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쉬 일럼:소장님한테 이번 활동 보고하고 올 테니 여기서 얌전히 있어. 사고치지 말고~. (손 휘휘 저으며)
스웨인 휘슬러:사고는 너가 나한테 쳤잖아 (숨을 한 번 고르고는 웃는 얼굴로 쳐다봤다.)
크로쉬 일럼:응? 뭐라고~? 어휴, 급하다 급해! (능청스레 대꾸하며 이미 저 멀리 뛰어가고 있다.)
스웨인 휘슬러:하............................. (앞머리 벅벅)
그렇게 당신은 휴게실 자판기 앞에 덩그러니 남겨집니다.
의자가 넉넉하게 비어있어, 적당한 자리에 앉아 목이라도 축이며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판기에는 온갖 종류의 음료수가 있는데, 옆에 붙은 판넬을 보니 요즘 사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건 팥사과사이다라고 하네요.
팥사과사이다...?
스웨인 휘슬러:............(피곤하고 힘들고 배고픈데 그런 도전은 하고 싶지 않아 다른 목록들을 살펴보다 오렌지 주스를 뽑는다.)
오렌지 주스를 뽑아 휴게실 의자에 앉아 목을 축이고 있자면,
복도 너머에서 한 무리의 대원들이 걸어옵니다.
절도 있는 발걸음 소리는 익숙하지만, 전혀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애초에 크리쳐 출신에 정식 입사 시험을 거치지 않아서 동기가 없는 당신이 아는 대원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요.
가장 키가 큰 대원 하나가 이쪽을 보더니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콘라드 신:이야, 반갑습니다. 실물로 뵙는 건 처음이네요. 그러니까, 휘슬러 씨? (능청스레 웃으며 손을 내민다.) 우리 구역을 대표하는 대원이라 그런가, 정말 얼굴 한 번 보기 힘드네요.
낯선 얼굴의 대원은 싹싹하게 웃으면서 말을 걸어옵니다.
스웨인 휘슬러: (그의 손을 잠시 바라보다 오렌지 주스를 옆에 내려놓은 후 웃는 얼굴로 손을 잡았다.) 아무래도 저와 제 파트너가 이 구역을 대표하느라 바쁘긴하죠. 그래서,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콘라드 신:아, 제 소개도 안 했군요. 제 이름은 콘라드 신입니다. 뭐, 콘라드라고 불러주세요. (가볍게 손을 잡고 흔들다) 일을 워낙 잘해주셔서 최전방까지 나갈 일은 별로 없지만, 크리쳐 몇 체 정도는 잡아본 적 있습니다. 별거 없죠?
그보다 파트너랑 합을 맞추기 힘들지 않던가요? 크로쉬 말입니다. 제가 또 그 녀석은 잘 아는 편이거든요. (빙긋, 웃으며)
스웨인 휘슬러:뭐, 별거 없긴합니다만 최전방은 다르더군요. 그런데 크로쉬에 대해서 잘 아시나 봅니다? (딱히 그에 대한 평가는 들려주지 않은채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콘라드 신:네, 뭐. 입사 동기이기도 하고. 또 나름 각별한 사이였죠?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곤) 그런데 정말 놀랐습니다. 보통 구역 대표라고 하면 대대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차지하는데, 처음 보는 대원이 갑자기 임명되어서요. 아, 물론 당신의 실력이 의심된다는 건 아니고요. 아시죠?
스웨인 휘슬러:(각별한 사이였다는 말에 웃는 눈이 더욱이 휘었지만 남이 보기엔 그저 웃는 얼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온 말은... 글쎄?) 뭐, 의심이 된다면 AOC를 의심하게되는 것일테니 설마 그러진 않으실거라 믿습니다. 설마 이 거대하고 견고한 곳에서 저와 제 파트너를 평가해준 지표를 부정하시진 않을테니까요. 그렇죠? 그래도 저와 제 파트너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분을 만나 기쁩니다.
콘라드 신: 설마요~. 낙하산? 이라고 하나? 저는 잘 모르지만 그런 소문이 도는 것 같더라고요. 걱정이 되어 말씀드려야 겠다는 참에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마주 웃으며) 아, 혹시 모르셨어요? 저희 소장님이 워낙 여기저기 정치계 쪽에 입김이 세다 보니…. 뭐, 저야 휘슬러 씨 말대로 두 사람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지만요~.
하지만 조심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휘슬러 씨의 출신이나 진짜 능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가 말하는 내용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당신이 크리쳐 군인이라는 사실은 AOC내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군사기밀이므로….
하지만, 듣다보면 슬금슬금 속에서 짜증이 밀려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놈이 뭐라는 거냐… 이 몸은 크리쳐라고… 까진 아니더라도, 새벽까지 크리쳐를 잡고 왔는데 이런 소리를 듣고 싶진 않을 테니까요.
콘라드 신:그런데, 그 초커는 뭔가요?
콘라드는 당신의 목걸이형 폭탄을 보며 관심을 표합니다.
알아서 뭐할건데, 이게 리모콘으로 폭파시킬 수 있는 단두대라는 사실을…….
스웨인 휘슬러:(뭐... 이러니 저러니 떠들어도 실제로 자신을 AOC가 정리하거나 내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서 그런가, 딱히 그의 말이 와닿진 않았다. 소장이 떠들어봤자 뭐라고 할 것인가. 남에게 최전방 맡기기? 설마. 단지 이 짜증은, 수면 부족과 식사 부족으로 인한 것이였다. 그러니 그의 말과 호기심은 슬슬 이쪽에서 쳐내고 싶었다. 딱히 대답해주고 싶은 마음도 없기에 웃고 있던 얼굴 그대로 그에게 말했다.) 저런, 오늘 초면인데 질문이 너무 많으시군요. 여기까지하시는게?
콘라드 신:아아, 죄송합니다. 혹시 화나신 건 아니죠? 휘슬러 씨 말대로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좋겠네요. (여전히 능청스레 웃는 얼굴로) 마침 승급전 좌표가 전송된 것 같습니다. 우리, 잘 해봐요?
그 말을 끝으로 콘라드는 함께 왔던 무리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손목에 찬 단말기에서 빛이 반짝거립니다.
모니터가 반짝이며 몇 가지 텍스트를 흘려 보내고 있습니다.
