각나는지 씩 웃는다.) 목걸이 말고 둘이 낄 반지나 맞춰주는게 어때.
 
크로쉬:또 시작이야. 너 원래 이렇게 능글 맞은 성격이었나? (제 팔을 잠시 문지르다) 그래도 뭐─... 생각은 해볼게. (제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다 슬쩍 너와 반대쪽으로 몸을 튼다.)
 
스웨인:너한테니까 하는거야. 내가 남과 대화하는거 봤어? (그러면서 슬쩍 몸을 트는 그를 따라 몸을 틀었다. 가지 말란 듯이.)
 
크로쉬:처음엔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하더니. 네가 나 싫어했다는 거 AOC에서 모르는 요원을 없을 거다~. (자신을 따라 오는 모습에 픽, 웃음이 새어나온다.) 너 좋은 놈인 거 아는 사람도 많고.
 
스웨인:처음에야 네가 날 변태처럼 훑어봤으니까 그랬던거지~ 후자의 이야기라면 떨떠름하긴해도 잘 받아들여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 능글하긴해도 네 파트너가 사고는 덜 피는 편 아냐? (...라며 사람 좋게도 웃는다.)
 
크로쉬:변태처럼? 말이 제법 심하네~. 그런 불순한 시선이 아니라 탐구욕이라고 해줄래? (자신의 첫만남 때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며 뻔뻔스레 말을 이어간다.) 사고는 내가 더 치지. 너보다 날 더 괴짜보듯 보잖아, 그 사람들은.
 
스웨인:그래 그 시선을 탐구욕이라고 뻔뻔스레 포장하는 것부터 말야. (키득여 웃으며 뺨에 입을 맞춰줬다.) 나는 어딜가나 있는 괴물이고 너는 특이한 사람이니까. 네가 좀 더 신기한 편인가보지 '인간'은.
 
크로쉬:... 굳이 구분 지을 필요 없어. 감정을 가지고, 생각을 하고, 사람의 모습을 한 너는 사람과 다를 게 없으니까. 오히려 최악은 인간이야.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그리고 내가 있는 한 네가 괴물이 될 일은 없을테니 안심하고~. 제대로 죽여줄게.
 
스웨인:너처럼 생각해줄 인간이 몇이나 있겠냐만은...그래. 아까 전 날 쏜걸 보니 확실히 그래줄 것 같아서 기뻐. 꼭 그래야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네 손에 죽는다면야 나는 받아들일테니까. (마저 가볼까? 라며 그가 눈을 샐쭉이는걸 슬그머니 피했다.)
 
백화점 안은 쥐죽은 듯 고요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가 기뻐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스웨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연휴나 명절은 줄곧 당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크로쉬의 말을 듣는 지금은… …
 
네, 확실히 덩달아 크리스마스가 조금 기대됩니다.
 
어쩐지 낯서면서도 낯익은 기대감이 피어오릅니다.
 
주차장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주차된 차의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
 
이곳에 생존자 무리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탐색이 끝나면, 크로쉬는 다시 지도를 꺼내 생각에 잠깁니다.
 
그는 긴급 대피 구역을 하나씩 짚으며, 의문을 꺼냅니다.
 
크로쉬:이건… … 이상하네. 뭔가 놓친 게 있는 것 같아. 긴급 대피 구역은 크리쳐가 진입하기 어려우면서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곳으로 설정했는데, 왜 사람은 없고 크리쳐만 있을까?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 우선, 크리쳐가 이렇게 한 장소에 많이 모여 있는 건 처음 봐. 애초에 안전지대가 생기고 나서는 크리쳐들이 도시를 통째로 장악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적은 없었어. 녀석들에게는 안전지대를 뚫고 들어올 만한 지능이 없으니까… … 무리를 이끄는 통솔력 있는 리더가 있다면 몰라도.
 
스웨인:인간이 크리쳐로 변하는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안전지대에 얼추 비슷한 숫자의 크리쳐가 모여있기도 쉽지 않ㄴ아. 아까도 말했지만 크리쳐가 쓸고 지나갔다면 사채나 유류품이라도 남아있어야해. 그런데 그건 없었지. (그러곤 얼굴을 굳힌다.) 최악의 수로는 네가 말한대로 통솔하는 크리쳐 중에서도 상위 개체가 나타났다는건데....
 
크로쉬:인간이 크리쳐가 됐다는 사례는 아직 보고 되지 않았어. 그래도 해당 가설은... 생각을 해봐야겠네. (제 턱을 매만지며 지도를 눈으로 살펴본다.) 상위 개체가 존재한다면 조심해야겠어. 지능이 낮은 다른 크리쳐들과는 다를 수 있을테니까.
 
여러 가설이 나올 수 있겠네요.
 
누군가가 크리쳐들에게 정보를 흘렸다, 생존자는 없고 도시 침식률이 보이는 것보다 높다, 혹은 전부 함정이라거나.
 
그때─
 
스웨인: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어디선가 웅웅거리는 듯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주 미약하고, 끊어질 것처럼 가늘고 얇은 소리지만 이명은 아닙니다.
 
크로쉬는 듣지 못한 듯 여전히 지도에 집중한 표정입니다.
 
스웨인:-....? (제가 잘못 들은게 아니라면 분명 소리다. 크로쉬를 돌아봐도 듣지 못한걸 봐선 아주 희미하게 잡힌 듯한데... 그의 어꺠를 툭툭 치며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 크로쉬, 저쪽에서 소리가 들리는데.
 
크로쉬:(제 어깨를 툭툭 치는 손길에 고개를 든다.) 소리? 무슨 소리처럼 들리는데? (저 또한 목소리를 낮추며)
 
스웨인:잘 모르겠어. 웅웅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너무 작아서 잘 안 들리지만 이건 확실히 소리야. 이명 따위가 아냐.
 
