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시나리오 플레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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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잿빛 세계를 밝히는 휘황찬란한 청색 네온사인.
안전지대의 한복판, 대형 스크린에서 반짝이던 광고가 멎습니다.
불길하게 깜빡이던 화면 위로 《긴급 속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것은 낯선 아나운서의 얼굴입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대본을 몇 번 고쳐 잡은 뒤 가까스로 말합니다.
아나운서의 뒤로 익숙한 AOC 건물과 함께 처형이 예정된 'A급 범죄자'들을 촬영한 영상이 지나갑니다.
긴급 속보로 어수선한 거리 한가운데,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스웨인 휘슬러:
당신은 그 범죄자들이 또 다른 AOC 대원들임을 깨닫습니다.
크로쉬, 그리고 당신과는 합동 임무를 진행하곤 했었죠.
하지만… 그런 짓을 저지를 리가 없습니다.
그들의 충성도는 익히 알고 있잖아요?
동료들이 오늘 처형 당합니다.
당신들의 죄목을 덮어쓴 채로,
갑작스럽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익숙한 비일상 감에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흐릅니다.
스웨인 휘슬러:
그런 모브들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더라도 옛 동료는 동료이며, 당신이 원인이니까요.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평범하게 점심을 조달하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 있던 빵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를 얻은 그 날로부터 벌써 1년이 흘렀네요.
당신은 크리쳐를 죽이고 터뜨리는 대신 페인트칠이나 주차 대행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았습니다.
이놈의 월세는 어찌나 비싸던가요?
그리고,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이제야 평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당신의 괴로울 정도로 날카로운 감은 뾰족하게 경보를 울립니다.
어떻게 엮이든 위험한 일이 생길 거라고!
그때였습니다.
당신은 '어떤 위협'을 느끼고 다섯 걸음 물러섭니다.
민첩한 반사 신경은 어떤 아르바이트 생활을 했더라도 조금도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 직후, 철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붉은 액체가 튀어 오릅니다.
당신의 옷에도 몇 방울이 묻어버렸습니다.
이것의 정체는 평범하게…
파스타 소스를 끼얹은 사람(기절 상태)입니다.
크로쉬 일럼:스웨인─!!
그리고 크로쉬가 등장합니다.
크로쉬는 근처 빵집에서 레토르트 파스타를 먹으며 속보를 보다 추격자에게 습격당했습니다.
포크와 먹던 파스타만을 사용해서 제압했으나, 상당히 배가 고팠기 때문에 지금은 엎어진 파스타에 신경이 쏠려있을지도.
스웨인 휘슬러:..............(파스타 소스 탈탈 털어냄...)
크로쉬 일럼:아... 내 아까운 점심! (쯧, 혀를 차고 쓰러진 사람을 발로툭툭 밀어내다) 그보다, 너도 봤어? 방금 전 뉴스.
스웨인 휘슬러:봤어. (고갤 끄덕이곤) 공개 처형 명단 이야기하는거지?
크로쉬 일럼:응. 카트린이나 에보니, 앨릭... 앨릭이 아니라 알렉이었나? 아무튼, 별로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괜히 억울한 사람 죽게 생겼네. 괜스레 찝찝한걸.
스웨인 휘슬러:그러게. (사실 별 생각이 없으면서도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불쾌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특히나 다른 사람이 자신 대신에 처벌을 받는다면 말이다.) 우리가 저지른 일을 뒤집어 썼다던데. 그렇게 소모품으로 쓰일 사람도 아니지 않았나?
크로쉬 일럼:그러게. 이거, 분명 우리를 겨냥한 함정이라고 느껴지는데? (고개를 까딱이다) 있지, 그럼 아예 우리 쪽에서 쳐들어가는 건 어때? 이렇게 계속 쫓기는 것도 슬슬 짜증 나던 참이거든. 지금처럼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1년 정도면 포기할까 싶었지만 여전히 끈질기도록 찾아오잖아. 역시 숨으면서 사는 건 내 성격에 안 맞아!
스웨인 휘슬러:그렇겠지. 너희 때문에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는게 싫으면 여기로 오라는 도발로 들리거든.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며) 적당히 하고 넘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강경해서 놀랍네. 대원이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지만... (방금 전까지 뉴스가 흘러나오던 화면을 한번 흘겨봤다.) 이렇게까지 우릴 기를 쓰고 부르는 것도 알아야겠어.
크로쉬 일럼:그렇지? 그래도, 질거라는 생각은 안 드네. 내가 또 누구야? 최강의 인류이자, 이제는 최강의 크리쳐잖아? (덧붙인 뒷말은 네게만 들릴 듯 목소리를 낮춘다. 키득거리며 가벼이 웃고) 나는 언제나 진실을 탐구하고 또 이루어내지. 그렇다면 잘못된 걸 알아차렸다면 고쳐야 하지 않겠어?
스웨인 휘슬러:그래. 그리고 난 최강의 크리쳐였던 최강의 인류지. (그의 손을 잡아 손등에 입을 맞추며 웃었다.) 나는 언제나 숨어있는걸 꺼내어 갈고 닦아 세상에 내놓는 사람이지. 그러니 네가 원하는게 있다면 물심 양면으로 도와 그것이 빛을 내게 할거야. 네가 원하는 것이 진실이던, 혹은 다른 것이던.
당신의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 크로쉬는 빙긋이 미소를 짓습니다.
AOC로 가기 전에 숙소에서 짐을 챙기는 것이 좋겠죠.
지금 당장 가기엔 추레한 몰골일 테니까요.
크로쉬 일럼: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장비를 챙기는 게 좋겠네. 퇴사한 직장에 돌아갈 줄은 몰랐지만? 군복을 챙겨서 나오길 잘했군. (툭, 네 어깨를 두드리고 앞장서 걸어간다.)
스웨인 휘슬러:그러는게 좋겠네. 잠입한다하면 아무래도 평상복보단 군복을 입고 활동하는게 편하니까. (그의 뒤를 따라 숙소로 향했다.)
둘이 함께 지내는 숙소에 도착하면, 방은 상당히 좁습니다.
하지만 그 비좁은 방에 위치한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올리면 감춰두었던 총기와 칼 등의 무기가 있습니다.
만일을 대비해 음식을 챙기는 것도 괜찮겠네요.
스웨인 휘슬러:(이미 1년이나 지났지만 몸은 그 감각을 잊지 않은 듯 빠른 손놀림으로 장비를 챙긴다. 가방에 총기와 단검 등의 무기가 쉽게 들어가고 그가 군복을 챙기는 동안 숙소에 있던 약간의 음식 -특히 비상식량-을 챙겼다.)
탄환은 없으나 일단 총기와 단검 등의 무기를 챙깁니다.
짐이 많아질 수는 없기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음료수를 하나씩 챙겼습니다.
::음료수와 음식은 섭취 시 각각 HP +1, 이성 +1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크로쉬는 옷장 한구석에서 방치된 AOC의 군복을 꺼냅니다.
AOC에 잠입할 예정이라면 이보다 좋은 작업복도 없겠죠.
당신 또한 짐을 챙긴 후 군복을 착용합니다.
서스펜더를 조이고 조끼를 여민 뒤 거울을 보면,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그 모든 사건이 있었음에도 당신은 정의를 추구합니다.
아니,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걸지도 모르죠.
밖으로 나서는 걸음은 새하얗게 쌓인 눈 위로 묵직하고 정갈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숨을 들이마시면 여전히 폐의 깊은 부분까지 얼어붙는 듯한 추위, 안전지대의 겨울은 매섭습니다.
날카로운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신뢰감 넘치는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이 그에 따라 휘날립니다.
회색 세계에 걸맞은 회색 건물, 그리고 청색 유리창, 정의와 안전의 상징인 특수 부대 AOC
이제는 익숙하고 지겹고 끔찍한 당신의 예전 직장입니다.
몇 번의 추적자가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으로 돌아오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당신과 크로쉬는 이곳까지 어떻게 왔나요?
억울하게 누명을 쓴 동료들을 구하겠다고 다짐했나요, 아니면 자백하고자 하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찾아왔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평화로운 삶을 존속하기 위해 돌아왔나요.
크로쉬 일럼:(높게 올라간 건물을 바라보다) 자, 이제 진입이 문제네.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건 정말 나 잡아주쇼 하는 거니까. 잠입할 거지?
스웨인 휘슬러:(건물 앞에서 팔락이는 현수막을 멀거니 봤다. 걱정말아라, 라. 과연 저 말을 지금 믿는 시민이 몇이나 될까. 정부는 무능하며 사람들은 그들을 믿지 않지. 이 곳에서 근무했던 우리조차도. 그렇기에 도망쳤는데...이렇게 될 줄이야.)
크로쉬 일럼:역시 그렇지? 그럼 길 안내는 내가 할게. AOC에서 지내는 동안 파악하지 못한 진입 루트는 없거든─.
길 안내는 크로쉬가 앞장섭니다.
알려지지 않은 루트를 예전에 파악해뒀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면서요.
크로쉬 일럼:특별히 대단한 길은 아니지만, 허를 찌를 수는 있겠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우리한테는 그거면 충분해.
크로쉬가 당신에게 묻습니다.
크로쉬 일럼:그래서, 기는 쪽이 좋아, 나는 쪽이 좋아?
스웨인 휘슬러:흠, 어렵네. (의외로 정말 곤란하단 어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체격에 기어들어가는게 가능할지 모르겠고...나는건 더더욱 눈에 띌테니까. 그냥 기는게 나으려나?
크로쉬 일럼:원하는 건 뭐든? 둘 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냥 끌리는 거 아무거나 골라 봐. 네가 기어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도 되고, 날아서 눈에 안 띌 자신도 있거든─. (히죽)
스웨인 휘슬러:(히죽이는 모습에 그가 이 상황이 마냥 재밌기만 하단 것을 여실히 느껴....하나를 골랐다.) 기어서 가자.
크로쉬 일럼:그래, 그럼 기어서 가는 루트로─.
AOC 본부 근처, 하수도 뚜껑을 크로쉬가 여는 모습을 보며 당신은 문득 대답을 후회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정의를… 정의를 위해서
… …
정의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인간의 존엄성에 관해 되돌아보며, 두 사람은 하수도 아래로 내려갑니다.
당연하지만 쥐도, 벌레도 잔뜩입니다.
위생상 최악이네요.
크로쉬는 복잡한 하수도의 구조를 전부 기억하고 있는 듯 막힘없이 걸음을 움직입니다.
악취나 환경은 최악이지만, 그래도 CCTV에 걸릴 일은 없는 안전한 루트를 선택한 것 같네요.
그럼 날아서 가는 건 어땠을까?
... 크로쉬가 즐거워 보였으니 그 이상 생각하는 건 그만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어간다고 했을 때 조금 아쉬워 했던 것 같기도 했으니까요...
크로쉬 일럼:아마, 수뇌부라면 최고층에 있을 테니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할 거야. 나 아니었으면 누가 이런 하수도에 CCTV를 설치할 생각을 하겠어? 이 하수도 엄청 복잡하거든. 가끔 뭔 팔뚝만 한 쥐도 나온다?
스웨인 휘슬러:하긴 이런 곳까지 신경 쓸 위인들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사회가 어지럽지도 않겠지. (악취로 인해 머리가 조금 어지럽긴 했으나 코와 입을 손으로 틀어막아 장갑의 냅새로 덮으려 애쓴다.) 팔뚝만한 쥐? 물리면 큰일나겠네.
크로쉬 일럼:이런 곳까지 들어올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한 거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뻗지는 않을 테니까. (흘끔, 곁눈질로 널 살피며) 조금만 참아. 거의 도착했으니까. 1년 동안 쉬었다고 너무 약해진 거 아니야? (그리 말하면서도 발걸음을 재촉한다.)
스웨인 휘슬러:1년 동안 쉬어서 약해진게 아니라 1년 동안 쉬더라도 오감은 그대로라 악취가 잘 느껴진다고 생각해줘. (그의 걸음을 따라 빠르게 발을 맞췄다.)
크로쉬의 뒤를 따르면, 이끼와 곰팡이가 잔뜩 슬은 사다리 하나를 발견합니다.
두 사람은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갑니다.
퀴퀴한 냄새가 몸에 스며들었지만, 잠입에는 성공한 것 같네요.
이곳은 AOC 건물의 지하입니다.
어디로 가든 CCTV가 있으므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비상구의 문을 뜯어 이동하기로 합니다.
긴 계단을 타고 계속해서 위로 올라갑니다.
그렇게 당신과 크로쉬가 최상층에 도달하면, 크로쉬는 당신을 뒤로 한 채 앞장섭니다.
몇 발자국 걷던 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합니다.
최상층에 위치한 소강당 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그 안을 본다면….
소강당 안에는, AOC의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열을 맞춰 정면을 보고 있습니다.
각 잡힌 자세와 특수한 제복, 분명 당신과 크로쉬가 입고 있는 특별 제작 군복입니다.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들은 전부 당신과 같은 최강의 인류들이라는 사실을요.
총 100구역으로 나누어진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200명의 특수 부대원, 언제나 2인 1조로 행동하며, 하나하나가 일당백인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죠.
평소에는 크리쳐와의 공방으로 바빠서 모일 일이 전혀 없는데, 어쩐 일로 한 곳에 모인 걸까요?
스웨인 휘슬러:
이 중 몇은 처형대에 올라갈 예정이니 갇혀있다 쳐도 많이 비는군요.
소강당이 아무리 넓더라도 군인이 200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 리가요.
어림잡아도 절반입니다.
그들의 앞으로, 뒷짐을 진 사람이 걸어 올라갑니다.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탁상 위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 잡자, 거슬리는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AOC의 최고 권력자, 마이크로 웨이브 소장입니다.
소장은 연설하는 내내 어쩐지 자꾸만 땀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이번 처형식에 관해서는 다들 보도를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행위가 다름 아닌 안전 지대의 정부에 반하는 테러나 마찬가지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이고자 극단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군인: 안전지대의 최전방을 일반 부대에게 맡기고 중심부로 전원 집합할 만큼의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층부에서는 대규모 폭동이라도 일어나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마이크로는 다시 한번 땀을 훔치곤 마이크를 고쳐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바닥으로 추락한 마이크가 또 요란한 소리를 빚어냅니다.
그는 벌벌 떠는 손으로 마이크를 탁상 위에 올리곤 말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요즘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심을 품은 불순한 단체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최강의 인류인 여러분을 선보이는 것으로 위기감을 줄일 시기입니다. 이번 처형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것이고, AOC와 정부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마지막 말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확고하게 들렸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 소장은 전원 AOC 본부 전체를 돌며 반란 분자가 잠입하지 않았는지 순찰할 것을 명한 뒤 자리를 뜹니다.
소강당의 문이 열리기 전, 크로쉬는 당신을 잡아당겨 잠시 몸을 숨겼다 빠져나오는 군복 무리들 틈에 섞입니다.
낯선 얼굴도, 낯익은 얼굴도 보입니다.
크로쉬는 당신에게 낮게 속삭입니다.
크로쉬 일럼:작전 변경. 말이 통할 상대로 보이지는 않네.
당신 역시 이 말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야, 당신의 날카로운 감 역시 크로쉬의 말에 동의하고 있으니까요.
스웨인 휘슬러:(그와 함께 군인들 사이에 섞여 걸어가며 조용히 말했다.) 불순한 단체라는 단어부터 단 하나의 정의까지. 지나치게 이곳만을 지키고 '우리'를 지키라는 명령에 가까워. (무언가 불길한 가정이 스쳤으나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크로쉬 일럼:흠... (잠시 고민을 이어가다) 일단, 인질을 찾자. 그들이 인질이 된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그저 우리의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서 선별된 건 아닐 테니까. 군복을 입고 온 게 답이었군. 이 건물 CCTV의 화질로는 우리의 얼굴을 구별할 수 없을 거야. 순찰하는 척, 건물 내부를 조사해 보자.