텍스트는 타야 하는 헬기와 도착 장소로, 당신 역시 아는 곳입니다.
시시포스산.
안전 구역 밖의 인근 산으로, 눈보라가 치면 조난 당하기 딱 좋습니다.
직접 올라간 적은 없지만, 밀려오는 크리쳐를 박멸하느라 근처에 간 경험은 있습니다.
크리쳐 퇴치는 군대가 동원되는 것보다 적은 인원의 최정예 부대가 투입되는 게 좋다는 건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이런 지역은 지대가 넓고 험준해 크리쳐도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괜찮을 것입니다.
다만, 평소보다 훨씬 위험하겠죠.
마침 보고를 끝낸 크로쉬가 돌아옵니다.
크로쉬 일럼:좌표 확인했어? 헬기장으로 가자.
스웨인 휘슬러:그래, 가자. (남은 주스를 전부 마신 후 쓰레기 통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함께 이동한다.)
크로쉬 일럼:나 없는 사이에 별일 없었지? 뭐, 이런 덩치한테 쉽사리 말 걸 사람도 없겠지만.
스웨인 휘슬러:많았는데? (태연..)
크로쉬 일럼: ? 뭐가 많았다는 거야. 일이 많았다는 거야, 아니면 말 거는 사람이 많았다는 거야?
스웨인 휘슬러:말 거는 사람은 하나인데 일이 많았다고. (그에게 시선을 한 번 줬다가 헬기장으로 이동하며 말했다.) 콘라드라는 대원이 찾아와 너에 대한 이야기와 내가 낙하산이라고 말하더라.
크로쉬 일럼: 아, 콘라드 신? 걔 성격 별로라서 그래. 신경 쓰지 마.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며) 이전 승급전에서 걔가 2위였거든. 그리고 전 파트너였어. 나 때문에 너한테 화풀이 한 걸걸?
스웨인 휘슬러:아아, 옹졸한 사람이었구나 (평가 끝)
크로쉬 일럼:푸핫─!!! (그의 말에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제 배를 부여 잡고 잠시 자리에 멈춰 선다.) 흐, 하학! 아, 미친…, 배 찢어질 것 같아. 아~ 이걸 콘라드가 들었어야 했는데!
스웨인 휘슬러:그렇게 웃겨? (그의 등을 토닥이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치만 맞는 말이지 않아? 전 파트너한테 밀려서 2위했다고 현 파트너한테 화풀이 할정도면 너한테 화낼 배짱도 없다는거 아닌가...
크로쉬 일럼:갑자기 훅 들어와서 빵 터졌네. (눈가의 눈물까지 닦아내고) 아냐, 맞는 말이야. 승급전은 기본적으로 2인 1조지만 결국 순위는 개인의 크리쳐 토벌 수로 정해지니까. 걔가 기본적으로 명예욕이나 인정 욕구가 크거든. 나만 화제가 되고 찬밥 신세로 밀려났으니 얼마나 배가 아프겠어? 그러니 다음에 또 그러면 대충 무시해.
스웨인 휘슬러:그럼 이번에 네가 1위, 내가 2위하면 3위하겠네. 그건 좀 불쌍하겠어. (그래도 알겠다는 듯 끄덕끄덕...)
크로쉬 일럼:뭐야, 이미 확정인 거야? (큭큭, 마저 웃다) 그보다 내가 1위고 네가 2위라니, 승패에 그렇게 집착하시는 편은 아닌가 봐요~. 모처럼이니 내기나 하자고 하려 했는데.
스웨인 휘슬러:내기? 평상시라면 할텐데 나는 지금 따뜻한 침대 들어가서 자는게 더 급해서. 나중에 하자. (라며 같이 키득여 웃었다.)
크로쉬 일럼:그래, 이긴 사람 소원 하나 들어주기 하려고 했는데 다음에 네가 멀쩡할 때 하자고. 그러고보니 아까 보고하면서 네 휴가건을 물어봤는데 소장님이… 아, 아니다. 이런 거 관심 없지? (일부러 말을 줄이고 다시 헬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스웨인 휘슬러:어? 내 휴가? (그 좋은걸 왜 말하다 말어...그치만 헬기장으로 발을 옮겼으니 졸졸 따라간다.)
두 사람이 헬기에 몸을 실으면 두 사람을 태운 기체는 저 너머의 산맥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쌓인 눈을 밟고 집합 지점까지 도달하면, 이번 승급전의 규칙이 공개됩니다.
사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한 듯, 헬퍼들이 대원들에게 GPS를 달아줍니다.
허공에는 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이 수십 대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문득, 콘라드와 눈이 마주칩니다.
그는 아까처럼 태평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더니, 이내 가까이 다가옵니다.
콘라드 신:방송이라도 되면 재밌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싸우는 모습이 공개되면 우리도 인기가 많아지지 않으려나?
크로쉬 일럼:(불쑥, 너와 콘라드 사이로 들어가서) 그러게. 그러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군인 아니돌로 데뷔하는 건 어때?
뭔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잠시 오가는 듯 하더니, 콘라드가 웃으며 두 손을 휘젓습니다.
콘라드 신:오해할까봐 미리 말하는 건데, 악의 같은 건 없어. 격차를 알고 있으니 라이벌로 삼을 생각 같은 것도 없고. (턱, 크로쉬 어깨에 팔을 올리더니) 뭐, 옛날이라면 모를까. 이 친구가 제 전 파트너라는 건 들었나요?
스웨인 휘슬러:뭐, 들었죠. 들었는데, (크로쉬의 어깨에 올린 팔을 내려주더니 웃는다.) 실례, 제 파트너한테 전 파트너 운운하면서 어깨에 팔을 올리길래 치워드렸습니다. 오해할까봐 저 역시 말씀드리는거지만, 저 역시도 격차가 너무 커서 콘라드 대원을 라이벌로 생각한 적 없습니다. (당신도 그렇잖아요, 하며 웃는다.)
콘라드 신:아, 이거 제법 독점욕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파트너는 소중히 하시는 편인가 보네요? (마주 웃으며) 그럼요. 그런데, 저 말고 두 사람에게 그런 지저분한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서요.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요. 규칙 잘 읽어보셨죠?
살상탄을 쓰지 말라는 말은 있지만, 공격하면 안 되는 다는 규칙은 없잖아요?