크로쉬:... 그래? 어쩌면 생존자가 보내는 구조신호일지도 모르겠네. 뭐가 어떻든 확인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스웨인:생존자라면 구조하고 크리쳐라면 제거해야지. 가자.
 
크로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신을 따라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이동합니다.
 
당신과 크로쉬가 도착한 곳은 주차장 내부 빈 공터이며, 공교롭게도 소리는 더 들리지 않습니다.
 
거짓말처럼 끊겨버린 신호에 크로쉬가 의문을 품고 총을 고쳐잡습니다.
 
크로쉬:신호를 보내던 사람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 역시, 함정인가?
 
그때,
 
크로쉬?:이럴 수가, 여태 어디 있었어!
 
또 다른 크로쉬가 저 너머에서 걸어 나옵니다.
 
그는 당신의 옆에 있는 크로쉬를 보고 사색이 되어 이렇게 말합니다.
 
크로쉬?:스웨인, 도망쳐! 그 녀석은 가짜야!
 
그 말을 들은 크로쉬의 표정이 해괴해집니다.
 
크로쉬:뭐~?
 
크로쉬?:저 녀석이 내 장비를 훔쳐서 달아났다고!
 
크로쉬:잠깐, 뭐라는 거야. 어린 애도 그런 거짓말에 안 속겠다!
 
크로쉬?:절대 속지 마, 널 속이고 외진 곳에 데려가 살해하려는 속셈이라고.
 
크로쉬:인류 최강인 나를 감히 누가 습격해?
 
똑같은 얼굴의 두 사람, 그 논쟁은 혼란스럽지만 꽤 좋은 볼거리네요.
 
아니, 이럴 시간이 아닙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스웨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98%의 하급 크리처들을 처리하는 게 그들의 일이지만, 간혹 특수한 능력을 갖춘 상급 크리쳐와 조우하기도 했죠.
 
본능적으로 둘 중 하나는 상급 크리처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스웨인:.................(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처구니마저 없어진다. 난데없이 나타난 크로쉬. 그런 크로쉬를 지적하는 다른 크로쉬. 둘 중 하나가 상급이라는건 알겠지만 도통 구분할 길이 없어 서 있는다.)
 
크로쉬:야, 넌 왜 말이 없어. 지금 저딴 놈이랑 나랑 헷갈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게 맞을 시 진짜 죽을 줄 알아 너! (냅다 멱살을 쥐고는 흉흉하게 널 쳐다본다.)
 
크로쉬?:봐봐, 널 죽이겠다고 말하고 있잖아! 다른 크리처들과는 다르게 지능이 뛰어난 게 분명해. 얼른 처리하지 않고 뭐해, 스웨인! (선뜻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매섭게 다른 크로쉬를 노려본다.)
 
스웨인:(차라리 전조 증상이라도 있었다면 구분했을텐데 그런 것도 없이 맞딱뜨린 상황에 얼타고 있는 것도 잠시,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빽 지른다.) 둘이 크로쉬인게 자신이라면 본인이 본인이라는 증거를 말해. 나에 관한 걸로.
 
크로쉬?:내가 먼저 말하지. 넌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고 있지만 사실 크리처지. 그리고 난 네 파트너고. 함께 활동한지는 1년 정도 됐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한숨을 내뱉는다.)
 
크로쉬:야, 그정도는 소문 좀 들어봤다 하면 알 수 있거든? 너는 얘가 얼마나 능글맞고 음흉한지 모르지? (척, 손가락질을 하며) 서글서글 웃는데 사실 지기 싫어해서 말은 한 마디도 안 져. 쓸데없이 잘생긴 얼굴로 지 불리할 때만 얼굴 써먹고 말이야. 넌 얘 체력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 얘가 처음에 나랑 침대에서ㅂ
 
스웨인:...!!!!!!!!(제 옆에 있는 크로쉬의 입을 황급히 막으며 외친다) 이쪽!! 이쪽이 맞으니까 그만해 미안해!!!
 
다른 누구도 아닌 크로쉬를 헷갈릴 리가 없잖아요.
 
뭐... 헷갈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는 긴 시간 함께 해온 당신의 동료인걸요.
 
동료를 넘어서... 침대 위 사정도 함께 했으니까요.
 
진짜 크로쉬를 짚어내자, 가짜 쪽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찰나의 순간이 흐른 뒤, 크로쉬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길쭉한 팔을 휘두릅니다.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크로쉬가 반쯤 날아갑니다.
 
당신이 놀랄 새도 없이, 크리쳐가 당신의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크리쳐는 어째서인지 공격하지 않으며,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당신이 얼떨떨하게 서 있는 사이, 그는 천천히 팔을 뻗어 당신의 양어깨를 움켜쥡니다.
 
역한 냄새가 밀려옵니다.
 
???: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신호를 보낸 거야. 크리쳐의 몸이면 공격당할 테니까. 이런 미세한 소리를 잡아낼 수 있었다는 건, 역시 스웨인, 네가 인간처럼 살고 있다는 크리쳐지? 널 여태 찾았어.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두 사람 중 한쪽이 크리쳐라는 건 도시 괴담처럼 돌아서 알고 있어. 너도 크리쳐잖아, 부탁이 있어. 제발, 나 좀 살려줘. 나도 사람처럼 살 수 있어. 응?
 
여태껏 단 한 번도, 크리쳐가 의사소통을 시도해온 적이 없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스웨인: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실패, SAN -1.
 
공교롭게도 그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파열음과 함께, 크리쳐는 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당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집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마가 찢어진 크로쉬가 흉흉한 표정으로 총구를 내립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인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친 모양입니다.
 