스웨인 휘슬러:과연 그들이 정말로 처형될게 맞느냔 생각도 들지만...그건 조사하다보면 알게 되겠지. (잠입하느라 끌어올렸던 넥카라 부근을 더욱이 끌어올려 얼굴을 더 꼼꼼히 가렸다.) 가자.
두 사람은 다른 대원들처럼 AOC 본부의 순찰을 시작합니다.
광기 어린 연설에 질려버린 자도, 감화된 자도 있지만, 입까지 올린 AOC 마스크 덕분에 당신과 크로쉬의 얼굴을 알아보는 대원들은 없습니다.
닮았다고 생각되더라도 금방 털어버리겠죠, 당신들은 대외적으로 1년 전에 죽은 사람들이니까요.
AOC의 건물은 최상층을 제외하면 총 36층이 있습니다.
스웨인 휘슬러:
=
두 사람은 가장 먼저 B층으로 향합니다.
"뭐 하는 거야? 여태 무기도 안 챙기고 있다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지나가던 상관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두 사람에게 탄환이 가득한 총을 넘겨줍니다.
당신과 크로쉬에게 익숙한 대 크리쳐 살상탄과 라이플이지만, 소장의 연설에 따르면 상대는 사람 아닌가요?
대 크리쳐 살상탄의 위력은 확실히 대단하지만, 절대 대인용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동은 계산으로 쫓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AOC의 낌새가 이상하다, 말로 내뱉지 않아도 크로쉬 역시 위화감을 눈치챈 듯 경각심을 뾰족하게 올립니다.
::대 크리쳐 살상탄 - '사격(라이플)'을 판정하며, 성공시 4D6을 굴려 '한 번에 몇 마리를 처리했는지'를 결정합니다. 판정 실패는 공격 실패로 취급되며, 재판정 없이 다음 순서로 넘어갑니다.
AOC 곳곳에서 발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크게 울리는 걸 보면, 바로 근처인 것 같습니다.
크로쉬 일럼:가자. (라이플을 손에 쥐고 너와 시선을 맞춘 채 고개를 끄덕인다.)
스웨인 휘슬러:(이렇게 실 내에서 바로 대 크리쳐 살상탄을 쏜다고? 미치지 않고서야 자신들의 머리이며 심장부인 이 곳에서 지럴 순 없다 생각한다. 혀를 한 번 차고는 그에게 고갤 끄덕였다.) 가자.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따라 내려온다면 총을 든 세 명의 대원과 마주합니다.
아니, 이걸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중 한 명은 이미 명을 다해 뒹굴고 있으며, 한 명은 도망치는 중이고, 남은 한 명은 이미 전투 불능 상태입니다.
인기척을 느낀 듯, 살아남은 대원의 배에 주둥이를 대고 쩝쩝거리던 괴물이 고개를 듭니다.
당신을 본 대원이 손을 뻗습니다.
구해줘, 입이 벙긋거립니다.
::CREA-GRRR!!! -2- 전투 특수 룰
당황스럽겠지만, AOC 본부 한복판에서 크리쳐와의 전투입니다.
소리를 들은 다른 대원들의 지원이 올 법도 한데, 오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침입한 걸까요?
혼란스러운 와중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크리쳐, 처음 보는 형태입니다.
상급인가?
무지성의 심해인
근력 : 60 / 건강 : 50 / 크기 : 60
교육 : 40 / 외모 : 50 / 민첩 : 50
지능 : 0 / 정신력 : 70 /운 : 50
회록색 몸통은 미끄럽고 비늘로 뒤덮여 있으며, 물고기와 인간을 섞은 외형입니다.
흉측한 물갈퀴를 지닌 괴물은 공허한 두 눈동자로 이쪽을 바라봅니다.
그 수는 어림잡아 40마리로 보입니다.
스웨인 휘슬러:(AOC. 이러니저러니해도 크리쳐를 제압하는 본부다. 그런데 본부 한 가운데에 크리쳐? 그것도 이 숫자가? 다른 대원은? 이게 가능한가?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와중 눈이 마주친다. 무엇도 담아내지 못한채 사람을 먹고 있던 눈동자와.)
오랜 세월 크리쳐를 상대했던 몸은, 머리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좁은 공간인 만큼 오히려 조준이 어려웠던 탓인지, 발사한 대 크리쳐 살상탄이 빗나갑니다.
크로쉬 일럼:집중해! (라이플을 고쳐쥐고 크리쳐를 향해 대 크리쳐 살상탄을 발포한다. 최근에는 주로 근접전을 한 탓에 잘 맞을 수 있을지 잠시 걱정이 스쳤으나, 이내 잡념은 빠르게 털어낸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크리쳐 24마리의 머리가 순식간에 터져나갑니다.
본래 상대하던 크리쳐라면 기세에 겁을 먹을 법도 한데, 그것들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마치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처럼.
크리쳐는 16마리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일제히 크로쉬를 향해 달려듭니다.
무지성의 심해인:
크로쉬는 간신히 크리쳐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전부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커다란 물갈퀴를 휘두른 크리쳐의 공격을 맞고 크게 복도를 구릅니다.
크로쉬 HP -10
그리고 바로 몸을 세워 다시 자세를 잡습니다.
전투는 계속 이어집니다.
스웨인 휘슬러:안돼!!!!! (자기도 모르게 거센 목소리가 목너머부터 터져나온다. 차라리 자신에게 달려들었으면 하는 마음 약한 소리는 집어치우고 남은 크리쳐를 향해 다시 발포한다.)
=
퍼버벅!
다시 한번 살점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11마리의 트리쳐의 머리가 날아갑니다.
남은 크리쳐는 이제 5마리.
크로쉬 일럼:하, 더럽게 아프네.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라고...! (라이플을 쥔 손에 힘을 강하게 준다. 흔들리지 않도록, 정확히 목표한 것을 맞출 수 있도록.)
눈 앞에 있는 목표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빛나는 흑요석을 닮은 눈이 그들을 바라보고, 그리고 정확하게 꿰뚫습니다.
남아있던 크리쳐가 모두 쓰러집니다.
크로쉬는 쥐고 있던 라이플을 내려두고 상처를 누르며 고통을 참습니다.
그보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AOC 건물에 이토록 많은 수의 크리쳐라니.
크리쳐와 대원의 시신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웨인 휘슬러:(모든 크리쳐가 쓰러진걸 확인하곤 혀를 차며 크로쉬에게로 다가와 상처를 살핀다. 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있음에 고개를 숙여 짧게 사과했다.) ...미안.
크로쉬 일럼:아? 뭘 잘못했다고 사과해. 그냥 긁힌 정도야. (미간을 살풋 찌푸렸다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괜히 네 탓이다 어쩐다 하면 나 진짜 화낼거야. (주먹으로 아프지 않게 숙인 머리 위를 툭 두드린다.)
스웨인 휘슬러:이게 어떻게 긁힌거야. (더 입을 열어 말하려다 울듯한 표정을 겨우 굳힌다.) 내가 조사할테니까 너는 잠깐 쉬고있어. 그래도 괜찮을까?
크로쉬 일럼:너는 뭐, 배도 뚫려보고 가슴도 뚫려보고 다했으면서? 그거에 비하면 긁힌 거 맞지. 그래. 아픈 나는 여기서 쉬고 있을 테니까 귀찮은 일은 네가 해줘ㅡ. (부러 장난스레 웃으며 가보라는 듯 손을 휘젓는다.)
스웨인 휘슬러:...그래도, 고통이 없는건 아니니까. (울음이 나오려는걸 입술을 깨물어 겨우 멈추곤 그의 머리에 입을 한번 맞췄다 곧장 몸을 일으켜 대원의 시신으로 향했다.)
대원의 시신을 살펴보면, 무척이나 처참한 상태입니다.
아까 전 홀로 살아남은 대원 역시 그 사이에 숨이 끊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같은 AOC, 같은 최강의 이름을 지녔다고 해서 두 사람과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요.
크리쳐가 아닌 이상 더욱 그렇겠죠.
잔혹한 일이지만, 살상탄의 보급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스웨인 휘슬러:(대원을 시신을 살핀다. 몸은 처참히 뜯겨져 피와 살정으로 엉망이 된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도 혐오감과 슬픔이 떠오르지 않는 것에 조소를 띄운다. 살상탄을 챙겨 조끼 주머니에 챙겨넣고는 대원의 눈을 감겨줬다. 이것이 당장 해줄 수 있는 예의였다.)
면밀히 살펴봤지만, 그 외에 특별한 증세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행히 크리쳐로 변하거나, 그러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스웨인 휘슬러:하아, (안도의 한숨인지 뭔지 모를 것을 내뱉곤 널부러져있는 크리쳐들을 살핀다.)
스웨인 휘슬러: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은, 크리쳐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아니지만 크리쳐 역시 아닌 것
이들의 정체는 도대체...
스웨인 휘슬러:.....인간도 크리쳐도 아닌 것.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서는 당황스러움보다도 의문이 든다. 나와 그를 이렇게 만든 것. 그걸 대규모로 진행하다 사단이 난 것이라면 '왜'라는 질문 밖에 남지 않는다.)
크로쉬 일럼:(잠시 쉰 덕분인지 몸이 조금 회복된 느낌에 제 손만 몇 번 쥐었다 피다 제게 다가오는 너를 올려다본다.) 살펴볼 건 다 살펴봤어?
스웨인 휘슬러:응. (고갤 끄덕이며 방금 전에 획득한 살상탄의 반절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대원은 크리쳐의 공격으로 사망했어. 별다른 이상은 없었고. 다만 크리쳐는... (잠시 시선을 줬다 다시 그를 본다.) 크리쳐라고 할 수 없었어.
크로쉬 일럼:(제게 건네는 살상탄을 받아 챙기다 고개를 기울인다.) 그럼 네 말은, 저것들이 크리쳐가 아닌 것 같다는 뜻이야? 지금까지 봤던 크리쳐들과 생김새가 다르다고는 생각했지만, 변이종의 가능성은?
스웨인 휘슬러:변이종이라고 하기엔 핵이 없었어. 인간도 크리쳐도 아닌 애매한 형태야. (마른세수를 한 번 하고는) 바꿔말하면 인간과 크리쳐의 가운데 형태라고 할 수도 있겠어. 우리가 당한 실험의 연속일 수도 있겠고.
크로쉬 일럼:확실히 이상하긴 하지. 이게 우리가 당한 실험의 연속으로 인해 발생한 일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그렇다면 정말 최악의 쓰레기들이지만? (다시 라이플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단 좀 더 조사를 해보자. 좀 더 정보가 필요하겠어.
스웨인 휘슬러: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부축해 일어나는걸 도왔다.) 이것가지고는 속단할 수 없지만.....생각 이상으로 지저분해지겠어, 이번 침입.
크로쉬 일럼:그저 한번 뒤엎어줄까 싶었을 뿐인데, 이미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가는 곳에 와버렸네. 그렇지?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스웨인 휘슬러:
=
두 사람은 다시 건물 순찰을 시작합니다.
D층에 도착해 진입하려는 순간, 낯선 상관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상관: 이 층은 순찰할 필요 없다.
스웨인 휘슬러:(쓸데없는 마찰은 피하는게 맞겠구나 싶어 짧게 경례를 한 후 다시 층을 내려왔다.) 나중에 없으면 들어가자. (속닥속닥)
크로쉬 일럼:(흘끔 뒤를 돌아보며 슬쩍 중지를 들어올렸다가 너를 따라 내려간다.) 그래. 다른 곳 먼저 가자.
스웨인 휘슬러:
=
두 사람은 계단을 따라 A층으로 향합니다.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마주친 크리쳐의 숫자는 41 마리.
이번에 마주한 크리쳐의 모습은, 아까 전 마주친 크리쳐와 다르게 생겼습니다.
아니, 크리쳐라고 부를 수는 없나요?
무지성의 별의 흡혈귀
근력 : 90 / 건강 : 65 / 크기 : 80
교육 : 40 / 외모 : 50 / 민첩 : 60
지능 : 0 / 정신력 : 10 / 운 : 50
거대한 젤리는 진홍색 촉수를 꾸물거리고 있고, 불어 터진 끔찍한 형체입니다.
스웨인 휘슬러:(코너를 돌자마자 또 무언가와 마주쳤다. 그러나 이건, 또 다른 형태였다. 확실히 달랐다. 내가 알던 크리쳐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아까전에 보았던 것도. 이번에 마주친 것도. 크리쳐라는 말보단 '괴물'에 가까운 형태였다.)
퍼버벅!
젤리와 같은 촉수와 함께 17마리의 크리쳐... 아니, 에너미의 반절이 날아갑니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복도에는 알 수없는 액체가 흩뿌려집니다.
... 그럼에도 싸움은 계속 됩니다.
크로쉬 일럼:(다행히 몸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 라이플을 들어 조준하고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긴다. 집중.)
크로쉬가 발포한 탄환이 궤도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하나, 제대로 맞지 않고 벽에 금을 내며 박힙니다.
에너미가 크로쉬를 향해 촉수를 뻗습니다.
무지성 별의 흡혈귀:
크로쉬는 빠르게 뻗어온 촉수를 재빠르게 피합니다.
하나, 촉수 하나가 크로쉬의 발목을 낚아챕니다.
무지성 별의 흡혈귀:6
그리고 벽을 향해 크로쉬를 내던집니다.
큰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힌 크로쉬는 잠시 엎드린 채 움직이지 못하다가 부들거리는 팔로 애써 몸을 일으킵니다.
크로쉬 HP - 6
스웨인 휘슬러:-!!!!!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손을 뻗고 달려나갈 뻔했으나 이를 악 물고 고개를 돌려 크리쳐들을 정확히 보고 발포한다. 빨리, 빨리 처리해야한다. 뒤돌아봐선 안돼.)
그래요. 지금은 빨리 눈앞에 있는 에너미를 쓰러트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10마리의 에너미가 바닥에 쓰러집니다.
이제 남은 건 14마리.
크로쉬 일럼:윽... (부딪힐 때 머리를 잘못 부딪혔는지 초점이 제대로 안 잡힌다. 차라리 한 번 죽었다 깨어나는 게 나을 것 같은 걸. 그런 생각은 했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다. 들으면 기겁을 할 테지. 웅웅 거리는 이명을 털어내려 고개를 흔들고 라이플을 쥐어 조준한다.)
제대로 잡히지 않는 초점을 애써 맞추며, 크로쉬가 발포한 탄환이 남은 에너미를 전부 쓰러트립니다.
남은 에너미의 숫자는 0.
크로쉬는 그대로 힘이 빠진 듯 바닥에 엎드린 채입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으나... 조금 지친 것 같네요.
조금 쉴 수 있다면 금세 두 발로 일어설 것입니다.
스웨인 휘슬러:(마지막 크리쳐가 쓰러져 그 무엇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뒤를 돌아 그에게로 달려갔다. 죽지 않았으나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전부 공격을 받아내며 몸에 큰 충격이 갔기 때문이다. 이번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 한방울을 뚝 흘리며 그를 조심히 품에 안아들더니 벽쪽에 기대어 뉘인다. 그의 손을 꼭 잡으며 그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해서 말을 건다.) 크, 로쉬. 크로쉬. 내 말 들려?
크로쉬 일럼:(눈을 감은 채 가만히 회복을 기다리다 네 손길을 따라 벽에 등을 대고 몸을 기댄다. 제 손을 잡는 감촉에 약히 힘을 주고) ... 잘 들려, 그러니 울지마. 너 의외로 울보인 거 너도 알고 있지?
스웨인 휘슬러:.....너랑 관련된 일이니까. 네 일이니까 우는거야. 당연하잖아. (그래도 이번엔 눈치껏 나 때문이라는 둥, 괜찮냐는 둥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그가 저 대신에 힘든 일을 도맡아하고 있으니 당장에 제가 해야할 일을 하고 이 곳을 빠져나가야했다. ...과연 그게 쉬울진 모를 일이지만.)
크로쉬 일럼:그러니까. 나랑 관련된 일에는 이렇게 감정적이 돼서 어떻게 할래? 진짜 바보야. (피식, 힘없는 소리였으나 작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시야만 돌아오면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네가 말 안 해도 짧은 사이에 아주 푹 쉬고 있을게.
스웨인 휘슬러:너랑 관련된 일 아니면 내가 감정적으로 굴 이유도 없다니까. (그래도 그가 웃음에 이마에 입을 맞춰주곤 총을 다시 챙겼다.) 얼른 보고 돌아올게.
에너미를 살펴보면, 이 에너미 또한 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정말 인간을 크리쳐로 만드는 실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괴생명체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주변은 크리쳐의 시신뿐, 이쪽으로 온 대원은 없던 모양인지 사람의 시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아까 전 가로막혔던 D층과, 한 번도 가지 않았던 C층 두 곳입니다.
스웨인 휘슬러:.....인간도 크리쳐도 아니다. (아까까진 실험의 일환인줄 알았다. 그러나 형태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 숫자조차도 과했다. 이쯤되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게, 대체, 뭘까?)
크로쉬 일럼:(천천히 눈을 깜빡이면, 이내 얼추 시야가 맞춰진 듯 고개를 끄덕인다. 벽을 짚고 천천히 일어나면) 응. 이제 움직일 수 있어. 뭐 특별한 거라도 있었어?
스웨인 휘슬러:(무언가 생각이 난 듯 아까 전 챙겼던 음료수를 꺼내 뚜껑을 까서 그에게 내밀며 말했다.) 아까랑 같았어. 핵은 없고 형태도 크리쳐라고 하기보단...그냥 괴물이라고 애둘러 말하는게 더 맞아보였어.
크로쉬 일럼:(건네주는 음료수를 받아 목을 축인다. 마침 빠른 체력소모로 인해 갈증이 이던 참이었기에 사양하지 않고. 반절정도 마신 음료를 네게 다시 돌려주며) 그렇다면 크리쳐라고 부를 수는 없겠네. 크리쳐가 아닌 괴생명체가 AOC 본부에서 나타나다니, 확실히 부자연스럽군. (제 뺨을 문지르다) 남은 층은 C층이랑 D층이었나? D층은 아까 전에 한번 막혔으니 C층에 먼저 가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갈증이 가시자 몸의 피로도 함께 가시는 느낌이 듭니다.