그 말을 들은 뒤 대원들이 있는 무리를 향해 시선을 돌리면, 그들 중 대다수와 시선이 마주칩니다.
스웨인 휘슬러:어디보자. 하나, 둘... (대원들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숫자를 세어보다 마지막의 콘라드까지 도합 19명인 것을 확인한다.) 명색에 대 크리쳐 부대라는 사람들이 어째 세력싸움이나 하고 있고. 나는, 너희들이 입만 살아서 공격할 때 오늘 아침까지도 크리쳐와 싸워왔어, 크로쉬와 함꼐. 그런데 뭐가 어째? 억울하면 너희도 상부에 고해. 억울하니까 제가 최전방에 가겠습니다~ 하고. (그러곤 대 크리쳐 살상 근접 무기로 전환 후 달려드는 이들을 상대한다.)
스웨인 휘슬러: (대 크리쳐 무기로 전환한 무기로 사람을 공격하는건 자칫하다 피해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고로 여기서는 빠르고 간단하지만 강력하게 제압하는 것이 맞다. 날아드는 도검은 자신의 도검으로 막으며 옆에서 날아오는 칼은 손잡이 윗 부분으로 빠르게 막는다. 또 하나 달려오는 놈은, 그대로 긴 장신의 다리로 복부를 그대로 걷어차버렸다. 방금전까지 절벽에서 죽다 살아났는데 검을 빼든 인간이 무서울리가 없었다.)
크로쉬 일럼: 내가 활약할 부분은 남겨두지 그래? 앞쪽은 너한테 맡긴다. (너와 자연스럽게 위치를 바꾸며 뒤를 포위한 인원을 향해 달려간다. 낡은 판자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은 가벼운 발걸음, 그대로 높게 뛰어올라 제일 가까운 대원의 관자놀이를 걷어차며 팔로는 날아오는 무기를 튕겨낸다.)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
기준치:
85/42/17
굴림:
72, 7, 81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피해:
8
크로쉬는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최강의 크리쳐인 당신과 파트너를 맺고 있을까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 또한 아득히 인간의 범주를 초월한,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그 이상을 달성한,
최강의 인류이니까요.
가볍게 마지막 대원까지 쓰러뜨리면, 그 자리에 멀쩡하게 남은 건 콘라드와 두 사람 뿐입니다.
폐부에서부터 강한 압력이 치솟고,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당신은 핏덩어리를 토해냅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듯한 겨울날의 추위 속, 회색 하늘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
떨어지며 부딪쳤는지 머리에서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끔찍한 비린내에 머리가 아픕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여기저기 끈적하게 말라붙은 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 축축합니다.
몸에 꼭 맞는 군복이 지독하게 무겁습니다.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총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입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죠?
크로쉬는?
스웨인 휘슬러: 쿨럭, (기침을 하면 입에서도 피와 숨이 거칠게 토해진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도 온 몸은 끔찍하게 부서진 듯 피와 물과 눈에 젖어 축축하고 무거우며 지독히 차갑다. 이런 곳에서 총 없이 조난 당한다는건 죽음을 의미한다. 적어도 자신은 살아있을지 몰라도...크로쉬는, 그는... 피에 젖어 붉은 시야를 그나마 깨끗한 옷자락으로 닦아내 시야를 확보한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 당신의 바로 옆에 크로쉬가 피를 흘리며 누워 있습니다.
스웨인 휘슬러: 크, 로쉬. 크로쉬. (큰 소리로 그를 부르고 싶었으나 혹여라도 크리쳐가 나올까 싶어 그에게 절뚝이며 다가가 살핀다. 작게 몸을 흔들고 그의 이름을 부르길 잠시. 곧장 가슴팍에 귀를 댄다. 숨, 숨은 쉬고 있어야만한다.)
이름을 부르거나 흔들어 깨워보아도 의식이 없습니다.
귀를 대보면, 일정한 속도로 박동하는 심장 소리가 들립니다.
체온도 따뜻합니다.
스웨인 휘슬러:하..........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를 품에 안은채 주변을 더 둘러본다. 총, 총은?)
원래 목표로 향하던 곳에서 정확하게 반대 방향인데다, 크리쳐의 생태에 관해 정확한 자료가 없는 곳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내리던 눈발은 차츰차츰 거세집니다.
폭풍이라도 밀려오는 것인지, 무시무시할 정도로 거센 바람이 온몸을 할퀴고 지나갑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둘 다 정말 동사할지도 모릅니다.
추위를 피할 장소를 우선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스웨인 휘슬러:(지리적 위치가 영 좋지 않다는 사실에 혀를 차며 우선 그의 옷매무새와 더불어 모자, 후드를 씌운다. 그리고 등에 단단히 업은 후 아까 허리에 매어놓았던 다소 마모된 로프로 그와 자신을 단단히 고정시킨다. 그러고는 각자 흩어진 총을 주운 후 자신 역시 후드를 꾹 줍은채 목깃에 얼굴 파묻으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외관은 당장 무너질 것처럼 조촐하지만, 들어가면 잠깐은 추위를 피하고 크로쉬를 눕힐 수 있겠네요.
스웨인 휘슬러:(무겁게 내려앉는 발이지만 저것을 발견한 이상 이동해야함으로 곧장 통나무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힘을 주어 걷기를 수분. 마침내 통나무 집으로 가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부는 의외로 그럴싸합니다.
방과 간이 주방, 거실이 있습니다.
스웨인 휘슬러:(집으로 들어와 문을 단단히 닫은 후 총 두자루를 문 옆에 기대어 세웠다. 우선은 그를 눕힐 곳이 우선이기에 [방]으로 들어섰다.)
가구라곤 거의 찾아보기 힘든 삭막한 방입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있지만, 그것도 꽤 오래 전인 것 같네요.
간이 침대와 등산용 가방을 하나 발견합니다.
스웨인 휘슬러: (그를 눕힐 <간이 침대>부터 살핀다
간이 침대 위에는 곰팡이 핀 모포 하나와 누렇게 변색된 베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조금 지저분하지만 크로쉬를 눕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웨인 휘슬러:(우선 그를 묶고 있던 로프를 푼 후 그의 머리는 베개에 곱게 놓았다. 사실 코트를 벗기고 체온을 올리는게 우선이지만 우선 이 집안을 더 수색해 몸을 뎁힐 것을 찾고 싶었기에 푹 젖은 코트를 벗어 침대 아랫쪽에 펴놓은 후 모포는 한 번 손으로 털어내고 그의 위에 덮어주었다.)