크로쉬:아... 진짜 거지 같네, XX! 헛소리를 왜 들어주고 있어?
 
스웨인:....................미안. (그제서야 어꺠에 들려붙어있던 잔해를 치우곤 그에게로 다가가 깨끗한 소매 부분으로 이마를 꾹 누른다.)
 
크로쉬:(따가운지 쯧, 혀를 차며 인상을 찌푸린다.) 뼈나 내장에 부상은 없고, 이마가 찢어진 정도야. 너 정말 아까 저거랑 나랑 헷갈렸던 거면 돌아가고 죽을 줄 알아.
 
스웨인:...미안. (한번 더 사과를 하고는 그의 이마를 톡톡 눌러 피를 닦아줬다.) 그리고 고마워 처리해줘서.
 
무언가 이상합니다.
 
마땅히 제거되어야 할 대상을 제거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크로쉬가 말하는 대로 정말 당신을 현혹하기 위한, 쓸데없는 소리였을까요?
 
상념이 이어지기 전,
 
크로쉬:됐어. 한 번만 더 미안하다고 하면 걷어 찬다. (네 손을 밀어내고는) 그보다, 이쪽으로 와.
 
크로쉬가 먼지를 털어내곤 조금 전까지 넘어져 있던 바닥을 가리킵니다.
 
빼곡하게 타일로 채워져 있으나, 크로쉬가 가리키는 곳의 타일만 다른 칸과 재질이 다릅니다.
 
크로쉬:네가 열어봐. 골 울린다.
 
스웨인:(고개를 끄덕이고는 타일을 들어올린다.)
 
당신이 손끝을 밀어 넣고 타일을 걷어내면,
 
아! 생존자들이 숨어있던 벙커를 발견합니다.
 
대피 구역이 전부 크리쳐에게 점령되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숨어있었군요.
 
쓰러진 와중에 바로 재질 차의 이상함을 알아차리다니, 역시 크로쉬입니다.
 
이것으로 구출 성공입니다.
 
당신과 크로쉬에게 구해진 사람들이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아, 정말 살았어요."
"말로만 듣던 분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우린 안전해!"
"아아, 신이시여……. "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생존자들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얼싸 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당신과 크로쉬를 신기한 듯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인을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들이밀며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물론 당신과 크로쉬는 거절해야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걸요!
 
거절당한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악에 물든 것 같아, 민망할 지경입니다.
 
덩달아 이쪽을 보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최악이네요.
 
그래요, 벙커 안에만 있기 힘들었겠죠.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당신의 마음까지 덩달아 쓰라려 옵니다.
 
울컥,하고 혈액 덩어리를 뱉은 당신은 그제야 '뾰족한 무언가'가 가슴을 관통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호흡이 어렵습니다.
 
아, 상급 크리쳐의 숨이 붙어있었군요
 
간신히 고개를 돌린 당신은 원망스러운 듯 당신을 바라보는 크리쳐의 형형한 두 눈과 마주합니다.
 
크로쉬:스웨인!
 
뒤늦게 크로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 아무래도 늦은 것 같습니다.
 
불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당신의 의식이 멀어집니다.
 
그래도 생존자들을 구출한 후에 죽어서 다행이에요.
 
임무의 절반은 성공했으니, 당신이 아주 잠깐 쉬는 것 정도는 용서해주겠죠.
 
풀린 눈으로 쓰러지는 당신을 크로쉬가 받아냅니다.
 
... ...
 
당신은 눈을 뜹니다.
 
폐부에서부터… 이런, 이제는 이 상황도 지겨울 정도네요.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던 당신은 찌릿한 통증에 힘을 잃고 도로 누워버립니다.
 
가슴 부근이 숨을 쉴 때마다 칼로 살을 저미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이건… … 이상합니다.
 
소생 후의 컨디션은 최고조여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당신은 자신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스웨인: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실패, 1d2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스웨인:
rolling 1D2
 
(
1
 
)
 
 
=
1
 
::SAN -1.
 
낯선 천장과 함께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해보지만, 이곳은 당신이 모르는 사람의 방입니다.
 
머리맡에 있는 귀여운 곰 인형이 크로쉬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어두컴컴한 창문 너머로 푸른 조명이 넘어오는 것을 보니, 일단 당신은 여전히 A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크로쉬가 죽은 당신을 길바닥에 둘 수 없어 적당한 민가 안으로 들어온 것 같네요.
 
스웨인:.....크, 로쉬?
 
크로쉬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방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걸 보면, 거실에 있는 걸까요?
 
스웨인:(당장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엉거주춤 몸을 옆으로 돌려 기어나가서라도 침대를 벗어나려해본다.)
 
힙겹게 몸을 일으키면, 그래도 어느정도 걸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심한 고통을 느끼는 건 얼마만인가요.
 
아니, 처음이라고 할 수 있나요?
 
힘겹게 거실로 나가자, 머리에 붕대를 감은 크로쉬가 소파에 앉아 무전기를 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기척에 고개를 든 크로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스웨인: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크로쉬의 거동이 낯섭니다.
 
평소의 그보다 조금 더 굼뜨고 불편해 보이네요.
 
단순히 머리를 다쳐서 그렇다기엔 더 아픈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
 
크로쉬:스웨인? (자리에서 일어나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굼띤 반응을 보인다.) 일어났네. 걸을 수 있겠어? 너 상처가 다 회복되지 않던데.
 
스웨인:....크, 로쉬. 너야말, 로.....왜 그래? 머리, 만...다친게....아냐? (온몸을 찢는 격통에 말은 조각으로 찢어져 겨우 문장을 이룬다.)
 