크로쉬 HP, SAN +1 회복.
스웨인 휘슬러:(그가 건네준 음료수를 다시 챙겨 넣은 후) C부터 가는게 맞을 것 같아. 위로 올라갔을 때 다시 막고 있을거란 보장은 없지만 짧은 도박보다는 아래부터 훑고 올라가는게 낫겠지.
크로쉬 일럼:그래. 그럼 C층부터 갔다가 위로 올라가자. 만약 막고 있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겠네. (제 어깨를 잡아 팔을 두어 번 움직이고는) 갈까?
스웨인 휘슬러:뭐....무력 제압을 하던가 유인을 하던가 해야겠지. (뒤에 쌓인 괴생명체를 가리키며) 싫어도 오게 할 방법은 많으니까.
두 사람은 C층으로 향합니다.
C층은 다른 층들에 비해 무척이나 조용합니다.
이곳에는 에너미가 없는 걸까요?
아니면...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에 띈 것이 있었습니다.
복도에 그려진 해괴한 문양과 그림.
문양은 복도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스웨인 휘슬러:.....허? (총을 든 채 경계하며 올라왔다가 조금 바보같은 소릴 내고 말았다.)
크로쉬 일럼:이건 또... 취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고약하지 않나? (살풋, 미간을 찌푸린다.)
스웨인 휘슬러:...확실히 이상해. 누가, 본부 한복판에서 이런걸 해놓는데도 가만 둬?
크로쉬 일럼:그럼 이 잘난 취향이 상층부님들 취향일 수도 있지. (쯧, 혀를 차고는) 이어져 있는 것 같은데, 안쪽으로 따라 들어가 볼까?
스웨인 휘슬러:......(이걸 취향이란 단어로 뭉뚱그려도 되는걸까, 일순 의구심이 들었지만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들에 결심한다.) 들어가보자.
당신과 크로쉬는 문양을 따라 C층 중심부 호실에 도착합니다.
안으로 들어갈까요?
스웨인 휘슬러:조심해. (그를 보며 말하곤 총을 고쳐쥐고 조심히 문을 연다.)
조심스럽게 문을 엽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사무실 전체를 사용해 빼곡하게 그려진 주문진입니다.
크로쉬 일럼:
스웨인 휘슬러:
::스웨인 SAN -1
스웨인 휘슬러:
크로쉬 일럼:
두 사람은 이 공간에서 무언가 굉장한 힘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사무실 가운데, 원의 중심에는 네모난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스웨인 휘슬러:(자신도 모르게 한발자국 물러섰다. 이해해선 안될 것을 이해했다는 그 감각에 순간 토악질이 몰려왔으나 그러지 않은 것은 순전히 방 안에 들어찬 힘 때문이었다. 주저앉으면 두번다시 일으키는 것을 용납치 않겠다는 듯한 폭력적인 힘에 입술을 꽉 깨물곤 뒤를 돌아 그를 확인했다.)
크로쉬 일럼:(마치 공기를 짓누르는 듯한 힘이 느껴진다. 문 하나를 두고 극명하게 갈리는 이 차이는 무엇인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는 힘이 분명함을 깨닫는다. 그와 동시에 드는 당연한 욕구가 있다. 이것에 대해 '알고 싶다'는 욕구가.) ... 조금 더 살펴보자. (마주친 시선에서 고양감이 느껴지리라.)
스웨인 휘슬러:.....(자신과는 확연히 다른 그의 반응에 흠칫, 몸을 굳혔으나 그는 미친 것이 아니며 단지 알고 싶다는 욕망 한가지에 충실하단 것을 눈치채곤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그래야겠지.
이 진에서는 위화감이 가득합니다.
상자도, 겉보기에는 평범해보이지만...
내부를 유심히 살피면, 진의 글씨는 전부 거꾸로 적혀있음을 깨닫습니다.
스웨인 휘슬러:
크로쉬 일럼:
스웨인 휘슬러:.....아, (타로카드라고하니 정방향과 역방향은 그 뜻이 다르단 것 정도는 알고 있던 탓에 고갤 끄덕였다. 그의 옆에서 가급적이면 시선을 이리저리 굴러가지 않게 눈 앞의 상자와 뒷쪽의 문을 번갈아 주시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조심스레 입을 연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크로쉬 일럼:그럴 수도 있지. 확실히 이 층에서는 아까 전 녀석들을 마주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이 층에만 진이 있다는 건 이해가 안 돼. 결국 다른 층에서는 계속해서 녀석들이 나타날 테니까. 그래서 그것들을 처리해 달라는 의미로 다른 요원들을 불렀을지도 모르지만.
스웨인 휘슬러:.....(그의 추리를 옆에서 들으며 이것저것 고민했지만...마지막에 들려온 말에, 그 반짝이는 눈동자와 호를 그리는 입가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는다.) 이 와중에도 이게 즐거우면 어떡해. 너 방금 전까지 아팠다고.
크로쉬 일럼:으악! (인상을 찌푸렸다가 제 코를 움켜쥐고 그 뒤를 따라간다. 괜스레 발로 퍽, 쳤다.)
상자는 굳게 닫혀있습니다.
잠겨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어떻게 할까요?
스웨인 휘슬러:(궁금하다. 하지만 두렵다. 이걸 열었을 때 뒷감당을 감히 해낼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런 주술진 가득한 방 한가운데 있는 상자라니.)
크로쉬 일럼:그래? (아쉬운 듯 잠시 입맛을 다셨으나 순순히 수긍한다.) 그래. 멋모르는 물건 함부로 만졌다가 큰일 나면 안 되니까. 이 외에 볼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은데, 이제 D층으로 갈까?
스웨인 휘슬러:(입맛을 다시는 모습에 정수리를 주먹으로 살짝 꽁, 치고는) 얼른 나가자. 기분 나빠 여긴.
크로쉬 일럼:아, 너 아까 전부터 자꾸 때린다? (다시 한번 종아리를 힘조절해서 걷어차고는 먼저 사무실을 나선다.)
스웨인 휘슬러:그거야 ㄴ, 악! (그의 뒤를 따라 쪼르르 사무실을 나서곤 문을 꼼꼼히 닫았다.)
스웨인 휘슬러:
당신은 불현 듯, 다시 한 번 거대한 힘의 흐름을 느낍니다.
그리고 해당 층에 무언가 숨겨진 것이 있다는 직감을 받습니다.
지금 당장 알아낼 수는 없지만 말이죠.
다시 D층으로 진입합니다.
여전히 두 명의 대원들이 마치 보초를 서듯 서있습니다.
저 두 사람을 쓰러트리거나, 아니면 다른 진입 루트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웨인 휘슬러:......(잠시 고민하다 그를 향해 돌아봤다. 한껏 죽인 목소리로) 보초가 둘 있는데 어쩔까. 돌파하면 더 몰려올 가능성이 있는데, 우회루트 아는게 혹시 있어?
크로쉬 일럼:음... (잠시 생각을 짚어보는 듯 시선을 굴리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만, 우리 둘의 운동신경이라면 창문을 통해서라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스웨인 휘슬러:.....창문? (잠시 고민했다.) 너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난 될까 모르겠네.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1년간 안 움직여서 말야.
크로쉬 일럼:그렇게 걱정되면 내가 널 안고 가는 것도? 내가 살면서 널 한 팔로 들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어.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그래도 너는 스스로 하겠다고 할 것 같기도 하네. 일단 이 층도 조용하니까, 안쪽으로만 들어갈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아. 저 창문으로 나가자.
스웨인 휘슬러:......(여기 침입할 때 못했던 걸 이렇게 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은 하지만 얌전히 입 다물고 끄덕였다.)
크로쉬 일럼:(상관의 시선이 안 닿는 사각지대에 위치한 창문을 조용히 연다. 그리고 냅다 널 옆구리에 끼더니) 자, 가자! (대답도 안 듣고 냅다 밖으로 몸을 날린다!)
스웨인 휘슬러:........!?!?!?!?!!?!?!?!! (으아아아ㅏ악- 소리없는 비명이 입 안에서 울려퍼진다아아아악)
너, 방금 웃었...!
당신의 대답도 듣지 않고 크로쉬는 당신을 한 팔로 짊어진 채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집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피부를 스칩니다.
이제 인간인 당신이 떨어지면 분명 죽고도 남을 정도의 아찔한 높이입니다.
크로쉬는 한 팔과 다리를 지지하며 벽과 배관을 타고 이동합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은 저항 없이 흔들리며 옮겨집니다...
창문의 잠금장치를 살펴보던 크로쉬는 문이 열린 창문 하나를 발견하고 창문을 열어 당신 먼저 안쪽으로 집어 던집니다.
곧이어 본인도 유연히 창문 안쪽으로 몸을 넣고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꼭 닫습니다.
... 이걸 철저하다고 해야할지...
스웨인 휘슬러:ㅇ
크로쉬 일럼:말도 제대로 안 나와? 정신차려. (챱챱, 얼굴 두드림)
스웨인 휘슬러:....................나 멀쩡해 자기야..... (마른세수하면서 일어남...)
크로쉬 일럼:정신줄 잠시 놓았던 것 같은데... 뭐, 본인이 괜찮다니까. (챱챱 얼굴 두드리던 손 거둔다.)
본래 이 층은 전부 사무용으로 사용했을 텐데, 지금은 모든 호실의 불이 꺼져 있습니다.
그리고 어쩐지, C층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스웨인 휘슬러:
C층과 진의 중심부에 있던 것은 기이한 상자였습니다.
자세한 내용물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분명 상식적인 물건이 아니겠죠.
D층에도 진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특별한 무언가가 중심에 있지 않을까요?
스웨인 휘슬러:........여기 지금 텅 비어있는데...C층에서 느낀거랑 비슷한 기운이 느껴져. 그런데 아래층이랑 다르게 여기는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지. 그렇다는건...여기서 뭔가를 만들어내는게 아닐까?
크로쉬 일럼:음, 그럼 굉장히 중요한 게 있다는 이야기네. 네 말대로 C층도 수상했는데 지키고 있던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럼 직접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어? 아까 전에는 사무실 중심에 있었으니까... 여기도 마찬가지려나?
D층의 대략적인 구조도는 머리에 있습니다.
중심부에 있는 장소는 D04호 사무실입니다.
원래는 상관의 ID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 라이플로 깨부수고 들어가도 상관없겠죠.
스웨인 휘슬러:아마 비슷할 것 같아. 복도에 사람이 따로 돌아다니는게 아니라면...침입할 때 약간의 소음이 좀 들리겠지만 어쩌겠어. (어깨를 으쓱이곤) 04호로 가보자.
크로쉬 일럼:(고개를 끄덕이고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불이 꺼진 복도를 빠르게, 하지만 조용히 움직입니다.
우려한 것과는 다르게 다행히 복도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D04호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그 옆으로 카드 인식기가 보입니다.
스웨인 휘슬러:.....부술게? (웃음
크로쉬 일럼:적당히 부숴, 적당히.
스웨인 휘슬러:알아. (장갑 두 장을 벗어 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패드 위에 겹쳐대곤 총을 거꾸로 들고 게머리판으로 쳐 부쉈다.)
아주 작은 소음과 함께 패드가 갈라집니다.
곧이어 사무실 자동문이 열립니다.
사무실 안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으며, 안에 있던 데스크 및 설비들이 전부 비워진 상태입니다.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로 쓰러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까 본 것과 같은 거꾸로 적힌 주문진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스웨인 휘슬러:(장갑에 붙은 파편을 탈탈 털어 다시 끼운 후 총을 약식으로 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텅 빈 방 안에 있는건 아까 전에 본 것과 같은 주문진과.....) 사람?
크로쉬 일럼:뭘 만드는 게 아니라... 여기 가둬둔 건가? (안으로 들어가 쓰러진 사람들의 얼굴을 살핀다.)
쓰러진 사람들을 살펴본다면, 정신을 잃은 대원들입니다.
오늘 자정 처형이 예고된 당신과 크로쉬의 동료들로, 무고한 최강의 인질이네요.
목숨은 붙어있지만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크로쉬 일럼:어, 에보니잖아? 알랜인가 알렉도, 뉴스에서 나왔던 명단이랑 일치하는 것 같은데? 근데 상태가 나빠 보여. (이리 오라는 듯 손 휘적)
스웨인 휘슬러:(총을 내리곤 문을 계속 주시하며 다가가 살핀다. 확실히 본 기억이 있는 얼굴들이고, 그들의 안색이 시시각각 나빠진다는 것도 확연히 느껴진다. 잠시 그들을 내려다봤다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 이 주문진에게 힘을 빼앗기기라도 하는걸까?
크로쉬 일럼:충분히 가능성 있지. 음, 그럼 일단 이 주문진 중심에서 빼내기라도 할까? 깨워서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겸사겸사 구하면 더 좋고. (가벼이 웃으며)
스웨인 휘슬러:구하는거까진 모르겠지만...살려서 빚지게 하면 나쁠건 없겠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 손엔 총을 쥐고 한 손엔 대원의 목덜미, 옷깃을 잡고 당겨 중심에서 빼낸다.)
크로쉬 일럼:너도 참,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는 한 팔에 한 명씩 기절한 대원을 들어 진 밖으로 빼낸다.)
한 명, 두 명, 진 밖으로 기절한 대원들을 빼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절해 있던 동료 중 한 명이 눈을 뜹니다.
그리고 당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소리칩니다.
대원: 어째서 여기까지 온거야, 이건 함정이라고!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에 에너미들이 소환됩니다.
전투 태세를 위해 크로쉬가 문을 등지고 라이플을 고쳐쥐는 순간,
... 전투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달려들던 괴물들의 머리가 일제히 터집니다.
그 파괴력, 탄환 특유의 굉음, 분명히 대 크리쳐 살상탄입니다!
반사적으로 돌아본 여러분들의 맞은편, 사무실의 문가에는 AOC 제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라이플을 든 채 서 있습니다.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도감으로 인해 생긴 느슨한 1초,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탄환은 다시 한번 찾아옵니다.
여섯 명의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고 발포합니다.
당신에게?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닌 크로쉬에게요.
크로쉬 일럼:―――!
굉음이 울리고,
허수아비가 쓰러지는 것처럼 무기력한 퍽! 소리와 함께, 당신의 주변으로 또다시 붉은 액체가 튑니다.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요?
누군가의 세상이 한 바퀴 돌고, 그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집니다.
가슴을 꿰뚫린 크로쉬가 주저앉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할 장기들은 존재하지 않고, 휑한 구멍이 붉고 끈적한 액체를 토해내고 있을 뿐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요?
정말로 잔인한 장면은 장기를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광경이라고…
붉은 선혈을 머금은 입가가 오므려지고 펴지며 말을 전하려 하지만, 치미는 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쏟아냅니다.
그와 동시에 쿵!
D04호 사무실 문가에 두꺼운 철책이 연달아 3개나 내려옵니다.
당신은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요란한 소리에 정신이 팔려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로 갇혀버립니다.
6명의 대원 앞에 나타난 소장이 철책의 틈 사이로 여러분을 보고 있습니다.
소장은, 다시 한번 라이플로 주저 없이 크로쉬의 머리를 향해 발포합니다.
소장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공포, 그리고 혐오입니다.
도로 크로쉬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습니다.
소장은 라이플을 내린 뒤 철책을 한 번 걷어차곤 등 뒤의 대원들을 향해 돌아봅니다.
마이크로 웨이브:먹잇감을 문 건 둘 뿐인가요. 뭐,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함구해주세요.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당장 목숨은 보전해드리겠지만, AOC 전원은 자정까지 이곳에 있어 줘야겠습니다.
스웨인 휘슬러:크, 로쉬. ...크로쉬. 크로쉬. (숨을 삼키는 것조차 잊은 채 피웅덩이에 누워 죽어있는 그를 내려다본다. 멍하니 퍼져가는 붉음을 내려다보다...시선을 돌려 소장을 봤다. 분명히 멍한 표정이었음에도 만일 그를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물러났을테다. 그건 분명히,)
크로쉬는 눈을 반 정도 내리 깐 채 그대로 사망했습니다.
뚫려버린 가슴께에선 여전히 분수처럼 피가 샘솟고 있습니다.
근래 이렇게 끔찍하게 죽어버린 적이 있던가요.
스웨인 휘슬러:
::스웨인 SAN -1
그는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행동합니다.