(그런 후 바로 등산용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살핀다.)
등산용 가방을 열면, 오래된 비스킷과 캠핑용 가스 버너가 들어있습니다.
밑바닥에는 구겨진 영수증이 몇 장 깔려 있습니다.
스웨인 휘슬러:(급한대로 전부 꺼낸 후 먼저 캠핑용 가스 버너부터 켜본다.)
다행히 가스 버너는 제대로 작동합니다.
스웨인 휘슬러:하아... 다행이다. (버너를 급한대로 침대 근처에 켜놓고는 비스킷의 상태를 본다.)
비스킷은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포장지에 적힌 유통기한을 보니 아직 지나지는 않은 것 같네요.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합니다.
스웨인 휘슬러:(이건 그가 일어나면 같이 먹기로 하고 챙겨둔 후 밖으로 나왔다. 우선은 간이 주방부터.)
가스 버너 하나 없는 조촐한 주방입니다.
벽장에서 캔으로 된 레토르트 토마토 스프와 물 몇 개를 발견합니다.
또한, 물을 끓일 수 있는 냄비도 보입니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식탁까지 있어, 불이 있다면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웨인 휘슬러:다행이다... (우선 발견한 것들을 주방 한켠에 일렬로 나열해놓은 후 시선을 거실로 옮겼다.
소파와 벽난로가 있습니다.
실내로 들어왔어도 여전히 뼈가 시릴 정도의 추위가 도사리고 있으므로, 불을 피우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스웨인 휘슬러: (급한대로 벽난로를 살핀다. 나무든 뭐든 쓸 수 있는게 있나?)
다행히 벽난로 옆으로 얼마 남지 않은 땔감용 나무가 보입니다.
스웨인 휘슬러:(급한대로 나무를 켜켜히 쌓아 올린 후 급한대로 불을 올린 버너와 영수증들을 가져와 영수증에 불을 붙인 후 나무 사이로 밀어넣었다.)
벽난로에 불이 붙고, 오두막 내에 열기가 감돌기 시작합니다.
그러길 잠시, 크로쉬가 수척한 표정으로 모포를 덮고 나옵니다.
크로쉬 일럼: (제 이마를 짚으며 방에서 걸어나온다.) …여긴 어디야?
스웨인 휘슬러:크로쉬, 정신이 들어? (그의 옷을 가지고와 말리려던 참이라 놀란 마음에 급히 다가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추락하고 눈을 뜬 지점에서 좀 떨어진 오두막이야. 다행히도 식량이랑 땔감이 있어서 불을 붙이고 있었지. 몸은 좀 어때?
크로쉬 일럼:그렇군. 뭐, 그럭저럭 괜찮아. 머리가 좀 울리는 것 같지만. (어깨를 한 번 으쓱이다 그대로 네 품에 기댄다.) 추워서 그러는데 잠깐 이대로 있어도 돼?
스웨인 휘슬러:그럼, 미안한데 네 옷이랑 내 옷부터 좀 말리게 가져올게. 그 다음에 같이 있어도 될까? (잔뜩 젖은 옷가지로 그를 끌어안는게 영 불안한지 다소 우왕좌왕한다.)
크로쉬 일럼:그럼 뭐. (그의 모습에 피식, 작게 웃다가 뒤로 몸을 물린다. 거실에 있는 소파로 가 자리에 앉으며) 용케 이런 곳을 찾았네? 먹을 수 있는 식량도 그렇고, 허름하지만 그에 비해 내부도 깔끔하고…. 이런 곳에서 누가 살았다는 게 말이 되나?
스웨인 휘슬러:살았다가 크리쳐 문제로 도망갔을수도 있겠어. 사실 여기가 발견된건 천운이지. 눈을 뜨고 얼마 안 가서 바로 눈보라가 쳤거든. (방에서 가져온 그의 코트와 자신의 코트를 벗어 소파에 판판히 걸어놓은 후 부엌에서 냄비와 물을 가져와 마실 물을 데우기 시작한다.)
크로쉬 일럼:덕분에 살았네. (은은히 느껴지는 열기에 눈을 감았다가)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네 앞으로 펄럭, 종이 뭉치 같은 걸 내민다.) 베개 밑에 있었어. 내용을 보면 알 거야.
스웨인 휘슬러:종이? (적당히 끓어오른 물을 다시 통에 담은 후 찬 물과 섞어 잡기 편하게 만들어주고 그에게 내미는 대신 종이 뭉치를 받아들고 내용을 읽어보았다.)
놀랍게도, 그 뒤로는 그가 델타에게 모스 부호로 대화를 시도하다 어느 정도 라포 형성에 성공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두 사람은 크리쳐와 인간인데도요.
하지만, 연구 일기는 1년 전에 뚝 끊겨 있습니다.
크로쉬 일럼:(손에 컵을 쥔 채 여전히 눈을 감고) 아무래도 델타라는 크리쳐에게 당했겠지. 이 일지를 쓴 연구원 말이야. (제법 단호한 말투)
스웨인 휘슬러:...........그렇게 확신해? (자신 역시 그리 생각하면서도 그에게 확신하는 이유를 묻고 싶었다.)
크로쉬 일럼:정황 상 그럴 확률이 가장 높으니까. 라포를 형성했다고 해도 크리쳐가 폭주를 일으켰다면? 너도 소생의 과정에서 몇 번 그런 일이 있었잖아. (천천히 눈을 뜬다. 제 곁에 있는 이를 향해 눈동자를 굴렸다가) …아니, 조금 다르려나. 과정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이 연구원은 죽었을 거야.
스웨인 휘슬러:그래....하긴,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이미 AOC 안에서 한자리를 차지했겠지. 이런식으로 버려진 오두막에 종잇장이 나뒹구는게 아니라. (눈을 한 번 깜빡이며 종이를 옆에 내려놓더니 자신도 물을 마시기 시작한다. 잠시간 말이 없더니 다시 끔 입을 연 것은 이번에도 이쪽이다.) 크리쳐 연구라는건 어디까지 진행됐으려나.