크로쉬:(쯧, 혀를 차고는 너를 이끌어 소파에 천천히 앉힌다. 미련하게 회복도 안된 게.) 아, 이건 너 죽고나서 크리쳐랑 싸우느라. 좀 피곤해서 그래. 너, 3일 동안 꺠어나지 않았어. 이런 적은 없었잖아. 정말 잘못된 줄 알았다고.
 
스웨인:....뭐?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이게 3일 동안 소생된 몸이라고? 이게? 아니 그것보다도) 왜 네가 싸웠어? 대피해있지, 왜...!
 
크로쉬:하... 그럼 3일동안 죽어 있는 널 냅두고 혼자 대피하리? 그럼 그대로 크리쳐들 밥이나 주는 꼴인데! (짜증스레 미간을 찌푸리다가) 정말 별 거 아냐. 3일 동안 혼자였으니까 좀 피곤해서 그래. 그보다 넌 네 걱정 먼저 하지 그래?
 
스웨인:차라리 날 버, (까지 말했다가 자기를 위해 남아준 그에게 못할 소리인걸 깨닫곤 입술이 짓물리도록 쎄게 깨물었다.) 난 죽었다 살아나면 돼. 걱정할거 없어.
 
크로쉬:형체가 남아 있어야 살아나든 말든 할 거 아냐. ... 그 이상 말하지마. 나 진짜 화낼거야. (서늘하게 가라앉은 시선이 마주치다 제 짐가방에서 비상용 구급상자를 꺼낸다.) 마음 같아서는 쉬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빨리 이동해야해.
 
스웨인:.....(입술을 꾹 한 번 더 깨물곤 묵묵히 그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여기서 더 그의 심기를 건들고 싶지 않았다.)
 
크로쉬:이걸 너한테 사용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능숙하게 네 옷을 걷어 지혈과 함께 단단히 테이핑한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생존자들은 그날 헬기에 태워 구조했어. 다음으로 2순위 사항이었던 크리쳐 제거로 임무가 넘어갔고. 다만 3일이나 지나 현재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크리쳐가 증식해버렸어.
현재 상부에서는 A시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안전지대 내부로 크리쳐가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크리쳐와 함께 A시를 폭파할 예정이야. 조속히 빠져나오라는 전언을 받았어. 시를 날릴 규모의 폭탄이 실린 헬기가 이쪽으로 오고 있고.
그런데─...
 
img
 
크로쉬:방금 막, 구조 요청 신호를 확인했어. 위치는 X 제약 회사.
 
크로쉬는 특수한 신호가 뜨는 무전기의 화면을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크로쉬:기상 악화로 인해 더 이상의 무전은 어려워. 헬기에 폭격 지연 요청은 안 될 것 같고…
네가 정신을 차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구조를 포기하려 했는데, 다행이네.
나 혼자 가서 구해올게. 넌 부상이 심하니 먼저 빠져나가.
 
스웨인:.....안 가. 못 가. 네가 가서 구해온다고? 그동안 난 빠지고? ....하, 크로쉬 일럼. 웃기는 소리 마. 네가 여기 있는데 내가 어딜가? 이 거동도 힘든 몸뚱아리 둘로? 그래. 만약 억지로라도 가겠다면 가. 이런 내 부탁을 거절하고도 가려면,
내가 빠져나간다는 보장은 물론 없겠지만 말야. 이것도 내 선택이니 존중해주고.
 
크로쉬:(미간 사이가 더욱 구겨진다.) 스웨인. 이건 임무야. 어느 쪽이 더 효율이 좋을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합리적으로 나 혼자 갔다 오는 게 더 성공률이 높아. 네 스스로도 알고 있을 거 아냐. 그리고 너, 지금 나 협박해? 너 두고가면 그냥 여기 박혀서 폭발에 휘말려 뒈져버리겠다고?
 
스웨인:어. 임무를 빌미로 협박하는거야. 가려면 나도 데리고 가고. 너라고 거기 구하러 가서 무사히 살아나올 수 있단 보장 있어?
 
크로쉬:(XX,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제 머리를 뒤로 쓸어넘긴다. 이 새끼가 진짜.) 네 몸상태는 네가 더 잘 알거 아냐. 야, 내가 너랑은 달라도 그래도 나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야. 너 내가 뭐 남을 위해 희생하는 성인군자인줄 알아? 이것보다 더 안 어울리는 것도 없겠다!
 
스웨인:그래. 최강 인류지. 나와는 달리 '사람'이고. 너는 나랑 다르게 머리에 파편 하나만 박혀도 죽는 사람이야. 사람이라고...! 내가 왜 몰라. 이게 협박인거 알면서도 가지 말라고 부탁하고 있잖아. 그게 어려워? 하면 안돼? 난 당장의 구출보다도 우리의 탈출을 중요시 할거야. 그래야 살아서 다음 임무라도 받겠지.
 
크로쉬:너도...!! (눌러 참았던 큰 소리가 터져 나온다. 곧 눈을 꾹 감고 길게 숨을 내뱉지만.) ... 가지 않을 수는 없어. 우리의 임무 1순위는 생존자 구조야. ... 같이 갈 거면 준비해. 네 멋대로 해라. 이번에 죽으면 진짜 두고 갈 거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제 짐을 정리하러 간다.)
 
스웨인:좋아. 이번에는 부디 꼭 놔두고 살아남아. (끝까지 한마디도 지지 않고 절뚝절뚝 다리를 절며 방으로 돌아가 흐트러진 짐과 무장을 챙긴다.)
 
크로쉬:짜증나게 하지마라. 안 그래도 되도 않게 인내심 발휘하는 중이니까. (신경질적으로 짐을 챙긴다.)
 
두 사람은 짐을 챙겨 민가를 빠져나옵니다.
 
X 제약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치료용 연고의 판매로 대중들에게 친숙합니다.
 