당신이 말을 걸자 크게 겁먹은 기색을 보일 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진 않습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어, 어차피 크리쳐잖습니까? AOC의 소장이 크리쳐를 죽인 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스웨인 휘슬러:...크리쳐라. (느릿하게 열린 입술 사이에선 사랑하는 연인을 바로 눈 앞에서 잃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소장은 당신의 말에 더욱 안색이 창백해집니다.
몸의 떨림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몸을 떨다 뒤로 걸음을 물립니다.
그럼에도 그는, 당신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납니다.
함께 왔던 여섯 명의 대원을 데리고 말이죠.
소장이 떠난 뒤, 의식을 되찾았던 동료 중 하나가 당신에게 조심스레 말을 겁니다.
그 이름은 안전 지대의 또다른 최강자, 에보니 그린입니다.
에보니 그린:... 괜찮나요, 휘슬러? 아니, 괜찮지 않겠죠. 일단 일럼부터 챙기는 것은 어떨까 싶어서요.
스웨인 휘슬러:........................(소장이 떠난 뒤로도 한참을 문을 노려봤다. 살기. 그 단어 외엔 감히 그 표정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머릿속이 분노와 이성의 양극에서 넘실거렸다. 그러던 와중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눈동자만 슥 굴렀다.)
크로쉬의 상처를 살펴보면 회복이 턱없이 느립니다.
아까 크로쉬가 죽을 때 느꼈던 기시감, 익숙한 감각입니다.
문득, 당신은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크로쉬의 크리쳐로서의 삶도 끝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 절망감, 그리고 끔찍한 침묵이 분위기를 잠식합니다.
스웨인 휘슬러:......4번째. (1년간 크로쉬가 죽은건 3번. 이번까지 4번째. 1년 전 내가 겪고 있었던 일들. 그렇다는건 너도, 너도 나처럼 돌아올 수 있는걸까? 기뻐해야하는데. 네 모습을 보니 도저히 기뻐할 수가 없어. 나도 미칠 것 같은데 대체 넌, 기억조차 날아가버린 나를 보면서 어떻게 버틴걸까.) ...하하...
당신은 인질들을 구속하고 있던 밧줄을 풀어줍니다.
몇 명은 감사 인사를 전했고, 에보니 그린은 당신의 곁으로 와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말을 잇습니다.
에보니 그린:휘슬러, 여기에 있으면 위험해요. 이 장소는 사람에게서 마력을 빼앗고 있어요. 오래 있으면 죽어버릴 거예요.
스웨인 휘슬러:(단검을 다시 칼집에 끼워넣고는 마른세수를 한 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보니 그린:... 좋아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에보니 그린:듣기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더라고요. 아마도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해 우릴 방패로 쓰려는 게 아닐까요?
스웨인 휘슬러:...그래서 쫓는거였군. (그의 말을 들으며 눈을 굴렸다. 추측한게 완전하진 않았어도 일부 맞았다. 특히나 대원들에게서 힘을 뽑아내고 필요없거나 죽은 대원을 사형의 이유로 처리하면 안성맞춤이란 것도.)
에보니 그린:... 그렇겠죠. 애당초 안전지대의 사람들을 전부 바친다고 해서 돌려보낼 수 있는지 조차 미지수예요. 말 그대로 재앙이 다가오고 있어요. 이곳에서 도망가도 살아남을 수나 있을지...
대화를 나눈 뒤에도 크로쉬는 깨어나지 못합니다.
고요한 정막, 누군가 다시 입을 열기 전 낯선 소리가 들립니다.
살짝 절뚝이는 걸음걸이, 회색 중절모, 두꺼운 정장 코트를 걸친 자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 이런, 어떻게 된 건가 살펴보러 왔는데.
외알 안경 속 침침한 눈은 더듬더듬 당신의 얼굴을 훑습니다.
아픈 다리를 두어 번 주무른 이는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철책 건너편의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스웨인 휘슬러:(그의 말에 마저 대답하려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가 휙 돌아간다. 중절모. 정장 코트. 지팡이. 외알안경. 무엇 하나 이 상황에, 이 건물에 어울릴 요소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이 곳에 갑자기, 어떻게?)
그는 제 중절모를 한번 깊게 누르곤 말을 이어갑니다.
미고:저는... 여러분이 크리쳐라고 부르는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정확히는 금속형 크리쳐라는 재료를 제공했습니다. 인간들은 저희 종족을 '미고'라고 부르더군요.
스웨인 휘슬러:...............크리쳐...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었다고...? 아니, 재료를 제공했다니, 종족은 무슨.... (한 마디에 너무나도 과한 정보가 들어있어 일순 정신이 멍해졌다.)
미고:일단, 인간과는 다른 종족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으면 될 것 같군요. 그리고 지금 제가 당신을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도 말이죠.
미고:그 이야기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기술과 과학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음에도.
철책이 내려간 바닥의 틈새로 무언가 굴러옵니다.
작은 쇠붙이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곧 당신은 새파란 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손에 넣습니다.
미고:오늘 자정, 소환된 무지성의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합니다. 예방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인간들에게 제 말은 역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거든요. 이곳을 오래오래 사랑했지만 이만 떠나볼까 합니다.
스웨인 휘슬러:(너무나도 많은 정보였다. 인간과는 다른 종족. 금속형 크리쳐를 인간에게 제공한 자. 그리고 인간이 만든 영화를 사랑하고 그 속에서 피어난 감정을 사랑하게 된 자. 멍하니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가 말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노라고. 그리 말하곤 목걸이와 열쇠를 건넸다. 나는 그것을 손에 쥔채 그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미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미고:내가 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스웨인 휘슬러:...감사합니다. (우선은 제게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단 것에 감사를 표하며 한번 심호흡하고 질문했다.) 오늘 자정, 소환된 신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저 역시 그렇게 스러지는 목숨 중 하나일텐데. 이 목걸이와 열쇠를 주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냥 떠나실 수도 있었을텐데요.
미고:...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놓을 수 있는 자를, 어리석으면서도 사랑스러운 만용과 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수 있는 이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격을 갖춘 이는... (그리 말하며 그의 곁에 있는 크로쉬를 바라본다.) 당신이 유일하다고 생각했죠.
스웨인 휘슬러:(눈을 깜빡인다. 사위는 피비린내로 가득했으며 그것은 너의 것이었다. 우리는 몇년 새 계속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는 너를 잊었고 너는 그런 날 붙잡아줬다. 그리고 뒤바뀐 우리의 상황 속에서 나는 널 붙잡았다. 동정심이 아니었다. 네가 나에게 해주었으니 나도 해야한다는 보답도 아니었다. 그저 당연한걸 했을 뿐이다. 내가 널 사랑하니까. 네가 날 사랑하듯이.)
미고:... 그럼 됐군요.
미고는 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미고:그 목걸이는 당신이 가지고 있으면 돼요. 필시 필요한 순간이 오겠죠. 열쇠는 이 철창을 여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디, 당신에게 행운이 있기를.
미고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이내 자리에서 사라집니다.
새파란 수정은 희미하게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미고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크로쉬가 회복을 마치고 정신을 차립니다.
크로쉬 일럼:(파르르 떨리던 속눈썹이 이내 움직이고, 천천히 뜨인 시선 끝에 걸린 것은 바로 너였다.) ... 스웨인, 어떻게 된 거야? (갑작스러운 습격, 정확한 사태 파악이 되지 않은 듯 그리 먼저 물었다.)
스웨인 휘슬러:(수정 목걸이와 열쇠를 품에 챙겨넣고는 그에게로 다가가 끌어안았다. 잠시간 말이 없더니 이내 흘러나온건,) 다행이다... (라는 바보같지만 당연한 안도의 말이었다.)
크로쉬 일럼:... 나, 죽었었던 건가? 얼마나 지난 거야? (자신을 끌어안는 손길을 가만히 받아내며 네 등을 약히 토닥인다.)
스웨인 휘슬러:,,,,...서너시간...정도 흘렀어. (맞는진 모르겠지만 그 정도라 느꼈으니 그리 답했다.) ...죽었, 었는데 여러번 맞아서 그런가 재생이 느렸어. 그래도 깨어나서 다행이네.
크로쉬 일럼:(서너 시간, 확실히 평소와 비교했을 때 재생 속도가 현저히 늦었다. 비상한 머리가 문장의 뜻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나도, 다시 돌아오는 걸까. 너처럼. 그러고 보니 너도 1년 정도 지난 뒤에 돌아왔었지. (등을 쓸어주던 손을 올려 네 뒷머리를 쓰다듬고) 그래서 이렇게 죽상이었던 거야? 내가 못 깨어날까 봐. 역시 바보 맞네. 스웨인 휘슬러.
스웨인 휘슬러:...그렇겠지. 다행이네, 돌아온다면. (그를 꾹 끌어안는다. 그 따뜻한 손길을 받으면서도 시선은 주변을 훑는다. 주문진이 그려진 방. 이 곳에 갇힌 인질들. 그리고 저들을 포함해 너와 나, 그리고 다른 이들을 죽여서라도 혼자 살려고 하던 놈. 내가 해야할 일은 명확했다. 그러니 망설이지 않을거다. 네가 알지 못하도록, 웃었다. 웃으며 어리광을 부렸다.) 걱정되는게 당연하잖아...
크로쉬 일럼:제법 편리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조금 아쉽네. 그보다 숨 막혀, 이러다 한번 더 죽겠어ㅡ! (부러 장난스레 이야기하곤) 우리 여기 갇힌 거지? 저 철창 뜯어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스웨인 휘슬러:전혀 안 아쉬워. 맨날 힘조절 안 하면 물건 부술까봐 걱정했잖아. (그를 품에서 놓아주며 웃었다.) 아냐. 나 열쇠 있어. (그러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보여주었다.)
크로쉬 일럼:아무래도, 초반에는 힘조절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제법 나아졌는 걸. (품에서 떨어지면 피식, 마주 웃다가) 음? 열쇠는 어디서 났어?
스웨인 휘슬러:설명하자면 긴데...외부에서 조력자가 건네주고 갔어. (고작 이런 말로 함축시킬 순 없었지만 그에게 사실을 말해줄 생각도 없기에 주제를 돌렸다.) 그보다도 AOC에 관해서 할 말이 있어.
크로쉬 일럼:(너의 말이 끝날 때까지 그저 조용히 듣기만 하다 제 손이 잡히면 다시 시선을 마주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곳으로 무언가가 소환되고 있고 현재로서는 그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거지? 나도 당장에라도 찾아가서 얼굴을 갈겨버리고 싶지만, 소장을 때려눕히면 소환을 막을 수 있어?
스웨인 휘슬러: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그 부분은 모르겠어. 정말로. ...그렇지만, 적어도 소장이라면 막을 방법이던 뭐던 알고 있지 않을까? 그걸 해결하고 나서 때려도 되고. 아님 말하라고 때릴 수도 있지. 그 인간이 저지른건 변하지 않고 우리가 '처벌'할 것도 바뀌진 않을테니까 일단 찾아보자.
크로쉬 일럼:흠... (잠시 고민하다) 그래 좋아. 우리를 이용해서 살아남으려고 했다면 분명 뭔가 대책이 있겠지. 그래서, 소장은 지금 어디 있을까? 짐작가는 곳이라도 있어?
스웨인 휘슬러:(고개를 젓고는) 우릴 가둬놓고 사라져서 잘 모르겠지만.....당장 짐작가는건 C층이야. 아까 상자가 있던 그 방도 의심스럽지만... 사무실을 나설 때 한 번 더 거대한 힘의 흐름을 느꼈거든.
크로쉬 일럼:그럼 C층 먼저 가볼까? 몸도 완전히 회복돼서 움직일만하거든. (읏차, 자리에서 가볍게 일어난다.) 안 보이면 본부 내부를 싹 뒤져보면 그만이니까. 나는 준비 됐어!
스웨인 휘슬러:그럴까? (가볍게 웃고는 주변에 있던 다른 대원들에게 나가자 손짓하고는 문에 열쇠를 끼워넣고 열었다.)
역주문이 발동된 층수는 두 층뿐, 한 층이 함정이었다면 나머지 한 층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었을까요.
우리는 C층으로 되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문이 열리고, 구출된 동료들은 다른 대원들에게 위기를 알리기 위해 흩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에보니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그도 바쁘게 뛰어갑니다.
C층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아까 전 본 괴생명체들의 소환 빈도는 확고하게 늘어만 갔고
그들을 마주칠 때마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수차례의 마찰을 지난 후, 거듭되는 전투에 두 사람의 체력은 떨어지고 정신력은 흔들립니다.
어렵사리 도착한 C층의 사무실.
스웨인 휘슬러:
복잡한 진의 문양, 약간의 주문
그리고 착시를 교묘하게 이용해 가린, 숨겨진 이 공간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당신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까지 깨닫습니다.
스웨인 휘슬러:(턱 끝까지 차오른 숨이 내뱉어지며 더운 숨이 끊임없이 뱉어지고 땀줄기는 얼굴을 타고 흐른다. 얼굴에 튄 정체모를 체엑과 파편들을 훔치곤 들어온 이공간은 말 그대로 자신의 상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곳이었다. 무기력이 몰려올 법도 하건만 그것보다는 피곤함이 배로 몰려온다. 혀를 차곤 주변을 급히 살폈다. 여긴, 뭐지?)
수정 목걸이가 푸르게 빛납니다.
이 아티팩트 덕분에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군요.
다만, 평범한 입장은 아닙니다.
당신과 크로쉬는 불청객이며, 공간을 찢고 침입하는 것뿐이니까요.
스웨인 휘슬러:
=
크로쉬 일럼:3
::스웨인, 크로쉬 각 마력 2, 3을 지불해 이공간에 진입합니다.
이공간에 진입하던 순간, 당신의 주머니에서 피어나던 빛을 크로쉬가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죠.
그도 그럴게, 그는 최강의 인류이자 크리쳐니까요.
크로쉬 일럼:(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의 전투복 주머니 안쪽으로 순간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스웨인, 너 그거 뭐야? 주머니 안쪽.
스웨인 휘슬러:주머니? (자신도 모르게 시야를 아래로 내렸다가 아차, 하는 얼굴을 했다. 직감적으로 이게 자신을 도왔음을 깨달았지만 문제는 그는 이 것의 존재를 모른단 것이었다. 잠시 눈을 굴리더니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떴다.) 아까, 감옥의 열쇠를 건네준 조력자가 준거야. 나중에 설명할테니까, 지금은 여기를 우선시 해도 될까?
크로쉬 일럼:(그가 일순 동요했음을 안다. 그리고 이어서 피어오르는 의심. 평소의 그라면 저 빛나는 물건에 대해 이야기했을 것이 분명한 것을, 그런 그가 제게 숨기는 이유라면... 내가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 분명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지? 스웨인 휘슬러.
스웨인 휘슬러:(제가 숨기고 있음을 뻔히 눈치챘음에도 더는 채근하지 않고 이후를 기약하는 그의 다정함에 웃었다. 이런 순간인데도 웃었다. 어찌하겠는가. 우리는 최강의 크리쳐이기 이전에 최강의 인류이며, 그 이전에 하나의 연인일 뿐이었다. 이런 순간마저도 네 다정이 좋았다. 그렇기에 얌전히 고갤 끄덕이며) 그럴게. (그로썬 답답하지만 뻔한 답을 주었다.)
간신히 침입한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이곳은 평범한 도서관이 아닌 사이버 데이터로 빼곡한 도서관입니다.
수록된 데이터는 어림잡아도 테라, 페타, 엑사, 제타, 요타바이트를 넘어선 용량으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광경입니다.
스웨인 휘슬러:
크로쉬 일럼:
::스웨인 SAN -1
정신을 다잡고 간신히 상황을 파악합니다.
이곳은 하나의 방주입니다.
인류 멸망 후 한 조각이라도 더 정보를 남기기 위한….
무수히 꽂혀있는 자료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스웨인 휘슬러:(인간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형태에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고 토악질을 겨우 삼켰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머리를 두어번 털고는 침착하게 자료들을 확인해본다.)