크로쉬 일럼:만약 실험이 성공해서 살아있었다면 오두막에 흔적을 남기지는 않았을 테니까. (다시 눈동자를 굴려 정면을 바라본다.) …글쎄, 위에서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지 우리에게까지 알려지진 않으니까. 너도 그렇게 태어난 거고. (짧은 정적, 나무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몇 차례 들리다) 스웨인, 넌 왜 네가 인간의 모습을 한 크리쳐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없어?
크로쉬 일럼:…그렇군. (그래서 네 기억까지 전부 없애 버린 건가. 차마 내뱉을 수 없는 말이 입안을 맴돈다. 쥐고 있던 컵 표면을 매만진다. 내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너. 그런 널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방법. 만약 그 연구원이 살아있었다면 조금이라도 해답을 알 수 있었을까라는 작은 희망.) 연구원과 만나봤다면 좋았겠네. 제법 흥미로웠을 것 같은데? 얼마나 연구가 진행됐는지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와 같이 능청스레 웃는 얼굴이 있었다.)
스웨인 휘슬러:연구원을?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너도 참 유별나다니까. 나는 만나도 할 말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그래도 뭐, 그런 그가 나쁜 것은 아니기에 그의 타는 속도 모르고 태평하게 물을 마신다. 사실 스웨인 휘슬러의 생각은 두 사람의 몸 상태와 더불어 이곳에서의 탈출이었다. 어디 있는지도 모를 연구원이 아니라.) ...크로쉬, 분위기를 좀 다른데로 돌리고 싶은데. 그, ...다름이 아니라 네가 깨어난 김에 같이 고민하고 싶어서. 아까 살펴보니까 우리가 가려던 방향과 반대로 왔거든. 잘 돌아갈 수 있을까 싶네.
크로쉬 일럼:응, 내가 좀 호기심이 남다르잖아? 계속 알고 싶은 진리가 있거든. 그것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한 번쯤 만나고 싶어. (그제야 식은 물을 한 모금 삼킨다.) 고민할 게 뭐가 있어? 두 다리 멀쩡하지, 식량도 있고 몸도 따뜻하게 할 수 있지. 그리고 우리는, (검지 손가락 끝으로 네 뺨을 쿡 찌르며) 인류의 최강이라고도 불리잖아? 너만큼 회복이 빠르진 않지만 나도 충분히 강하다고? 대략적인 위치를 알았다면 돌아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스웨인 휘슬러: 그래, 그렇네. 내가 괜한 걱정을 했네. 네가 있는데. (그러곤 사람 좋게 웃으며 남은 물을 모조리 비웠다.) 옷을 말리고 바람이 그치는대로 이동하자. 그동안 좀 자도록해. 나는 치유할 수 있지만 너는 어렵잖아. 이번에는 총소리로 깨우지 않을테니까 여기서 조금이라도 자.
크로쉬 일럼:아까 잤잖아? 뭐, 따지자면 기절이었지만. 그러니 괜찮아. 그냥 여기 있을래. 이제 손에 젖은 옷은 없잖아. (덮고 있던 담요를 잡고 양팔을 벌린다. 모양새가 꼭 안아달라는 것처럼.) 내가 이러는 거 보기 드물 텐데?
스웨인 휘슬러: (그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 잠시 웃었지만 그래도..이제와서 그를 거절하고 싶지는 않기에 그를 꾹 끌어안았다. 아, 따뜻하다.) 그렇네. 이런 일 아니었으면 언제 네가 이러는걸 보겠어.
크로쉬 일럼: 불보다 네가 더 따뜻하네. (그대로 네 등까지 담요를 둘러 끌어안는다. 아, 갈비뼈가 몇 대 나간 모양이네. 그리 생각하면서도 그저 널 힘주어 끌어안을 뿐이었다. 넌 기억도 없는데, 왜 다시 나를 마음에 담았을까. 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또 이렇게 날 품에 안는 걸까. 그게 못내 미우면서도 기쁘고, 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 승급전이고 나발이고 그냥 쉬고 싶다─.
스웨인 휘슬러:그래? 내 체온이 많이 높긴하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마음을 가졌는지, 지금 어떤 심정이지 뭐 하나 모름에도 결국 다가가는건 지금의 스웨인 자신이다. 지금 이 순간이 체온 유지과 두 사람의 멘탈 케어를 위함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그의 말에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이대로 실종상태에서 누군가가 찾으러 와줬으면 좋겠다.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당신과 크로쉬의 손목에서 신호가 반짝거립니다.
본부의 알림입니다.
벌써 승급전의 절반이 지났다는 건조한 공지와 함께 중간 순위가 공개됩니다.
1위는 콘라드입니다.
그 다음은 굉장히 생소한 이름이 이어지는데, 아마도 콘라드의 파트너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이름을 찾아 한참 내리면, 거의 맨 아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크리쳐 사냥은 한 번도 하지 못 했으니, 나란히 최하위권입니다.
적막이 감돕니다.
크로쉬야 좌천되면 그만이지만, 당신은 쓸모 없다고 상부에 찍히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AOC 소속 연구소의 최대 걸작.
인권이라곤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전투 병기 크리쳐, 그게 당신입니다.
적어도 좋은 꼴이 되지 못 하겠죠.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안고 있던 크로쉬가 천천히 뒤로 물러납니다.
다시 총과 짐을 챙기고, 얼추 마른 옷을 입기 시작합니다.
크로쉬 일럼: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우리는 파트너 해체겠지? 그럼 움직일 수 밖에 없네. (씨익, 웃고 있는 입꼬리에는 평소와 같은 여유와 자신감이 스며 있었다.) 거기다 난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거든. 넌 어때?
스웨인 휘슬러:(하, 이 개자식이 우리를 떨어뜨려놓고 기어코 1등을 차지하겠다라.) 다른건 몰라도 원흉이 1등인 꼴은 못 보지. 너랑 떨어지는건 더더욱 안될 말이고. 그러니 우리, 이기자. 이겨서 우리가 왜 파트너고, 왜 최강의 인류인지 보여주자.
스웨인 휘슬러:(빠르게 훑어보니 산장으로 접근한게 19마리. 인간이면 모를까 다수의 크리쳐를 제압하는데 도검을 쓰는건 다른 의미로 대단한 행동인지라 빠르게 탄창을 확인한다. 철컥, 하고 물을 먹었으나 새파란 금속 소리가 귓가를 매꾼다. 크로쉬에게 먼저 공격하겠노라 눈 신호를 보내는 찰나, 크리쳐 몇마리들이 떼를 지어 달려든다. 이 산장의 모양새로 보았을 떄 장시전이 된다면 깔려죽기 딱인지라 곧장 어깨에 견착 후 눈을 가늠쇠에 맞추고 발포한다.)