신호가 나오는 곳은 X제약의 지하입니다.
 
크로쉬는 지도를 살피며 가장 빠른 루트를 짜 신속히 움직입니다.
 
그럼에도 크리쳐 개체 수가 급증한 A시에서 크리쳐를 마주치지 않을 수는 없겠죠.
 
조우한 크리쳐의 수 25마리
 
스웨인:(손에 들고 있던 총을 약식으로 받쳐들고 한치의 호흡도 없이 그대로 발포한다.)
대 그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4
 
마주쳤던 크리쳐들의 반절 이상의 머리가 일제히 뒤로 날아갑니다.
 
당신이 최강의 크리쳐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정확한 명중입니다.
 
남은 크리쳐의 개체 수 11
 
크로쉬:(아무 말 없이 쥐고 있던 총으로 목표를 조준해 일제히 발포한다.)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85/42/17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또다시 남은 크리쳐의 반절이 속절없이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남은 크리쳐들은 본능적인 두려움이라도 느끼는 듯 도망을 시도합니다.
 
쫓아갈까요?
 
스웨인:무시하고 가자. 구출하고 빨리 빠져나가야해.
 
크로쉬:... 그래. (총을 갈무리하고는 정해진 루트를 따라 빠르게 움직인다.)
 
루트를 따라 도착한 X 제약의 입구에는 다수의 크리쳐가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무력으로 저들을 뚫고 지나갈 수밖에 없겠네요.
 
조우한 크리쳐의 개체 수 17마리
 
스웨인:좀 비켜라 (이번에도 조준 후 발포한다.)
대 그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0
 
퍽─!!
 
입구 앞을 서성거리던 크리쳐들이 일제히 바닥에 쓰러집니다.
 
아주 훌륭한 솜씨예요!
 
덕분에 1층에 수월히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1층까지 진입은 수월했으나, 지하로 가는 길은 자동 개폐 시스템으로 막혀있습니다.
 
개폐를 해제하기 위해선 경비실로 들어가야겠네요.
 
크로쉬:(1층 내부 구조를 짧게 훑어보고는 바로 찾아낸 경비실 안으로 들어간다.) 깊게 숨겨져 있진 않을 것 같아. 내가 좌측부터 살펴볼게.
 
스웨인:좋아. (곧장 반대로 가 우측부터 쭉 훑는다.)
 
크로쉬는 벽에 손을 짚고 내부를 빠르게 훑어봅니다.
 
당신 역시 개폐 버튼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던 중, 책상 위의 컴퓨터를 발견합니다.
 
수십 개의 화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는 감시카메라 화면입니다.
 
회사 외부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는 사람이 없는 지금까지도 작동 중이지만, 내부의 카메라는 대부분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스웨인: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득, 당신은 카메라에 비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합니다.
 
주차장 너머로 작게 보이는 곳은 분명 3일 전 당신이 죽어버린 곳입니다.
 
익숙한 장소를 비추는 영상의 확대가 가능합니다.
 
스웨인:(영상을 확대한다.)
 
영상을 확대하며 두어 번 클릭하자, 그 영상이 촬영된 날짜와 시간대를 전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그러고보니 당신의 사망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설명받지 못했었죠.
 
3일 전 날짜를 입력한 뒤 확인해볼까요?
 
스웨인:(3일 전 날짜를 입력한 뒤 영상을 확대해 확인해본다.)
 
입력한다면, 다음 내용의 저화질의 영상이 재생됩니다.
 
사방에서 안타까운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크로쉬가 쓰러지는 당신의 몸을 받아내며, 군화 굽으로 쓰러져있던 상급 크리쳐의 핵을 터뜨립니다.
 
크로쉬:"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한탄하듯 말한 크로쉬는 당신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크로쉬:"푹 쉬어. 가장 중요한 일은 끝났으니까."
 
─라고 말하면서요.
 
이변은 잠시 후에 발생합니다.
 
분명 죽었을 터인 당신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크로쉬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당신을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크로쉬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크로쉬:"스웨인? 벌써 회복한 거야?"
 
시민들이 웅성거립니다.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는 거지?"
 
그때, 당신이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크로쉬는 당신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당신에게 걷어 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크로쉬는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당신은 크로쉬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달려든 크로쉬에 의해 저지됩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내동댕이치고, 엉겨 붙어 목을 조르고,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는...
 
그 모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스웨인: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성공, SAN -1.
 
영상은 크로쉬에 의해 중간에 종료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이 흐릅니다.
 
크로쉬:... 일단, 임무가 끝나고 말해. 거짓말한 건 미안. 하지만 우리는 지금 임무를 끝내러 왔잖아? 시간이 얼마 없어.
 
스웨인:.............하, 하하.... 그럼 그렇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몸을 확 돌리곤 개폐 장치를 찾는다.)
 
크로쉬는 그런 당신을 보며 아무 말도 없이 어느덧 찾아낸 개폐 버튼을 누릅니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 두 사람은 정확한 신호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호는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스웨인:내려가지. (곧장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개폐된 문을 지나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 어느새 연구실이라는 팻말이 적힌 문을 발견합니다.
 
문을 열면 황량한 연구실의 내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있습니다.
 
대부분이 정리된 지금 볼 수 있는 건 많지 않네요.
 
크로쉬:... 구조 요청을 보낸 건 저 사람인 것 같은데. (엎어진 남자를 향해 다가간다.) AOC 소속 요원입니다. 괜찮으세요?
 
스웨인:(혹시나 싶어 총을 겨눈 채 크로쉬의 옆으로 가 남자를 살핀다.)
 
▶엎어진 남자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50대로 보입니다.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습니다.
 
스웨인:(혀를 차며 핸드폰을 손에서 뺴 살핀다.)
 