당신은 그 중에서 한 학자의 수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스웨인 휘슬러:(태양에 손을 뻗어 추락한 자들. 신화 속엔 그러한 자들이 많았다. 자신이 신에게 닿을 수 있다는 오만함. 또는 간절함. 그리고 화답한 신들의 손길은 무슨 형태든 재앙으로 다가왔다. 신에게 있어 인간은 개미와도 같았다. 그 당연한 절대성에 감히 대든 말로란건 그러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게,) 지금 AOC의 꼴이겠군.
당신이 다른 유용한 정보를 찾기 위해 다시 책장에 접촉하면, 어디선가 정중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 누구신가요? 어른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스웨인 휘슬러:(목소리가 들려올거라곤 생각치도 못해 반사적으로 경계 자세를 하며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몸을 돌리면, 도서관의 중심에는 수백 명의 아이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정부 요원으로 보이는 한 명의 나이 든 여성만이 눈을 감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아이처럼 자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는 눈을 감고 이 어마어마한 정보의 방주를 단신으로 관리하며, 계속해서 채워 넣고 있습니다.
방주의 관리자:아이와 데이터 만으로 이 방주는 이미 가득 찬 상태예요. 안타깝게도 어른이 탈 자리는 없습니다.
스웨인 휘슬러:.....방주? 아이와 데이터?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리고 있음에도 겨누고 있던 총을 내리곤 그 자리에 서서 여성을 향해 바로 물었다.) 어디로 가는 방주입니까?
방주의 관리자:여길 알아차리고 들어올 정도라면 이미 아시리라 생각했는데... 인류 멸망을 예감한 정부와 AOC의 긴급 프로젝트로, 통칭 《인류 생존 작전》의 중심인 방주입니다. 이 세계의 중요 정보, 지식과 문화를 전부 문서화 해서 저장해두었습니다. 무지성의 신이 지구를 휩쓸고 멸망시켜도 일부나마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말이죠.
스웨인 휘슬러:(그녀의 대답에 미간을 슬 찌푸렸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니길 바랐다. 세계의 정보와 지식, 문화 등을 전달하려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어디서 나타났는가? 아이들만으로 다른 곳에 갔을 떄 살아남는다는 보장이나 있는가? 그럼 방주에 탄 인원들의 선별은 누가 했는가. 결국 돌고돌아 원점이다. 사고를 친 놈 따로, 그 사이에서 희생되는 사람 따로,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다시 뽑혀 자신의 운명이 뒤틀린줄도 모르는 사람 따로.)
방주의 관리자:눈치가 빠르시군요. 저는 마력으로 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 방주의 관리자입니다. 지금은 당신들이 뚫은 구멍을 보수하느라 연산이 밀려서요. 수정을 넘기다니, 그도 결국 이곳을 떠났나 보군요...
스웨인 휘슬러:(프로그램, 역시나 인간은 아니었군. 그런 짧은 생각을 흘리곤 무의식적으로 수정이 든 주머니를 더듬거렸다.) 네, 떠났습니다. 작별 선물이라며 제게 건네주더군요.
방주의 관리자:정확히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 또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요.
말을 마친 방주의 관리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어나갑니다.
방주의 관리자:여러분의 침입을 감지, 제 관리자에게 송신했습니다. 강제 보안 해제로 방주 운용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무작위로 발생한 CCTV 영상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관리자의 손짓 한 번에 인터페이스 위로 화질 나쁜 영상이 재생됩니다.
AOC의 수뇌부, 그리고 정부 요인들이 둥글게 둘러앉은 회의실이 촬영된 영상입니다.
상당히 흐트러진 분위기입니다.
어찌나 거센 회의가 오갔는지, 어떤 사람의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가장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어섭니다.
그 말에 일동, 침묵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과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을, 책임지지 못한 불편한 죄책감을.
입을 뗀 자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 ...
그 말이 끝나자, 당신과 크로쉬의 주위로 청색 스파크가 일며 수백 개의 화면이 나타납니다.
하나하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영상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지나치게 많은 화면은 화면 위에 겹쳐지며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내고,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성이 귀를 괴롭힙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에서 발생하는 괴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어째서 자신이 방주에 탑승할 수 없냐고 항의하는 고위층 인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방주에 딸을 태우고 흐느껴 우는 과학자 부부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상층 구석에 처박혀 머리를 감싸 쥐고 벌벌 떨고 있는 소장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AOC 대원들에게 "우리를 지켜라!" 라고 연신 연호하는 정부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망치는 AOC 대원들이, 어떤 영상에는 패배하고 죽어버린 AOC 대원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비명을 지르는 시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도심에서까지 소환된 괴물들이 주위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상황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최전방에서 생체형 크리쳐와 싸우는 일반 대원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를 누리는 안전지대 외곽지역의 주민들이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당신의 가족이, 지인이, 친구가 보입니다.
어떤 영상에는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수백, 수천 마리의 괴물에게 맞서 싸우는 영상이 보입니다.
누군가가 말합니다.
그다음은 잡음이 섞여 들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영상의 화면은 두 사람의 시야을 꽉 채울 정도로 커집니다.
AOC의 옥상, 그 위로 검은 번개가 내리치더니 하늘이 개벽합니다.
무언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고작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인데도 안전지대 하늘의 1/4을 덮습니다.
그 이름은 무지성의 신.
목도한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충격적인 공포.
스웨인 휘슬러:
크로쉬 일럼:
크로쉬 일럼:3
스웨인 휘슬러:
=
::스웨인, 크로쉬 SAN -3.
마지막으로 모든 메시지의 앞에 팝업 메시지가 발생합니다.
인간이 감히 생존할 인간의 기준을 제단하고 정하는 것만큼 오만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크로쉬 일럼:(눈앞으로 스쳐 지나간 수백 개의 영상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오른 최후의 지령.) ... 예전의 나였다면 어땠을까. (문득 그렇게 새어 나온 한 문장이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표정, 여전히 가능성을 재는 이성,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 모든 것이 필요할지에 대해서 말한다면 단호히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스웨인 휘슬러:(시야에 가득 담기는건 누군가의 후회, 죄책감, 책임, 그리고 전투와 이별, 두려움과 고통, 죽음이 보인다. 전 인류가 다가온 재앙에 발버둥치고 다가오지 않은 재앙을 모른채로 삶을 즐긴다. 인간군상의 집합체가 망막에 새겨지고 귓가를 쉴새없이 때린다. 눈을 감고 싶으면서도 감지 않았다. '내'가 선택받지 않았다면 저 사이에 있었겠지. 그리고 이런 고민조차도 하지 않았을테다. 어렵다, 어려워. 그리 생각하는데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음성이 귓가를 때린다. 나는,)
크로쉬 일럼:나는 너처럼 좋은 인간은 아니라서, 이미 이 방주에 올라탄 아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가정했어. 우리에게 수호자라는 자격을 주겠다고 했지만, 처음에는 우리가 탈 수 있는 자리가 없다고도 했잖아. 그렇다면 충분히 생명 유지가 가능하지 않겠어?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다.) 그리고 난 인류를 구하고 싶은 게 아니야. 아직 내가 전부 파헤치지 못한 내 세계를 지키고 싶을 뿐이지. 아까도 말했잖아. 나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라고ㅡ.
스웨인 휘슬러:(그의 말을 듣고 한참을 조용히 있었다.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미고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그'가 준 수정이 아니었다면 이곳을 발견하는 것도, 출입하는 것도, 이런 고민을 할 일 조차도 없었을 것이다. 자신도 저 영상 속의 다른 이들처럼 다가오는 재양을 향해 달려가 사람을을 지키고 지키고 또 지켜, 종래엔 그를 위해 스러졌을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그가 화내지 않도록 그가 스러진 이후에 같이 눈을 감았을 것이다. 나는 내가 그리할 것임을 안다. 그러니 내 선택은 네가 말을 한 순간부터 정해졌다.)
크로쉬 일럼:진심일걸 알아서 짜증 난단 말이야? 지금의 너보다 내가 더 강한 건 알고 하는 말이지? 그러니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느니 그런 소리 하지 마. 정말 날 사랑한다면 마지막까지 살아. 나도 그렇게 할 거니까. (조금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손바닥으로 네 등을 적당한 세기로 한 대 친다.) 가자, 바보야.
스웨인 휘슬러:네가 나보다 더 강하다고 해서, 내가 널 지키지 말아야할 이유는 안되잖아. (그리 웃으며 그의 손길을 얌전히 맞았다. 네가 정말로 화가 나서인게 아닌, 나와 같은 걱정과 애정의 형태라는걸 모르지 않았으니까.)
당신과 크로쉬가 방주 탑승을 거절한다면 관리자는 무표정으로 말합니다
방주의 관리자:스웨인 휘슬러, 크로쉬 일럼 님의 신체 능력, 그리고 적의 능력을 대조했을 때, 승률은 0.000194%입니다. 생명 부지를 위해 가지 않는 쪽을 권장합니다.
스웨인 휘슬러:새삼스럽지만 확률이 있긴 있네? (그리 말하며 크로쉬를 향해 바라봤다.)
크로쉬 일럼:그러게? 생각보다 확률도 높은 걸? 절대적으로 지는 싸움이 아니라면 반드시 찬스가 있는 법이지. (그런 너를 마주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그리고 우리는 최강의 페어니까.
두 사람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인지, 관리자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만들어줍니다.
지금부터 인류와 세계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작전을 시작합니다.
방주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남은 시각은 10분 남짓, 거대한 신이 AOC 위에 완전히 착륙하면 그땐 모든 게 늦습니다.
모든 것들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졌음에도 이 도시를 지키고자 했다면, 당신의 머리는 가장 빠르게 회전합니다.
최속으로 '그것'에게 닿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스웨인! 크로쉬~!!
그때, 창밖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헬기를 운전 중인 에보니와 그 파트너, 나타샤입니다.
둘다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기의 사다리를 창가 쪽으로 던집니다.
에보니 그린:위쪽으로 가려는 거죠? 근처까지 데려다줄게요.
스웨인 휘슬러:좋아, 부탁하죠. (구태여 부상을 입었음에도 도와주는 것에 감사를 표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한걸음 더, 한 명 더 구해야한다. 그러기로 했으니까.)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은 헬기에 탑승한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태여 지적하지 않습니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진짜니까요.
그 마음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행동은 전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신과 크로쉬가 사다리를 붙잡으면 헬기는 높게 치솟습니다.
하늘 위에서 잿빛 도시를 내려다보면, 어두컴컴한 도시의 곳곳에는 연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메아리칩니다.
그야말로 인류 멸망에 걸맞는 풍경입니다.
스웨인 휘슬러:
크로쉬 일럼:
스웨인 휘슬러:
=
::스웨인, 크로쉬 SAN -1.
옥상 부근까지 접근하면 크로쉬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크로쉬 일럼:가자, 스웨인. 이게 우리의 마지막 임무야.
스웨인 휘슬러:그래, 가자.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심호흡을 한 후 그를 단단히 붙잡는다.)
당신의 말에 크로쉬는 미소로 답합니다.
그리고, 장애물 하나 없는 하늘 위로 두 사람이 뛰어내립니다.
헬기는 점점 멀어지고, 가속도가 붙은 몸뚱이가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면……
당신과 크로쉬는 맨몸으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때는 자정, 장소는 옥상, 하늘 가득히 차지한 무지성의 신은 안전 지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악몽 같은 몸체를 부풀립니다.
당신과 크로쉬는 1년 전 그 날처럼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그때와 다른 것은, 최강의 적이었던 서로가 등을 지켜준다는 점일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공포조차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승리의 길은 없습니다.
집중하세요.
자정 이후의 내일을 그리세요.
반드시 찾아올 아침을 소망하며,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세요.
스웨인 휘슬러:(이를 으득 물고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대 크리쳐 살상탄을 발포한다.)
거대한 공포가 몰려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겨내야 합니다. 인류를, 아니 서로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강한 의지는 탄환을 타고, 거대한 미지의 신을 그대로 꿰뚫습니다.
매우 거대한 몸뚱아리에 비해 아주 작은 상처일 수 있으나, 인류는 신과 마주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HP -28
크로쉬 일럼:거대한 몸뚱이를 들고 나타나다니, 완전 여기에 쏴달라고 친절히 과녁을 대주는 것과 다를 게 없는데? (라이플에 대 크리쳐 살상탄을 장착한 뒤 조준해 발포한다.)
크로쉬가 발포를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거대한 땅울림이 일어납니다.
이건 신의 강림에 의한 징조일까요?
일순 진동으로 인해 조준점이 흔들린 탓인지 총알이 크게 빗나갑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공격 횟수: 5
아자토스의 찌꺼기가 크로쉬를 향해 공격을 시도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크로쉬 일럼:(빠르게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하려고 시도해본다.)
크로쉬는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합니다.
하지만 거대한 재앙을 전부 피하기에는 그는 그저 조금 더 강한 한낱 미물일 뿐이죠.
순식간에 크로쉬의 복부가 관통 당하고, 거대한 힘에 의해 멀리 날아갑니다.
옥상에서 떨어지기 직전, 한 차례 목숨을 잃었던 크로쉬가 가까스로 땅을 붙잡고 버팁니다.
본래라면 소생까지 좀 더 시간이 걸릴 터.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이 세계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오로지 의지만으로 소생 주기를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전투는 계속 됩니다.