크로쉬 일럼:너 아까 전부터 너무 힘이 들어간 거 아냐? (허, 헛웃음을 흘리던 것도 잠시. 레버를 당겨 무기의 근거리 모드를 해제한다. 탄환의 수는 충분, 남은 개체 수는 고작해야 4마리.) 이게 못 맞히면 그대로 눈밭에 머리부터 박을 테니까. (그대로 방아쇠를 당기자 총구에서 불꽃이 튄다.)
그 정확한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돌리면, 당신은 기이하게 목만 구렁이처럼 긴 크리쳐와 눈이 마주칩니다.
번들번들한 눈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두 사람을 별장에서 끌어내기 위해 다른 크리쳐를 부리다니, 보기 드물 정도로 똑똑하고 영악한 크리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서 발견될만한 상급 크리쳐라면…
문득, 아까 읽은 상급 크리쳐와 관련된 문서를 떠올립니다.
이 녀석이 델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웨인 휘슬러:읏-! 놔! 놓으라고! (순간적으로 당한 강렬한 충격에 시야가 조금 흐려진 탓이었다. 손을 저으며 꼬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근력으로 녀석에서 벗어나기가 여간 빠듯한게 아니였다. 결국 방법은 하나. 부상의 위협을 안고 총의 버튼을 눌러 도검을 빼든다. 그러곤 한번의 심호흡 후 그대로 꼬리에 찔러넣는다.)
당신이 저항하자, 델타는 길게 비명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합니다.
델타가 당신을 붙잡은 탓에, 크로쉬가 쉽사리 이쪽을 공격하지 못합니다.
표면에서 분비되는 산이 살갗에 닿을 때마다 쓰라리고, 여기저기 휘두를 때마다 어딘가에 부딪혀 고통스럽습니다.
얼마간 제자리에서 괴로워하던 델타가, 몸을 웅크리더니 단숨에 도약해 뛰쳐 올라갑니다.
완전히 멀어지기 전, 크로쉬가 몸을 던져 델타의 꼬리를 붙잡습니다.
크로쉬 일럼:(간신히 그것의 꼬리를 잡아 올라탄다. 하지만 붙잡고 있는 것이 겨우인 상황.) 어떻게든 빠져 나와 봐…!
스웨인 휘슬러:나도, 그러고, 있어! (도검으로 두세차례 꼬리를 찌르며 벗어나려 애쓴다. 혹시라도 총을 쐈다가는 그에게 피해가 튈 성 싶어 도검으로 찌르며 놓기를 유도하는 것이 전부였다.)
다른 대원들이 따라가려는 콘라드를 만류하지만, 콘라드는 미친 사람처럼 그들을 떨치고 달려가려고 합니다.
크로쉬는 조금 진정한듯, 너덜너덜한 장갑을 벗어 던지곤 콘라드를 비롯한 대원들 앞으로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특히 콘라드를 보는 눈이 냉랭합니다.
크로쉬 일럼:저건 아마 상급 크리쳐 델타로 추정 돼. 돌아다니던 도중 발견한 장소에서 연구 일지를 찾아냈거든. 먼저 공격 안 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굉장히 포악하네.
만류당해 제자리에 주저앉은 콘라드가 연신 고개를 흔듭니다.
어딘가 얼이 빠져나간 표정입니다.
콘라드 신:아니, 델타… 가, 아니야.
급기야 콘라드는 다른 대원들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콘라드 신:부탁이에요, 다함께 오데트를 구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대부분의 대원들이 안타깝게 됐지만 그건 좀…. 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 두 걸음 뒤로 물러섭니다.
그냥 상급 크리쳐를 잡는 것도 힘든데, 거처의 상급 크리쳐는 얼마나 대하기 까다로울까요.
더군다나 방금 전의 습격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크로쉬는 한숨을 내쉬며 당신을 돌아봅니다.
크로쉬 일럼:솔직히 얘한테 당한 게 있으니 부탁을 들어줄 이유는 없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스웨인 휘슬러: (방금 전에 부러졌던 뼈들이 천천히 붙고 있던지라 걸음을 걷는데 조금의 무리는 있었으나 물러선 사람들 사이에서 똑바로 걸어나와 그의 앞에 선다.) 콘라드 대원. 당신은 나의 실력을 판단한다는 이유로 허물어지는 다리 위에서 크로쉬 일럼 대원과 나를 다른 대원들과 같이 공격했고 그로 인해 우리 둘은 절벽 아래로 추락.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크리쳐들의 습격을 받았고 네 파트너를 납치한 크리쳐에게 나는 온몸이 꺾여 죽을 뻔했지. 그런데 내가 왜 너를 도와야하지?
콘라드 신:(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숙인 채) …그 부분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엄연히 제 잘못이겠죠. 하지만, 오데트는 아닙니다. 그 아이는 제 행동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오데트를 구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깊이 고개를 숙인다.) …아무도 없다면, 저 혼자서라도 가겠습니다.
스웨인 휘슬러: (오데트, 오데트라. 아까 전 그를 밀칠 때 후드 아래로 보였던건 자신과 같은 백발. 그럼 출발 전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그 사람이겠구나 싶어졌다. 어쩔까.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사람을 구하러 내 목숨이 희생될지 모르는 상황에 가야할까. 그것도 다친 크로쉬까지 데리고. 사실 고민은 했었다. 그가 출발 전부터 자신과 크로쉬를 어떤 식으로든 말했던게 거슬렸던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저런 놈도 파트너라고 구하려고 한 사람을 버려두는게 맞을까? 하면 답은 아니였다. 멍청한 놈 떄문에 현명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내 눈 앞에서 죽는건 아무래도 사양하고 싶었다.)
크로쉬 일럼:뭐, 눈앞에서 봤는데 그냥 두는 것도 영 찝찝하지. 그리고 구하러 간다고 해도 이 녀석을 위해서는 아니니까? (검지손가락으로 콘라드를 가리키며 씩 웃는다.) 같이 싸우자고 했잖아. 네 선택이라면 따라갈게. 그리고 우리 승급전에서 1, 2위 하기로 했으니까? 저 정도 거물은 잡아야 하지 않겠어?