▶핸드폰
 
구조신호를 보낸 시각은 크로쉬의 무전기에 신호가 도달한 시각과 일치합니다.
 
당신이 핸드폰을 살펴보면, 메모장에 적힌 글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주문, [알파를 재우는 자장가]
마력 1D6을 소모해 폭주한 알파형 크리쳐를 진정시킨다.
문을 시전하기 전, 시전자가 차례대로 지능, 정신력 판정에 성공해야 한다.
시전자는 한 라운드에 하나의 특성치 판정만 가능하므로 총 두 번의 턴이 요구된다.
 
스웨인:(이게 뭔 소린가 싶지만 일단 외운 후 핸드폰을 챙겨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남자가 엎어진 테이블도 살핀다.)
 
▶테이블
 
연구 일지를 정리한 종이가 늘어져 있습니다.
 
... ...
 
당신은 생각해냅니다.
 
당신은 자신이 이전,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 휴가를 떠나기 전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의 건물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나날,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날이나, 지하철에서 창밖을 바라본 일, 바다를 보며 해안선을 따라 걷던 일,
 
당신은 전부 기억해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추억을 함께 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 그래요. 당신이 아주 잘 아는 사람입니다.
 
바로 당신의 파트너인 크로쉬입니다.
 
기억이 없는 당신의 곁에서, 마치 처음 봤던 것처럼.
 
당신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은 이제 괴물이 아닙니다.
 
당신은, 사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스웨인: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실패,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스웨인:
rolling 1d5
 
(
4
 
)
 
 
=
4
 
::SAN -4.
 
스웨인:............(알아낸 것을 알았다 하지 못하고 연구 일지를 접어 마찬가지로 품 안에 챙긴다. 할 말과 못할 말은 구분해야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그래야했다. 그에게서 멀어지듯 걸음을 옮겨 벽면의 서랍을 열었다.)
 
▶벽면의 서랍
 
빼곡한 서랍에는 다양한 연구 재료가 들어있습니다.
 
그 중 한 칸만이 열쇠로 잠겨있습니다.
 
열쇠를 찾거나, 아니면 힘으로 뜯어낼 수밖에 없겠네요.
 
스웨인:(덜컹이며 열리지 않는 서랍에 혀를 차곤 남자에게 돌아와 품 안을 뒤적인다.)
 
남자의 주머니를 뒤적여 보면, 열쇠 하나를 발견합니다.
 
스웨인:(열쇠를 꺼낸 후 다시 서랍으로 돌아와 열어본다.)
 
열쇠를 사용해 서랍을 열면, 서랍 안에서 편지 꾸러미를 발견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장의 편지입니다.
 
편지는 서로 다른 글씨체로, 두 번째 편지는 반쯤 구겨져 있습니다.
 
작성자가 보내지 못하고 보관한 것 같네요.
 
날짜는 1년 반 전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했더니, 이건 명백한 밀서였습니다.
 
스웨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렇습니다.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해버렸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여태 죽인 생체형 크리쳐는 총 몇 마리,
 
아니, 몇 명인가요?
 
스웨인: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실패, 1d3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스웨인:
rolling 1d3
 
(
1
 
)
 
 
=
1
 
::SAN -1.
 
C.V에 노출된 사람은 크리쳐가 됩니다.
 
그 기간은 당신으로서 짐작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 ...
 
크로쉬의 뺨은 상기되어 있습니다.
 
이마에 감겨있던 붕대가 느슨하게 내려옵니다.
 
머리의 상처는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아니, 오히려 크로쉬의 컨디션은 한결 좋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크로쉬:스웨인, 나─...
 
컨디션과 대조적으로 크로쉬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변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쪽은, 몸의 주인인 크로쉬일 게 뻔합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는 크로쉬는 어차피 언젠가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단순히 그 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당겨진 것 뿐이고요.
 
img
 
img
 
스웨인: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SAN -1.
 
어느 순간, 크로쉬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당신이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크로쉬가 당신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당신은 대응할 틈도 없이 크로쉬에게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다시 한번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당신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는 크로쉬의 얼굴이 비칩니다.
 
이내, 크로쉬는 당신을 내동댕이칩니다.
 
강한 충격과 함께 당신의 시야와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립니다.
 
머릿속 내내 이명이 들리며 당신의 코에서부터 혈액이 흘러내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다시 크로쉬의 모습을 눈으로 좇으면… …
 
크로쉬는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서부터 쿵, 쿵, 쿵, 하고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과 벽을 전부 파괴하고 부수고 있군요.
 
당신을 공격한 크로쉬는 폭주 상태로 건물의 가장 높은 곳까지 향합니다.
 
스웨인:안, 돼. 크로쉬. 안돼.....안돼....! (비명과도 같은 단말마를 내뱉으며 피가 흘려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부서질듯한 몸을 이끌며 건물을 올라간다.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후들거리는 다리는 당신이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강한 힘을 싣고 내리친 주먹과 발길질로 움푹 팬 채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위로, 위로, 더 위로. 크로쉬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당신은 한참 뒤에서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잠겨있던 옥상의 철문은 억지로 열린 것인지, 단순히 그 너머로 가겠다는 의지 하나에 의해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너덜너덜한 문짝을 걷어내면,
 
... 크로쉬가 있습니다.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눈이 쏟아지고, 하늘은 새카맣지만, 여전히 새파랗게 밝은 건물의 빛을 등지고 선 크로쉬의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크리쳐라도 괜찮다고 했던가요?
 
크리쳐와 인간도 공존할 수 있다고 했던가요?
 
크리쳐와 인간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했던가요?
 
전부 위선입니다.
 
크로쉬는 당신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지금, 크로쉬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스웨인:.....크로, 쉬. ...크, ....쿨럭, 크로쉬......
 