스웨인 휘슬러:크로쉬!!!!!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목에서부터 터져나오며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그를 향하던 걸음은 채 반절도 가지 못하고 돌아섰다. 네가 무사하려면 내가 해내야해, 어떻게 해서라도. 네가 무사하려면. 수도없이 속으로 되네이며 자신을 세뇌시킨다. 저것을 쓰러뜨리라는 단 하나의 명령을 자신에게. 그리고 세뇌가 끝난 손은 신을 향해 총을 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저 거대하고 모독적인 존재를 쓰러트리는 것.
당신의 강한 의지와 굳은 신념은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발포한 대 크리쳐 살상탄이 다시 한번 거대한 찌꺼기를 파고듭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HP -28
크로쉬 일럼:콜록..!! 헉, XX... 신은 신이라 이거지. (정확히 관통됐던 복부는 이미 수복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도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 보이고, 다시 한번 그것을 향해 총을 발포한다.)
아직 꺼지지 않은 도시의 불빛이 크로쉬의 눈을 따라 반짝입니다.
이곳에서 결코 물러설 마음도, 먼저 주저 앉을 생각도 없습니다.
그를 영웅으로 만든, 그리고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이가 죽기 전까지는.
아자토스의 찌꺼기 HP -24
아자토스의 찌꺼기:공격 횟수 2
하늘과 공명하듯 거대한 진동이 울립니다.
거대한 신은 자신의 상처를 수복하며 다시 몸을 불려갑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HP +20
아자토스의 찌꺼기:2
그리고 다시 한번 크로쉬를 향해 공격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크로쉬 일럼:(제 라이플을 한 손에 쥐고 재빠르게 몸을 날려 공격을 피한다.)
아슬아슬하게 크로쉬의 위로 공격이 스쳐지나갑니다.
크로쉬는 몸을 일으켜 다시 전투 태세를 갖춥니다.
스웨인 휘슬러:(그가 무사히 피했음에 호흡을 한번 내쉬곤 한 번 더 살상탄을 발포한다. 더이상의 생각은 필요치 않았다.)
당신이 인류 최강이라고 불렸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그것은 명예일 수도, 아니면 족쇄일 수도 있었던 호칭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다면 분명 이리 말할 테죠.
그는 틀림 없는 인류 최강이라고.
아자토스의 찌꺼기 HP - 28
크로쉬 일럼:전에 실수했던 거, 여기서 다 만해하는 거야? 오늘 컨디션 좋은데? (이 와중에도 키득거리며 가볍게 웃고는, 다시 한번 총을 발포한다.)
퍼버벅, 크로쉬가 발포한 탄환이 신을 그대로 명중시킵니다.
거대한 몸뚱이가 크게 흔들리며, 그것은 마치 바스라질 것만 같았던 순간.
아자토스의 찌꺼기:36
거대한 신은 다시 형태를 유지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공격 횟수 5
거대한 신은 발악하듯 크로쉬를 향해 마구 공격을 퍼붓기 시작합니다.
아자토스의 찌꺼기:
크로쉬 일럼:(쯧, 혀를 차고 다시 한번 빠르게 공격을 피한다.)
처음 공격을 피한 순간, 일순 건물 파편에 다리가 걸립니다.
그리고 아주 찰나였습니다.
무수한 공격이 크로쉬를 관통했고, 그 사이 몇 차례의 소생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을 받은 크로쉬는 이내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그는 점점 인간으로 돌아오고 있었죠.
그런 상태에서 자신의 의지 하나로 소생 주기를 컨트롤하며 무리한 싸움을 진행해왔습니다.
... ...
싸움은 계속 됩니다.
스웨인 휘슬러:.........아- 아, 아!!!!!!!! (비명이 터진다. 소리를 지른 줄도 몰랐다. 그저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눈물조차도 흐르지 않았다. 그에게 정신없이 뛰어가 그를 흔든다. 그가 미동도 하지 않음에, 노란 눈동자가 선연히 빛나며 하늘에 있는 신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손을 들어 망설임 없이 발포했다.)
아무리 크로쉬를 흔들어도, 그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거대한 상처가 천천히 수복되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원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이었나요?
단지 평범하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일상이 이리도 거대한 것이었나요?
굉음을 내며 발포된 탄환은 다시 한번 거대한 미지의 신을 관통합니다.
하지만, 알고 있어요.
이 마지막으로 아마, 우리의 이야기의 끝이 올 것이라는 걸.
아자토스의 찌꺼기:공격 횟수 3
끈적한 검은 촉수가 움직입니다.
당신과 크로쉬가 있는 곳을 향해
마치 그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이게, 죽음의 순간일까요?
아자토스의 찌꺼기:
압도적인 패배, 그리고 끝을 예감합니다.
당신의 예리한 감은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의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무뎌져만 갑니다.
쓰러진 크로쉬와 당신의 위로 다시 한번 공격이 내리쳐옵니다.
너덜너덜한 몸에 저 공격을 맞으면 아무리 알파형 크리쳐라도 수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 역시 움직일 수 없습니다.
라이플의 탄환은 전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끝입니다.
... ...
패배를 직감한 순간, 크로쉬를 내리치던 끈적한 검은 촉수가 굉음과 함께 궤도를 틉니다.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잿빛 하늘 위로 수십 대의 전투기가 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의 문이 열리더니 에보니가 고개를 내밉니다.
자세히 보니... 나타샤가 소장의 머리에 총을 대고 협박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소장은 벌벌 떨다가, 눈을 꾹 감고 외칩니다.
마이크로 웨이브:전원, 표적에 사격 개시!
안전지대의 총 전력, 살아남은 AOC 대원들이 맞서 싸웁니다.
벼락이 내리치고 땅이 쪼개지는 듯한 폭발음, 그리고 어마어마한 화력에 거대한 괴물도 움직이지 못하고 멈칫합니다.
행동을 멈춘 틈을 타 몇몇 대원들이 전투기에서 뛰어내리며 계속해서 사격합니다.
대원: 포기하지 마, 맞서 싸워!!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당신은 깨닫습니다.
당신은 홀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와 동시에 깨닫습니다.
이 전력으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스웨인 휘슬러:(죽음을 직감한 순간이 있었다. 더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음을 직감한 그 순간, 나는 그를 끌어안았다. 그를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죽을 것이라면, 그를 끌어안고 그와 함꼐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굉음과 함께 세계가 뒤흔들렸다. 사람이 사람을 구하고, 신이란 형태의 재앙이 멈춘다. 그 찰나의 순간 구원과 패배가 동시에 스친다. 발악.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단 하나의 질문. 내 싸움의 이유. 그것은,)
당신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목걸이 끝에 매달린 수정이 뜨거워집니다.
주변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갑니다.
스웨인 휘슬러:말했잖아? 내가 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위해서 싸울거야!!!
스웨인 휘슬러:그게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일거야. 그가 살아있을 세계를 위해서라면, 그가 살아있다면!
수정이 한층 더 달아오릅니다.
스웨인 휘슬러:내가 인간이 아니었던 시절, 내가 그를 잊었던 시절, 그는 날 잃었음에도 날 지켜줬어. 그러니 이번엔 내가 지킬거야. 난 이미 인간이 아니었던 적이 있으니 두렵지 않아.
수정은 불에 타는 듯한 열을 내뿜습니다.
닿은 살갗은 녹아내립니다.
스웨인 휘슬러:(막힘없이 대답하던 입이 일순 다물린다. 위로 당당히 솟아있던 고개가 아래로 향하면 들어오는건 피로 젖은 그의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하릴없이 울음이 나면서도 웃음이 났다. 설명해주기로 했는데, 또 화내겠네. 그치만, 내가 늘 말했잖아? 내 사랑은, 이런거라고.)
당신의 주변으로 증기와 함께 세찬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열기는 당신의 온몸에 전이됩니다.
스웨인 휘슬러:크로쉬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그가 살아갈 세계를 지킬 수 있는 힘. 그걸 바랄 뿐이야.
대답한 순간, 수정은 철컥, 소리와 함께 네 조각으로 나뉘며 작은 바늘을 드러냅니다.
당신이 이걸 받아들인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이성도, 모든 기억도 전부 휘발된 채 크리쳐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싸우겠다면, 포기하지 않고 싸울 만큼 당신에게 지킬 것이 있다면.
그 바늘을 사용하세요.
수정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아니, 당신 내부에 남은 크리쳐 세포가 속삭였을지도 모르죠.
온 세상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스웨인 휘슬러:(품에 안은 그를 한번 내려다봤다, 수정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그것을 붙잡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고한다. 스웨인 휘슬러, 기억해. 네가 누구인지. 왜 이것을 잡는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크로쉬 일럼, 그와 너를 잊지 마. 결코.)
바늘이 몸에 주입된 순간 피가 뜨겁게 끓어오릅니다.
단순명료한 이야기, 이것으로 당신은 다시 알파형 크리쳐가 됩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힘이 찾아옵니다.
수십, 수백 번을 죽어도 죽지 않는 그 모든 생명력이 단 한순간에 집약된,
셀 수 없이 목숨을 포기해야만 얻을 수 있는 끔찍한 힘이,
지금의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광기가 치솟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강한 의지가 치솟습니다.
고출력의 힘을 채 감당하지 못한 당신의 몸이, 그릇이 부서져 갑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다잡으세요.
자신을 놓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영웅이 될 시간입니다.
또다시 찾아온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혈관을 타고 흘러온 기계 장치의 신이 당신을 장악합니다.
바늘이 꽂힌 자리 주변으로 수백 개의 새파란 인터페이스 창이 발생합니다.
근력, 정신력…? 이게 다 무슨 소리죠?
인터페이스 위에 적힌 단 하나의 문장만이 당신을 독촉합니다.
스웨인 휘슬러:-!, -!!, -!!!!! (비명, 절규, 혹은 그 무엇도 되지 못한 소리가 터져나온다. 감히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원한 자의 말로. 그것을 아까 전에 읽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리 되어가고 있는 인간이었다. 광기가 치솟은 만큼 마음이 그것을 누른다. 결코 잊지 않겠다 고한 이름이 있었다. 그 사람을 지키겠다 맹세한 마음이 있었다. 고로, 나는 견딜 것이다.)
거대한 무지성의 신, 인류를 멸망시킬 모독적인 존재.
그 모든 재앙을 막아선 것은 단 한 사람.
그저 소중한 이를 지키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던,
최강의 인류이자, 최강의 크리쳐이자,
평범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인류를 멸망 시킬 재앙에게, 종언을 선언합니다.
스웨인 휘슬러:(심호흡을 하고 발을 내딛었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저것 또한 나를 바라본다. 그러나 내가 신경 쓰는건 오직 하나. 내 뒤에 누워있는 그 뿐이다. 평화롭게 살고 싶단 것. 서로 마주 웃으며 같이 잠들고 일어나 아침을 보는 것. 그것만을 바랐다. 그와 함께 있길 바랐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인간이라면 응당 모두가 가진 소망이었다. 평화롭게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것. 그리고 저것은 그 소망에 필요없는 것이다. 불순물이다. 그러니까,)
마지막 타격의 충격으로 AOC 본부가 붕괴합니다.
신의 절명과 함께, 하늘을 차지하던 악몽은 산산조각 납니다.
충격의 여파로 당신의 몸 역시 튕겨 나가, 아래로 추락합니다.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몸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떨어지는 당신의 손목을 잡습니다.
크로쉬입니다.
덜덜 떨리는 팔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한데도, 놓지 않습니다.
놓을 수 없습니다.
그 표정은 절박합니다.
당신은 크로쉬가 이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깨닫습니다.
잿빛 도시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원점입니다.
회색 도시, 눈보라, 겨울
크리쳐인 나와 인간인 너.
죽어가는 나.
살아갈 당신.
크로쉬 일럼:(너의 손을 겨우 붙잡고 버틴다. 망가진 팔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더라도, 설령 그로 인해 이제 더 이상 기계를 만질 수 없더라도. 내게 있어 더 중요한 것은 너니까.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순간, 계속 감춰왔던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큭, 거짓말쟁이. 다, 다 설명한다고 했으면서... 나를 사랑하면 마지막까지 살라고 했잖아...!! 또, 또 이렇게 나를 두고 갈 거면서...
스웨인 휘슬러:(붕괴되는 건물 아래로 추락한다. 신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보고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자연스레 죽음을 받아들이려던 순간, 무언가가 날 붙드는 느낌이 들었다. 흐린 눈에 담긴건... 아, 그다. 그였다. 공중에 붙들려 멀거니 그를 올려다보면 그의 팔이 떨리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그가 울고 있었다.)
당신의 몸은 발끝부터 잘게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지만,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
오로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합니다.
크로쉬가 무언가 말하지만, 잘 와닿지 않습니다.
이것이 끝임을 직감합니다.
눈이 내립니다.
살아남은 안전도시의 눈입니다.
이 세계는 영원히 겨울일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보지 못하는 봄은 언젠가 찾아오겠지요.
마침내 되는 것은 타고 남은 재일까요, 세상에 내려앉는 눈일까요.
자, 작별 인사를 읊을 시간입니다.
스웨인 휘슬러:(통증이 느껴지질 않는다. 부서져가는 내가 안전지대의 눈과 뒤섞여 흩날린다. 죽어감에도 두렵지 않았다. 이 도시는 안전하며 나는 세계를 지켰다. 네가 있을 곳을, 너를 지켰다. 그러나 나를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네가 우나봐, 크로쉬.)
크로쉬가 당신을 놓은 게 먼저였을까요, 당신의 손끝까지 전부 흩어져버린 것이 먼저였을까요.
당신은 이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재가 휘날리는 눈밭을 맨손으로 할퀴 듯 긁으며 당신을 찾는 크로쉬의 모습을 봅니다.
멀지 않은 미래, 안전지대는 영웅의 이름을 칭송하며 역사에 기록합니다.
당신은 오래오래 기억될 거예요.
아주 오래.
스웨인 휘슬러 로스트.
크로쉬 일럼 생환.
.
.
.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핏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검은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간신히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면, 요란한 색의 조명이 눈을 찌릅니다.
당신은 눈밭이 아닌 번화가 한복판에 누워 있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구토감이 밀려옵니다.
???: 괜찮으세요?
누군가가 말을 걸지만, 그 얼굴은 두 겹, 세 겹으로 겹쳐집니다.
하늘을 나는 승용차가 빠르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가고, 드론이 거리 한복판에 신문을 배부합니다.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걸린 전광판에 크로쉬의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애초에 여긴 어디죠?
이 초등학교 과학 상상화에 나올 법한, 과하게 발전된 SF 도시는 도대체 뭔가요?
당신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전광판 속 크로쉬는 낯선 모습입니다.
그는 왼쪽 눈에 안대를 차고, 달라붙는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느슨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그날로부터 시간이 흘러,
마지막 이야기의 배경은 100년 후.
스웨인 휘슬러 생환?
크로쉬 일럼 생환?