스웨인 휘슬러: 그렇지. 저 정도 녀석을 잡으면 우리가 단숨에 1위일걸. (작게 웃고는 주변의 대원들에게 손을 까딱였다.) 여유 탄창, 못해도 우리 둘에게 하나 정도는 주세요. 탄창 부족으로 대원 4명이 전멸하는 꼴은 보이지 않을테니까.
그리하여 콘라드의 파트너를 구하기 위한 임시 조가 만들어집니다.
다른 대원들에게 여분의 탄창을 받고, 찢어진 복장을 다시 갖춥니다.
콘라드, 크로쉬, 스웨인. 세 사람은 델타의 흔적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문득, 크로쉬가 콘라드에게 묻습니다.
크로쉬 일럼:이렇게까지 됐으니까 묻는 건데, 너 우리한테 왜 그런 거야? 내가 네 성격이 별로라느니 이야기했지만 이런 짓을 저지를 정도로 근본 없는 사람은 아니었을 텐데.
콘라드는 한참동안 대답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말하려다 말기를 반복한 끝에 그는 입을 뗍니다.
콘라드 신:우리가 쫓는 크리쳐는 델타가 아니야. 그건 아마 최근에 새로 생긴 상급 크리쳐겠지.
콘라드 신:델타, 아니… 오데트는 인간이 된 상급 크리쳐입니다. 상부에는 델타가 도망친데다, 총책임자가 사망해 연구가 무산되었다고 알리고 팀을 데리고 긴급 귀환했습니다.
오데트는 인간이 되었지만, AOC의 전례 없는 특별한 연구 대상이 되었습니다. 심한 실험을 당하진 않았지만, 폭주를 억제하기 위해 매주 주사를 맞는데다 어딘가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다못해 저와 오데트가 이 구역을 대표하는 최강의 자리를 차지한다면, 조금이나마 자유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당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처지의 사람이었네요.
크로쉬 일럼:(조용히 이야기를 듣다 긴 머리카락 뒤로 눈이 반짝인다.) 그러니까, 인간이 된 크리쳐라는 말이지? (곱씹어 보듯이 짧게 되뇌이다) 알았어. 네 파트너인 오데트는 확실히 구해줄게.
일단 헷갈리니까 우리가 잡아야 하는 크리쳐 이름은 임시로 '감마'라고 지어둘까?
스웨인 휘슬러: (할 말을 잃었는지 잠시간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크리쳐. 인간형 크리쳐라. 누구는 최전방에 몰려서 죽기 일보 직전까지 굴려지고 있었는데 말이다. 저도 모르게 목의 폭탄 목걸이 부근을 긁으려다 손을 내린다. 그는 알았을까. 그가 물어본 이 목걸이가 그런 식으로 쓰이리라는 것을. 모르겠지. 모르는게 약일 떄도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앞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크로쉬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가 아아, 하는 소릴 작게 냈다. 이 녀석, 다른 곳에 꽂혔구나 싶어서.)
오데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면, 당신과 크로쉬는 그 밑에서 거죽 같기도, 허물 같기도 한 크리쳐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놀랍게도 아까 본 크리쳐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스웨인 휘슬러:뭣, (놀란 나머지 그를 돌아본다.)
오데트:그 녀석의 진정한 모습은 우리가 본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위장일 뿐이지.
확인해본 바로는…, 그 상급 크리쳐의 능력은 정신계인 것 같아. 몸을 바꾸는 것 뿐만이 아니라, 자신보다 하위 계급의 크리쳐를 조종할 수 있는 것 같았어.
스웨인 휘슬러:.......젠장, 골치아프게 됐어. (잠시 머리를 쓸다가...그를 향해 돌아본다.) 당신을 구하러온건 맞지만, 여기까지 왔으니까 한 번만 확인하겠습니다. 당신은 아까 전 보았던 크리쳐, 약칭 '감마'의 하위 계급 크리쳐입니까. 아니면 AOC 대원 오데트입니까.
오데트: 걱정하지마. 난 오데트, 그리고…. (흘긋 콘라드를 바라본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알겠다는 듯) 과거 델타라고 불렸던 크리쳐야.
스웨인 휘슬러:그렇군요. (다행히도 거짓은 아닌 듯 하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의심했지만 정말로 의심했다면 진즉 총부터 겨눴을 것이다.) 그럼 오데트 요원. 개체 '감마'의 특징을 아는 듯 한데 바닥에 엎어진 저 외형 말고 다른 외형을 봤나요?
오데트:그건, 못 봤어. 끌려오고 겨우 숨었으니까. 저 시체는 이 동굴에 와서 갑자기 쓰러진 거야. 갑자기 죽는 건 말이 안 되니 몸을 바꾼 것은 아닌가 추측했을 뿐이지.
그때, 크로쉬가 당신의 팔을 잡아당깁니다.
크로쉬 일럼: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묘한 진동도 느껴지고. 일단 여기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스웨인 휘슬러:(그의 말에 몸을 잠시 굳혔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두 사람에게도 손짓 후 벽에 바싹 붙어 밖으로 나섰다.)
스웨인 휘슬러:(눈 앞에 보이는건 지금껏 봐왔던 어떠한 크리쳐보다도 강해보이며, 또 징그러우며, 대적하기 어려워보이는 적. 그러나 물러설 수는 없다. 여기까지 와서 물러날 순 없다. 현진 AOC 대원이자 최강의 대원으로써, 그리고 옆에 있는 그가 무사히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기 위해서는 살아남아야한다. 고로 아가기를 벌리고 위협을 하는 크리쳐를 향해 총을 겨누고, 호흡과 함께 방아쇠를 당긴다.)
크로쉬 일럼:오늘 상태 좋은데? 평소에도 이 정도로만 해주면 복귀도 빠를 것 같지 않아? (이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릴 틈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말과 다르게 탄창을 갈아 끼우는 손은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하고 재빠르다. 저런 다 죽어가는 크리쳐도 죽이지 못한다면 최강의 인류라 불릴 수 없는 것도 당연. 그리고…) 네 파트너로 있을 자격도 없겠지. 그렇지? (방아쇠를 당기기 전, 시선이 먼저 목표를 꿰뚫는다.)