크로쉬:(다른 한 손에 쥐여져있는 기괴하게 휘어진 총을 옥상 난간 너머로 던진다. 잠시 그대로 허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널 바라본다.) 안녕, 스웨인. 내가 제법 심하게 굴었나보네. 하지만 봐줘. 나도 너한테 맞았었으니까. (그리 말하며 빙긋이 웃는다.)
 
스웨인:...응, 갈비뼈가 나간 것 같던데. 나도 지금 머리뼈에.....금, 간 것 같아. 목도 꽤나...졸렸고. (계속 말하는 중간 중간 잔기침을 쉴새없이 뱉어낸다.) ...아이러니하네. 여기 들어올 때, 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크로쉬:그럼 빨리 병원에 가야겠네. 이제 넌, 크리쳐가 아니니까. (더딘 회복, 이성을 잃고 싸웠음에도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 본래 그는 머리가 좋다. 그러니 현재 그의 상황도 유추할 수 있었으리라.) 이런 기분이었구나. 크리쳐가 된다는 건.
 
스웨인:.....그런 기분을 나는 모르겠지만 말야. (기억이 없는 자신과는 달리 그는 기억이 있으니 그 고통이 더하겠지. 하지만 감히 동정치 않았다. 그저 그를 바라만 봤다.) 빨리 병원에 가긴 어딜가. 나 혼자 보내려고? 아까도 이걸로 싸웠던 것 같은데.
 
크로쉬:... 구조를 부르면, 헬기가 도착하겠지. 아직 시간은 있어. 아니면 뭐, 데려다줄까? 지금의 나는 마치 크리쳐였을 때의 네 무력과 비슷할 것 같은데. (너덜거리는 장갑을 낀 손을 내려다본다.) 알잖아? 지금 네게 있어 가장 위험한 건 바로 나야. 나를 제어할 수 없는 건 정말 짜증나네.
 
스웨인:데려다주긴 뭘 데려다줘. 같이 가야지. 나 혼자 두려고? 아까부터 계속 헛소리만 하네 너 답지 않게. (그러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무슨 소리야 나는 죽여야 제어할 수 있던게 너는 네 스스로 붙잡았잖아. 역시 대단하네 너는.
 
크로쉬:이제 넌, 인간이잖아. 널 멋대로 개조했던 그 개같은 새끼들 신경 쓸 거 없이 네가 하고 싶었던 걸 하면 되겠지. 이제 그 목줄은 네가 아니라 내가 차야겠다~! (하하, 소리내 웃으면서도 덜덜 떨리는 주먹을 제 손으로 감싼다. 제 안쪽에서 들끓는 파괴 본능을 억누르며) 아주, 잠깐 뿐이야. 당장이라도 손에 잡히는 걸 전부 으스러트리고 싶은 걸 참는 중이니까.
... 그럼 이런 나를, 네가 죽여주려고?
 
스웨인:내가 그 새끼들을 왜 신경써? 이미 한 놈은 골로 갔는데. (터벅, 터벅, 문에 기대었던 몸을 떼고 힘겹게 그에게로 다가갔다. 한잘자국씩 다가갈 따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아, 참 어이없지. 기억이 돌아오니 자연스레 감정이 치솟았고 감정이 치솟으니 이성이 잠긴다. 그를 말리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나는, 기억이 있던 과거에도, 기억을 잃은 과거에도 널 사랑해. 지금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난 널 죽이지 않을거야. 네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을 나는 아니까. 약이 있다는건 치료할 수도 있단거니까. 난 너와 너의 지식을 믿으니까 내가 해내도록 할거야. 네가 죽지 않고도 살 수 있게.
 
크로쉬:... 난, 널. 네가 날, 기억하지 않는 순간에도. (휴가 내내 연락이 되지 않았던 너를, 다시 만났을 때 나를 기억하지 않고 크리쳐가 되었다고 하던 너를.) 계속해서, 너를 사랑했어. 스웨인. (네게 있어 위선이었을지 몰라도, 나는 네가 인간이어도 크리쳐여도 상관없다 늘 그리 생각했었지.)
(힘을 줘 뻐근해진 턱을 따라 식은 땀이 떨어진다. 점점 가빠져가는 호흡이 더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너라면─.) ... 그러니까, 잘 막아야해. 내가 내 손으로 널 죽이게 두지마.
 
크로쉬는 마치 튕겨져 오르듯 빠르게 몸을 움직여 당신을 향해 돌진합니다.
 
::전투를 시작합니다.
전투 순서 : 크로쉬 > 스웨인
 
크로쉬:(뿌드득, 뼈가 울리도록 세게 틀어쥔 주먹을 빠르게 휘두른다. 하지만 어딘가 불안정한 모습이다.)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34296
+2: 극단적 성공
+1: 어려운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피해: 7
 
불안정한 자세로 휘두른 주먹으로 인해 패널티 -2
 
스웨인, 회피가 가능합니다.
 
스웨인: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퍽─!!!
 
피하려 시도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움직임이 굼뜹니다.
 
정확히 오른쪽 뺨을 가격 당한 당신은 시멘트 바닥을 한 차례 구릅니다.
 
스웨인:(뺨을 정확히 가격당한 탓에 지면과 크게 부딪히며 골이 울린다. 사실 말은 쉬이 했어도 이미 큰 부상에 그에게 한차례 맞았던 자신으로써는 제압할 길이 없다는걸 안다. 죽는건 두렵지 않다. 이미 수차례 죽어봤으니까. 다만) 네가 기억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리 말하며 큰 기침과 함께 자리에서 비척비척 일어나 어떻게든 주먹을 휘두른다.)
비무장
기준치: 55/27/11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이미 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러보지만 크로쉬에게 주먹이 닿지 않습니다.
 