기준치: | 70/35/14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네 말대로, 이제 밥 먹을 때 눈치보다 체하는 것도 사양이거든. (웃음)

그러니 같이 가줄 거지? 넌 내가 어딜 가든 함께 해줄 거잖아.

그러니 같이 갈게. 난 네가 어딜 가든 함께 할거니까.



단검 - 근접전(격투)를 사용합니다. 피해 데미지는 1D4+2+피해보너스입니다. 해당 내용을 시트에 갱신해주세요.


(조소를 머금은 채로 바라보다 그의 말에 시선을 내렸다.) 그래야지. 나갈 땐 정문으로 도망쳐서 위상을 깎아내려도 재밌겠지만 역시 들어갈 때는 몰래 들어가서 헤집는게 나으니까.












기준치: | 75/37/15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임무는 본부, 더 나아가 안전지대 전부를 지키는 것입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AOC야말로 정의입니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이 기관의 상층부는 다 또라이군. 죽여버린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 그런 예감이 들어.

어쩔까.



rolling 1d4
(
)
2
2


스웨인을 향해 들어오는 모든 공격은 크로쉬가 대신 맞습니다. 크로쉬에게 들어오는 공격은 스웨인에게 넘기지 않습니다.
크로쉬는 HP가 0이 되면 사망하지만, 1ROUND 후 부활합니다.
조우하는 적의 수는 8D10으로 정합니다. 순서는 스웨인-크로쉬-크리쳐로 진행합니다. 약식 룰이므로 반격 및 회피는 없습니다.

(아, 고민할 때가 아니다. 몸은 머리보다도 판단이 빨랐다. 순식간에 총을 고쳐쥐고 쏜다. 크리쳐의 출처따위 생각할 때가 아니다. 그대로 크리쳐 무리를 향해 라이플을 발포한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 |

기준치: | 85/42/17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24 |
기준치: | 45/22/9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2 |
5

기준치: | 75/37/15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4 |
rolling 4d6
(
+
+
+
)
1
4
3
3
11

기준치: | 85/42/17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9 |






(그 외에 대원에게서 다른 증세는 없나 살핀다. 크리쳐에게 당해 절명한 것 외에 신체적 변화 등.)


기준치: | 75/37/15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러나 당장에 알 수 있는 것은 없어 우선은 크로쉬에게로 돌아왔다.)




애시당초...이상하잖아. 여긴 본부인데 크리쳐가 이렇게나 돌아다니고 이 사단이 났는데 그 누구도 오지 않았어.




rolling 1d3
(
)
3
3



rolling 1d2
(
)
1
1

(그러나 해야할건 정해져있었다. 처리해야한다.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한번의 심호흡 후 그대로 괴물을 향해 라이플을 겨냥 후 발포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7 |

기준치: | 85/42/17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1 |
기준치: | 45/22/9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9 |

기준치: | 75/37/15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0 |

기준치: | 85/42/17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7 |



내가 살필테니까 잠깐만 쉬고 있어. 응?


(곧장 자신들이 쓰러뜨린 크리쳐, 아니 크리쳐도 아닌 것 같아보이는 무언가를 살핀다.)

(이 정도 소음에 왜 아무도 반응이 없지? 심지어 위층에서는 사람에 의해 침입이 막혔는데도?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이번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남은건 괴물들의 시체와 털끝하나 다치지 않은 자신과 고통스러워하는 그 뿐이다. 입술을 한 번 꾹 깨물고는 크로쉬에게로 돌아왔다.)
다 살펴봤어. 움직일 수 있겠어?






가자.







기준치: | 70/35/14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차피 그가 조사하지 않아도 저걸 봐야만 했다. 이 기이한 것들의 연속됨을 알려면, 반드시.)
(조심히 걸음을 옮겨, 사무실의 중심부로 향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99/49/19 |
굴림: | 8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주문이니, 주술이니, 그런 거 별로 안 믿었지만 그런 말이 있잖아. 부적이나 타로카드도 거꾸로 적힌 것은 뜻이 반대라지?
이거, 뭔가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쫓아내는 용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만약 그렇다면 뭘? 뭘 쫓아내려는 거지? (톡톡, 제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긴다.)

...아까 전에 우리가 본 것들을 쫓아내려고...했던걸까?

흠, 일단 내가 짐작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이네. (재밌다. 혼잣말처럼 새어 나온 작은 중얼거림 끝에 너와 시선을 맞추고 빙긋이 웃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지를 알아가는 게 즐거워서 어쩌지?

(그의 코를 한번 콱 잡아 비틀어주곤 상자를 살폈다.)


보지 말자. (이건 본인의 결론이고 제안이되 부탁이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래도, 해야겠지? 저기로 들어가나 (문을 가리켰던 손을 옮겨 창문으로 향했다.) 저기로 들어가나 모험은 마찬가지니까.





.....ㅇ




기준치: | 70/35/14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여기서 쓸대로 쓰고 죽기 직전인 대원을 처형이란 이름으로 치워버리는거,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진 않은데.
치울 명분도 확실하고.





먹잇감?
(사람을 죽이고 싶단 눈이었기 때문이다.)

기준치: | 69/34/13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마이크로 웨이브. AOC 최고의 권력자인 이곳의 소장. 그래. AOC는 크리쳐로부터 세계를 지키는 기관이지. 그러니 크리쳐를 처분하는 것이 맞아. 당신의 행동에 오점은 없지. 아주 유감스럽게도 말이야.
(그러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옆에 있던 대원들부터 붙잡힌 인질들까지, 모두가 자신을 쳐다본다. 그 모습이 웃음이 날 정도로 한심했다.) 크리쳐가 아닌 일반 대원인 내가 말 거는거에도 벌벌 떠는 놈이 크리쳐로부터 세계를 지키는 기관의 수장이라. 촌극이 따로 없어.
(웃는다. 모두가 숨을 삼킬 정도로, 눈을 휘어 웃는다. 바로 옆에서 피가 튀겨 새빨갛게 피를 뒤집어쓴 남자가 노란 눈을 형형히 뜨고 웃는다.) 당신이 아까 말했지. 안전지대 정부의 대 크리쳐 정책에 반항식을 품은 불손한 단체들이 늘어났다고. 그래서 본보기로 처형식을 할거며 본부와 안전지대를 지키라고. 그런데...
아래층에서 괴생명체가 대원들을 살해하고 배회하는건 봤나 모르겠네. 그걸 나랑 크로쉬가 처리해줬는데. 그냥 하지 말고 돌아갈걸 그랬나봐.
3중으로 가두고 사이로 총 쏘고도 떨거면 알아서 그 뱃가죽이 뜯겼을텐데. 유감이야.