크로쉬 일럼: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데? (뒤에 있던 오데트와 콘라드를 잠시 바라본다, 그가 크리쳐라는 사실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나 폭주를 멈추기 위해서는 한 번 '리셋'하는 것이 기본.) 젠장…! (일단 기절 시키려는 목적으로 총의 손잡이 부분을 휘두른다.)
콘라드 신:윽, (다른 이의 몸에 들어오며 잠시 머리가 아파 머리를 누르자 옆에 있던 오데트가 괜찮냐며 말을 건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도..지금 자신, 그래. 스웨인 휘슬러의 몸에 크리쳐가 들어갔다는 것이 문제다. 저 몸은 폭탄이나 다를 바 없다. 혹여라도 능력을 들킨다고 이 두 사람이 다른 곳에 말하지 않을 것 같으나 혹시 모를 일이다. 그러니, 가급적 빠른 제압이 답이다. 그러나 총을 쐈다가 혹시나의 일이 생긴다면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좀 기절해야겠다 나야. (그러곤 버튼을 눌러 근접 무기로 바꾼 후 그대로 팔을 휘둘렀다.)
크로쉬 일럼:(검으로 스웨인을 공격하는 콘라드의 모습에 잠시 두 눈을 크게 뜬다. 곧이어 미간을 찌푸리더니, 방법이 없다는 듯 총을 한 바퀴 돌려 고쳐 잡는다. 레버를 당겨 근거리 모드로 전환하고는 콘라드 앞, 제게는 뒤를 보이는 스웨인을 향해 그대로 검을 휘두른다.) 넌 진짜, 정신차리면 가만 안 둘거야.
크로쉬 일럼:(후, 숨을 내쉬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서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스웨인 입을 통해서 직접 들어. (오데트와 콘라드를 돌아보며)
콘라드 신:뭐... 말한다고 들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내 몸에서 내가 제대로 깨어난다면 듣겠지.
크로쉬 일럼:…하? (들려오는 말을 잠시 곱씹다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널 바라본다.)
콘라드 신:나야, 크로쉬. 스웨인 휘슬러라고. 크리쳐... 감마의 정신 공격 때문에 내가 튕겨져 나갔는데 너보다 약했던건지 콘라드 대원 몸으로 튕겨져 들어왔어. 뭣하면, 내 목의 목걸이 설명할 수 있는데. 거기까지 말하길 원치는 않잖아. 그렇지?
크로쉬 일럼:(잠시 손으로 머리를 짚는다.) 어쩐지, 공격하는데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 싶더라니. 자기 몸이라고 아주….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으나 길어질 듯싶어 일단 다문다.) 그럼 아까 그건 감마였던 모양이네. 상황이 왜 그랬는지 알았으니 됐어. 일단 네 몸이 회복되길 기다려 볼까.
콘라드 신:그나마 다행이지. 콘라드 대원이였다면 이도 저도 아니고 당황하다 더 시간을 끌었을테니까. (옆에서 듣고 있는 오데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데트 대원, 말한대로 지금 난 스웨인 휘슬러 대원입니다. 제 몸이 깨어나는대로 콘라드 대원 역시 돌아올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데트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시체 앞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가슴팍에 손을 얹고 무어라 중얼거립니다.
그러자, 빠른 속도로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오데트:이건, 내가 델타였을 시절의 능력이야.
크로쉬 일럼:회복 능력인가?
오데트: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대상의 시간을 돌리는 능력이지.
오데트가 당신을 가만히 보며 말합니다.
오데트:정신 상태에 영향을 심하게 받아서 정작 정말 사용하고 싶을 때에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문득, 아까 본 공간을 활용한 능력도 생각납니다.
무척 희귀한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네요.
스웨인, 소생합니다.
당신은 피가 섞인 기침을 뱉으며 몸을 일으킵니다.
콘라드 역시 의식을 되찾고 얼떨떨한 표정을 짓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해 줄 수도 있겠습니다.
네 안에 나 있었다고….
스웨인 휘슬러:(본래의 몸이 소생함과 동시에 다시 강렬한 두통을 느끼며 시야가 바뀐다. 이번에 보이는건 크로쉬와 더불어 두명. 확실히 제 몸인 것 같아 피가 섞인 기침을 뱉으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오데트를 향해 감사를 표했다.) 오데트 대원, 치료를 해주신 점 우선 감사합니다.
스웨인 휘슬러:(그러곤 이번에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다소 황당한 표정의 콘라드에게 아까 오데트에게 했던 것과 같은 말을 전한다. 감마의 정신 공격에 당한 것. 그래서 콘라드 대원에게 튕겨져 들어간 것. 자신의 몸이기에 보다 정확히 제압했고 그때 다친 것을 오데트가 고쳐줬다는 것까지.)
총알에 꿰뚫린 오른쪽 허벅지에서 피는 멈출 기세가 없이 흘러나오고, 출혈량으로 인해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건 전부 꿈이었나?
아니, 분명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이야말로 꿈인가요?
여태까지 겪은 모든 일들은?
당신의 기억이 맞다면, 끔찍한 테러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돌아온 크로쉬가 목격하고 광기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이걸 막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당신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스웨인 휘슬러:(이건, 이건 분명. 그 때다. 내가 사라지고 난 후 그 모든걸 수습하려던 네가 미쳐버린 그 순간. 그 때다. 네가 미치고 나서 했던 일들을, 그리고 내가 겪어야했던 일들을 기억한다. 그러니...막아야한다. 자신이 이 일을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그저 막아야한다는 생각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이제 '안다.' 네가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내가 그런 널 구하기 위해 뭘 했고, 네가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그렇게..우리 둘이 어떤 끝을 맞이했는지 이제 기억한다. 그러니까.)
막아야해.
막아야 해.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이 끔찍한 사태를 막기 위해 몸을 일으킵니다.
뒤에서 누군가가 당신의 뒷목을 잡아챕니다.
한 명이 아닙니다.
수십 명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무어라 중얼거리고 당신의 머리를 잡고 바닥에 처박습니다.
힘이 전부 빠진 상태라 저항할 수 없습니다.
뒤이어, 날붙이를 뽑아드는 소리와 함께 칼날이 당신의 목을 꿰뚫습니다.
물기가 가득한 행주를 쑤시는 듯한 소음, 뽑혀나간 칼날을 타고 피가 폭포처럼 흘러내립니다.