크로쉬는 당신을 때리고 한 차례 비틀거리더니
 
크로쉬: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412166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실패
피해: 3
 
파괴 본능을 억누르듯 떨리는 팔을 세게 부여잡습니다.
 
스웨인:(그를 때릴 자신이 더는 없어 바닥에 주저앉기 직전 가슴팍을 억누르는 손 끝에 무언가가 걸린다. 핸드폰...핸드폰.....핸드폰? 갑작스레 머릿속에 무언가가 지나간다. 자장가. 무언가를 소모해 재운다던 주문. 그런 것 따위 믿지 않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시도해본다.)
 
스웨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성공.
 
당신은 주문을 시전하기 시작합니다.
 
허나 아직 완벽한 주문을 맺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주문을 끝맺기 전에 크로쉬가 한번 더 움직입니다.
 
크로쉬: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393358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피해: 3
헉, 허억... (거친 숨이 터져나온다. 힘줄이 솟아 잘게 떨리는 주먹이 허공을 스쳐 제 뺨을 세게 치고 지나간다. 그 충격에 잠시 다리를 비틀거린다.) 뒈지게, 아프네... XX...
 
크로쉬는 이번에 당신이 아닌 자신의 뺨을 후려칩니다.
 
그 자신도 계속해서 스스로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요.
 
온전히 당신이 자신을 막을 수 있으리라 믿으며, 그는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어냅니다.
 
스웨인:안돼! (그가 자신을 후려치는 모습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니, 아니다. 여기까지 와서 감상에 빠져선 안된다. 어서 재워야해. 재워서 살아남아야해.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그리 되네이며 주문을 마저 더 외워본다.)
 
스웨인: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크로쉬의 몸이 천천히 무너집니다.
 
거칠게 내쉬던 숨이 아닌, 모든 것을 일순 토해내는 듯이.
 
그대로 시멘트 바닥으로 쓰러진 크로쉬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마치 편안한 듯, 부드러운 숨을 내쉴 뿐.
 
재우는 주문이라고는 했지만, 정말로 잠에 들게 하는 건 아닌가보네요.
 
크로쉬는 지쳐 풀린 눈으로 당신을 찾아 눈동자를 굴립니다.
 
곧, 눈이 마주치고.
 
눈꼬리를 접어 웃을 뿐이죠.
 
크로쉬:하하─... 정말로 막았네? 정말로 가능할 거라고, 솔직히 안 믿었는데...
 
스웨인:....크, 콜, 콜록,ㅡ 컥... (그제서야 끝났다는 듯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아 기듯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이내 머리를 쓸어주며 느리게 웃는다.) 그러게. 나도 이런거 안 믿었는데 믿어야겠어.
...일단은, 콜록, 나중에 말하고 탈출부터 할까?
 
크로쉬:사람이 크리쳐가 되는 세상에서... 뭐가 가능하지 않겠어. (제 손을 움직여 제 시계를 본다. 망가져 액정이 깨져있지만 어느정도 시간의 윤곽이 보인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대략)
스웨인, ... 하나 결정할 게 있어.
네 목걸이를 풀 수 있는 리모콘은 나에게 있어. 그러니까... 네가 원한다면 우리는, 이곳을 영원히 빠져나갈 수도, 윗대가리들을 정리할 수도, 아니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는 거야.
... 어떻게 할래? 네가, 홀로 보내는 건 죽어도 싫다고 하니까~ 두고 가라는 말은, 안 할게. 하하~...
 
스웨인:날 잘 알아서 다행이다. (흠 소릴 내며 고민하다 무언가 생각난 듯 말한다.) 돌아가보는게 낫지 않을까. 윗대가리를 쓸어보는 것도 좋고 도망치는 것도 좋지만 난 크리쳐가 된 너를 되돌리고 싶어. 그러려면 우리는 좋든 싫든 연구가 필요할거야. AOC에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많을테고. 그들의 협조를 구한다면 보다 쉽게 사태가 일단락 되지 않을까?
목걸이 푸는 방법도 알고 무력도 우리가 쎈데 상부에 쫄릴게 어딨어. 안 그래?
 
크로쉬:... 그래. 연구 기관이 있다는 건,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 수도 있다는 거겠지. 또 내가 누구야. 최강의 인류이자 이제는 최강의 크리쳐가 된 크로쉬 일럼이잖아~. ... 네 선택을 존중할게, 스웨인. 돌아가자. (손을 뻗어 아까 전 자신이 때렸던 뺨을 조심스레 쓸어준다.)
그러니 네가 구조 요청 해라~..!
 
스웨인:네네, 알겠습니다. (워치가 채워진 손목을 들고 잔뜩 금이간 화면을 어떻게든 눌러 구조요청을 보낸다.)
 
당신의 구조요청에, 얼마 지나지 않아 헬기 한 대가 도착합니다.
 
헬기에 올라탄 두 사람은 운전사의 무전으로 약간의 잔소리를 듣습니다.
 
폭발에 휘말리면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 몇 번의 꾸지람이 이어진 뒤에서야 헬기는 A시의 밖으로 벗어납니다.
 
야경이 아름다웠던 도시는 헬기가 완전히 벗어난 뒤에서야 폭발과 함께 불길에 휩싸입니다.
 
창문 너머의 붉은 빛이 당신과 크로쉬의 얼굴에 내려앉습니다.
 
분명 밝아야 하는데, 짙게 내려앉은 그림자는 서로의 표정을 알기 어렵게 만듭니다.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 않아.
 
두 사람은 같은 마음을 안고,
 
더 낮게,
 
더 깊은 곳으로...
 
::스웨인 휘슬러 , 크로쉬 일럼 ???
스웨인과 크로쉬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