(제게 말을 건 사람을 봤다 한번 심호흡하곤 취고 있던 총을 바닥에 내팽겨치곤 크로쉬의 상태를 살폈다.)

(그를 끌어안고 기나긴 침묵을 유지한다. 속이 복잡하지만 그래도 성과가 없는건 아니었다. 그는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인질 역시 무사하다. 그리고 '나'는) 소장을 죽일 각오도 들었고.
(중얼거림이었으나 지나치게 고요했던 탓에 옆에 있던 대원이 움찔 놀라는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어디까지나 인질이었고 '당장'엔 우호적이었기에 그에게로 다가가 단검으로 밧줄을 풀어주었다.)
일럼의 회복이 늦는 것도 그런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상황을 설명해줘야 할 것 같아요. 들을 수 있겠어요?

여러분이 떠날 무렵, 많은 크리쳐 대원들이 탈영을 시도했어요. AOC가 저지른 크리쳐 실험의 자세한 내막이 암암리에 밝혀졌거든요. 저 역시 제 파트너에게 있었던 일을 알고 동료들과 함께 소장을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 했습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모든 걸 덮으려 할 줄은 몰랐지만요.
한순간이었어요, 순식간에 습격 당해서 눈을 떠보니 이런 꼴이 되어버렸더라고요.
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인해 인간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분야의 지식과 너무 밀접하게 접촉해버렸어요. 어쩌면 신을 부르기 위한 소환 의식과 연구는 크게 다르지 않았나 봐요.
그건... 우리에게 신앙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을 느꼈기에 찾아올 뿐이죠. 존재만으로 안전지대 안의 모든 인간들이 멸절하겠지만요.
정부 측에서는 이것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사흘 전에 알게 됐어요. 저지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란 것도 알았죠. 그러니 AOC 대원들이 필요했던 거예요.
일단, 역주문을 발동하는 아티팩트가 부족해 함정을 설치한 건 확실해요. 진상을 알아버린 저희를 포함해서, 탈주한 대원들을 이곳으로 소환해 마력을 바치도록 한 거죠. 이런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텐데도, 신을 쫓을 방법은 없으니까요...
... 아마 아까 전 말했던 먹잇감이라는 게 이런 뜻일 거예요.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이게 전부예요.

돌아다니던 것도 인간도 크리쳐도 아니라 무언가 다른게 나타나고 있단 것도 맞았어. 여길 지키고 있어야만 했던 것조차도. (입가에 손을 댄 채 고민했다. 솔직히 말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자신과 그가 겪은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인간이면 응당 자신이 남에게 험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사람이 같은 꼴을 당하거나 죽길 바라는건 당연했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도 당해도 상관 없냐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 정도로 자신은 인간성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저 치들처럼 멍청해지는건 사양이었다.)
신을 쫓아낼 방법을 이 와중에 찾던가. 아니면 신이 넘어올 수 있는 문, 혹은 이곳으로 오게 하는 매개체...즉 좌표가 될 것을 부수던가. ..외엔 떠오르는게 없군. '신'이라는 존재가 정말로 있다면. 그것과 연관된 것들이 아까 내가 조우한 종류의 것들이라면 이 도시의 사람을 전부 죽여 바칠게 아니라면 무의미해.

(갑작스레 나타난 자를 응시자가 그가 어디선가 의자를 끌어와 앉는다. 나를 살피러 왔다고?) 누구십니까. (당연하게도 첫 질문은 정체에 대한 것이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인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금속형 크리쳐를 인간들에게 제공한 것도 선의를 기반으로 한 행동이었죠. 비록 결과는 달라졌지만요.
선천적으로 다리가 하나 없어, 그리고 비교적 멍청하게 태어난 탓에 동족들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이런 저라도 부정당할 이유가 없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 있거든요. 예,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저는 인간이 만든 영화를 보고 변했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게 되었고, 부족한 지식이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몇몇 인간은 제가 본 게 고작 클리셰 SF 영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말이죠, 그런 작품에도 감화되는 자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흔한 구조, 뻔한 전개, 유치한 연출, B급이라고도 하죠. 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비록 이 땅에 정착한 이후 인간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믿고 기대하며 여러분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조차 저를 비웃더군요.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요. 그런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할 세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는 줄곧,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용기를 보여줄 사람을, 오로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리석고 사랑스러운 만용을,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제게 보여줄 사람을.
어디에 있든 저는 그날 저를 바꾼 메시지를 잊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작별 선물이에요,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역시 첫 번째 인간 알파인 당신에게 드리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오늘 자정...이라고. (인류의 멸망. 그리고 첫번째 인간 알파. C.V의 첫 실험체인 나. 나 때문에 진창을 같이 구르길 결심하고, 그로 인해 변해버린 너. 우리의 행동이. '그'를 뒤흔든 것일까?) ...하나,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럼 저 또한 한가지 묻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전히 눈을 감은채 움직이지 않는 너를 보았다. 이상하지. 이 상황 속에서도 나는 웃음만 새어나왔어. 그렇잖아. 너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거부하겠어.)
(눈을 한 번 감았다 뜨곤 '그 자'를 바로 보았다. 아까 전 소장을 보던 모습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으나 단 한가지. 눈, 눈만은 선연히 빛나고 있었다. 살기가 아닌, 결의를 가진 눈으로 '그 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을 위한 각오는, 이 사람을 사랑한 순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화내지 마, 크로쉬. 내 사랑은 이런거니까.)










(옆에 있는 에보니 그린을 한 번 쳐다봤다 짧게 말했다.) 우리가 떠난 뒤로 실험에 관해 알게된 다수의 대원들이 탈영을 시도했지만 습격으로 붙잡혔다고 해. AOC는 과도한 크리쳐 실험으로 필요이상의 지식에 다가갔고 그 과정에서 신에 가까운 무언가를 소환하는거에 닿았나봐. 우리의 존재를 안 그것이 우리쪽으로 오고 있고 그건 존재만으로도 인류를 없앨 수 있다고 해.
(한 번 심호흡을 하곤 다시 말을 이었다.) 정확힌 모르지만 아마 우리, 그러니까 대원들을 이용해서 자신들을 살아남으려고 한거야. 아까 네가 쓰러지고 난 뒤로 소장이 우리에게 먹잇감이라고 했어. 같은 맥락이겠지.
(말을 마치곤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열쇠도 얻었으니까. 우리, 나가서 소장부터 때려눕히는거 어때. (물론 그 이후의 대화는 말하지 않았다. 소장에게 살의를 느꼈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 이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던, 나는 널 지킬거다. 그것만 결심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기준치: | 75/37/15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rolling 1d3
(
)
2
2






기준치: | 68/34/13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혀를 차며 수기를 책장 안에 꽂아넣은 후 다른건 없나 더 살폈다. 신을 막을 방법, 그러한 것들을.)



하하,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새어나온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지. 눈가를 손으로 덮었다 내리면 그 눈은 싸하게 내려앉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를 향해 굳이 분노를 드러내진 않았다.) 그럼 당신은, 그 프로젝트의 관리자겠군요.

(그러곤 잠시 망설였다 입을 열었다.) 이 수정이 뭔지 아십니까.

기준치: | 67/33/13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0/35/14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rolling 1d3
(
)
3
3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너랑 이렇게 같이 싸우는 걸 제법 좋아했거든. 물론 귀찮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정말 싫었다면 너와 함께 AOC에 들어오지도 않았겠지. (제 손에 들린 라이플에 잠시 시선을 둔다.) 참 다사다난했어, 그렇지? 그래서 그런가, 나는 방주에 탑승하고 싶지는 않아. 물론 내가 알 수 없는 이 미지의 공간에 대해 흥미가 없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나는 내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그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마저도 사랑하니까.
넌 어떻게 할래? 난 이 엉망진창인 세계에 너만 있다면, 포기할 생각은 없는데. (그리 말하며 너와 시선을 맞추고 맑게 웃었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던 찰나 마지막 지령이 떠오른다. 인류를 수호할 것. 어떤 형태의 인류이건 내가해야하는건 변함이 없다. 그러나 한쪽을 선택하면 한쪽은 반드시 죽는다. 기울어진 천칭.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구나. 한숨이 채 새어나오기도 전에 옆에서 그의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려온다. 고개를 돌리면 그가 웃는다. 웃으며 자신과 있으면 포기할 생각이 없다 선언한다. 너는 이 순간에도 영웅이구나. 나와는 달리.)
...우리는 이런 순간까지도 맞질 않네. (그리 말하며 작게 웃었다.) 나는 죽을 인류보다는 이 곳에 있는 어린 아이들이 걱정되었어. 어차피 한쪽이 필패라면, 남은 한쪽을, 그것도 어린애들이라면 그쪽을 지키는게 맞지 않나 생각했어. 난 방주 안에 있는 지식과 문화 같은거엔 관심 없어. 미지의 세계엔 더더욱. 난 너만 있으면 되고 너만 지킬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고민이야.
너와 함께 다시 또 싸우고 싶단 생각이랑, 그래도 아이들은 지켜야하지 않냐는 같잖은 영웅심리가 부딪히는 중이라. (그리 말하는 표정은 어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있었다. 우는 것도, 분노하는 것도 아녔다. 그저 고민 중이었다. 어쨋건 나도 하나의 인간이기 때문에.)

어느 쪽을 선택해도 존중은 해줄게. 애당초 그저 평범한 최강의 인류일 뿐인 너에게 나는 지금 같이 죽으러 가자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도 하니까.

크로쉬. (입이 열리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그를 마주보며, 수백의 어린 아이를 등 뒤에 놓은채 나는 웃었다. 너를 보며 웃었다.) 나는 너를 위해선 나를 포함해 그 모든걸 바칠거야. 그게 내 목숨, 호은 죽음이라도. 전 인류를 포함한 세계라도. 네가 원한다면 네 옆에서 너를 위해서라면.
그러니 같이 갈게. 난 네가 어딜 가든 함께 할거야.
내 사랑은, 이런거야.


응, 가자.


우리는 지금부터 근처 시민들을 대피시킬 거예요. 끝나는 대로 도우러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이곳을 부탁해도 될까요?


기준치: | 64/32/12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rolling 1d3
(
)
1
1


마지막까지 같이 싸워줘, 크로쉬!

기준치: | 75/37/15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5 |

기준치: | 85/42/17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피해: | 9 |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2
기준치: | 100/50/20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5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0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4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9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8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6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1 |

기준치: | 79/39/15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79/39/15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9/39/15 |
굴림: | 7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9/39/15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9/39/15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5/37/15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3 |

기준치: | 85/42/17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6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9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8 |

기준치: | 79/39/15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5/37/15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9 |

기준치: | 85/42/17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3 |
2
기준치: | 100/50/20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20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4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5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1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피해: | 17 |

기준치: | 79/39/15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9/39/15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79/39/15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9/39/15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9/39/15 |
굴림: | 3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75/37/15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4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2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9 |
기준치: | 100/50/20 |
굴림: | 4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16 |

그를 위해, 그가 살아갈 세계를 위해 싸웠어. 그가 죽지 않길 바랬으니까. 그가 원하는게 진실이던, 혹은 다른 것이던 같이 가겠다고, 어딜가든 함께 하겠다고 했으니까. 이번에도 나는 그를 위해 싸웠어. 더 싸워야한다면 그렇게 할거야. 이 사람을 위한 각오는 내 사랑의 시작부터 시작했어.
내 목숨이 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크로쉬 일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소중한 사람과 헤어져 그의 슬픔과 분노를 받더라도.



(눈 앞에 떠오른 수백개의 창이 떠오른다. 그것이 내게 다시 태어나라 종용한다. 인간의 껍질을 벗고 '저것'에게 종언을 고하라 독촉한다. 그래, 그래야지. 그러기 위해 나는 스스로 모독을 뒤집어 쓴거니까. 해내야지.)
(품 안에 든 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하늘에 떠있는 '무언가'를 바라본다. 이상하게도, 더는 두렵지 않았다. 질것같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 끝내자. (이리도 웃음이 터지는거겠지.)

기준치: | 100/50/20 |
굴림: | 7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685 |


-... (힘이 빠진 목에선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뻐끔거리는 입으로 그를 부르려다 다물었다. 얼굴에 떨어지는 물방울에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결국 원점이다. 나는 괴물이 되었고 너는 사람으로 돌아갔다. 이대로 사라지면 참 편할텐데, 그런 못된 마음이 불쑥 솟았다가도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나는 늘 이런식이었으니까. 내 사랑은 이런 것이라며, 너를 위한 척 네가 싫어할 행동만을 골라서 했으니까. 그러니 이번만큼은 말하지 않았다. 네 팔이 날 지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걸 알면서도 놓으란 말만큼은 하지 않았다. 너를 더이상 나 때문에 울게 하고 싶지 않았다. 고작 나 같은 것 하나 때문에.)

...아까-. (마지막 힘을 짜낸 입에선 다행이도 목소리가 나왔다. 다행이지, 정말로.) 누가 물어보더라. 계속 싸우겠냐고. 인간으로 죽을 수 없어도,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더라도,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힘을 거머쥘거냐고. 그래서 난 말했어. 너를 위해서 싸울거라고. 그 결과가 이건가봐. (늘상 웃던 얼굴처럼 웃는다. 아니, 웃었는지 잘 모르겠다. 웃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크로쉬. 나를 포기하지 않아줘서. 붙잡아줘서. 내가 널 잊어도, 내가 인간이 아니게 되었더라도 날 포기하지 않아줘서.
사랑해. (그래, 이게 내 진심. 수백 수천번을 말하고도 늘 말하고 싶었던 나의 감정.) 사랑해, 크로쉬. (널 사랑해. 그 무엇보다도 널 사랑하고, 사랑할거야. 그러니 나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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